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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타일까 패션일까

by 김이서

‘로리타’라는 단어가 사회적 이슈 단어로 논란이 되기 한 달 전, 나는 우연히 영화 <로리타>를 볼 기회가 생겼다. 하지만 영화가 시작되고 반도 보지 못한 채 불쾌한 마음으로 영화를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정확하게 한 달 후, 어린 소녀를 성적 매력으로 어필할 수 있는 로리타 콤플렉스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었고 가수 아이유, 작가 로타와 함께 작업한 연예인들이 소아성애를 자극한다는 이유로 크게 비난받았다. 과연 로리타를 예술이자 패션으로 표현될 수 있을까?'


사실 패션에서 외설적인 자극은 수 십 년간 여러 화보와 컬렉션을 통해 번번이 사용되었다. 가장 유명한 사건으로는 마크 제이콥스의 향수인 ‘OH LOLA!' 패션 광고를 예로 들 수 있다. 이 판매 광고에서는 다코타 패닝이 향수를 허벅지 사이에 놓아 성(性)적으로 매우 도발적인 이미지를 만들었다. 결국 이 광고는 마크 제이콥스의 향수가 로리타 요소를 사용했음을 인지하고 광고 금지 처분을 받았다.


패션은 마케팅이 정말 중요하다. 제 아무리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패션 제품을 생산하여도 마케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훌륭한 마케팅으로 성공한 제품들을 따라잡기 어렵다. 하지만 패션에서 마케팅이 중요하다고 한들, 마케팅을 위해 로리타의 이미지를 성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 로리타 이미지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순간, 모델에게는 어리고 순진한 역할이 주어진다. 패션이 예술이라는 명목아래 어린 아이를 성적 상품화 하는 일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결국 소비자는 왜곡된 성 상품화에 민감해져야한다. 로리타가 우리에게 왜 불편한지, 그리고 패션에서 로리타를 이용한 마케팅이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아무리 어리고 순수한 모델이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더라도, 모델이 성적 대상으로 다루어진다면 소비자는 매우 불쾌할 것이다. 패션은 예술의 범주에 속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마케팅을 활용한 상업적인 예술이다. 이 때문에 패션은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자극적인 화보와 광고를 만들지만, 단순하게 외설물을 파고드는 작업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


몇몇 사람들은 이렇게 반박한다. 예술은 예술로 이해해야 한다고. 하지만 이는 변명에 불과하다. 어린 아이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비도덕적인 것들은 지탄받아야하고 소비자들에게 불쾌한 영향을 끼치는 패션 광고는 사회가 허용해서는 안 된다. 패션은 윤리가 적용되어야하고 패션이 판매를 위한 마케팅이 기반으로 깔려있다면 이중 잣대로 소비자를 설득시키는 것은 더욱이 옳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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