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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서 Dec 23. 2018

이직, n번쯤은 생각해봤다. 헤이조이스 <이직의 도>

지금 전력을 기울이는 일이, 내겐 의미가 없을 때

나는 지금까지 인턴을 포함한 4번째 회사에 다니고 있다. 아직은 연차가 많이 쌓이지 않았기 때문에, 경력직으로 이동하지 않고 인턴에서 신입으로, 신입에서 신입으로 회사를 옮겨 다녔다. 패션 전공을 바탕으로 디자인실에서 섬유 회사로, 라이프스타일 트렌드 연구팀에서 퇴사를 하고 1년 간 방황을 하다가 지금은 O2O 스타트업에서 마케터로 일한지 7개월 차에 접어들고 있다. 


모든 회사에서 일한 기간을 더하면 2년을 좀 넘어가고 있다. 어딜가나 신입사원의 마인드였다. 3년정도 현재 회사에서 버텨서 연차가 쌓이면 경력직으로 이직할 수 있는 길이 생긴다. 지금의 마인드로 회사에 안주할 수가 없다. 언젠가 나도 회사를 옮길지도 모르고, 아니, 옮기게 될 거다. 


나는 어떤 상황이 닥쳐올 때, 어떤 생각을 할 때 똑똑한 이직을 해야 할까? 



20년 동안 총 10번의 이직. 그중 2번은 회사를 창업한 헤이조이스 이나리 대표님의 <이직의 도> 강연에서 정답을 얻을 수 있었다. 어떻게 해야 성공적인, 이전보다 나다운 사람이 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을까. 


이나리 대표님은 모든 이직이 성공적이었다고는 말씀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직을 거듭할수록 나다워졌고, 더 용감하고 유능한 사람이 되었다는 말과 함께 이직에도 '똑똑한 이직, 준비된 이직'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계속 강조하셨다. 이직을 하든, 하지 않든, 언젠가 닥쳐질 미래를 그려볼 수 있는 자리는 자주 찾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나리 대표님께서 이직을 해야 하는 상황이나 순간들을 말씀해주셨다. 세 가지의 상황 중 가장 최악인 상황은 '지금 전력을 기울이는 일이 내게 의미가 없을 때'인 것 같았다. 조직에서 더 이상 이루고픈 것이 없을 때는 다른 회사나 전혀 시도해보지 않은 직군으로 도전을 해보는 방법이 있다. 일이 너무 익숙해져 불안감이 엄습한다는 것은 최소한 업무의 경력이 쌓였다는 증거니까. 그래서 첫 번째 상황이 내게 닥쳐온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깊이 생각해봤다. 


생각해보면 사실 지금도 첫 번째 상황에 대비를 하고 있다. 헤이조이스 프로젝트를 통해 기존에 하고 있는 브랜드 마케팅이 아닌, 데이터를 분석하고 광고를 집행하는 퍼포먼스 마케팅 공부를 하고 있다. 일주일에 3번 정도 업무 이외에 다른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며 깊이는 얕을 지라도 다양한 경험을 하고 있다. 그 경험이 내겐 또 다른 밑거름이 되어, 의미 있는 일을 찾는 길을 잘 다져놓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나리님이 말씀해주신 이직의 중요한 판단 기준도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단단한 힘을 전달해주셨다. 

 

⌄지금 세상이 어디로 가고 있는가

⌄'5년 뒤의 나'는 어떤 모습이길 원하나

⌄내 본원적 역량이 쓸모 있는 영역인가

⌄성장과 도전을 꾀할 수 있는가



이제 정말 본격적으로, 4개의 슬라이드 키워드로 디테일한 '이직의 방향성'에 대해 설명해주셨던 나리 대표님. 강연을 듣고 난 이후로 4가지 키워드는 다른 친구들에게도 열성을 다해 이야기했을 정도로 어디 가서도 들을 수 없었던 값진 키워드 4개였다. 평판, 인맥, 브랜드, 스토리.



최대한 회사에서 적을 만들지 말 것을 강조하셨다. 좋은 사람, 조직에서 팀원들과 원활한 팀워크를 만들어 내는 사람이 좋은 일도 끌어 온다. 이직을 하더라도 최대한 서로 좋게 마무리하기. 


회사의 레퍼런스 체크도 무시할 수 없다. "음.. 착하고 성실해요."라는 말보다 "약간 유별나지만 일 하나는 똑 부러져요." 혹은 "좀 깐깐하고 예민한데 일 처리는 빠르고 잘하죠."같은 남다름이 더 중요하다고.



두 번째 키워드는 인맥. 나리님께서 헤이조이스를 창업하시며 일하는 여성들에게 긍정적인 네트워크 관계를 주도해서 연결해주고 계신다. 최근 많은 분들을 알게 되며 느슨한 네트워크의 폭발력을 제대로 느끼고 있다.


그리고 가장 뇌리에 꽂혔던 띠동갑 친구의 소중함. 처음 슬라이드에서 저 문구가 나왔을 때 잘 이해가 안 갔다. 나에게 띠동갑이면 친구라고 할 수 있는 걸까? 적어도 과장, 팀장의 직급은 될 텐데. 하지만 나리님이 이야기하는 띠동갑 친구의 소중함은 띠동갑 사이의 '원활한 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말씀하셨다. 내 나이 위로 띠동갑 분들과 대화하며 업무 인사이트나 커리어 고민을 함께 나누는 것도 중요하지만, 반대로 40대 분들이 거리감 없이 20대와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40대와 20대의 대화를 막힘없이 이어 나가는 것도 능력이라고. 지금 나리 대표님도 노력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하신다. 나는 나리 대표님과 오랜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지만, 헤이조이스를 오며 가며 소소하게 나눈 대화에서 전혀 괴리감을 느끼지 못했다. 나리님만의 우아하신 미소를 딱 지으시며 멤버분들과 일상 이야기를 하시는 모습이 말랑하지만 속은 단단한 대화 감각이라고 생각 들었다. 



이제는 1인 브랜드의 시대다. 나를 표현할 수 있는 매체나 플랫폼이 넘쳐나고 있다. 이럴 때 나만의 개인 사이드 프로젝트로 묵묵히 시간을 들이는 것. 나만의 콘텐츠를 쌓고 내 삶을 또 다른 맥락에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되면 내가 하고 있는 업무를 통해 나를 관통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위치 선상에서 나를 바라볼 수 있다. 나는 지금 '퍼포먼스 마케팅'과 '스타트업 브랜드 마케팅' 두 가지 프로젝트를 통해, '성장'이라는 선물을 스스로 주고 있다. 


그리고 기꺼이 돕기. 대가를 바라지 않고 서로를 이해하고 돕는 과정 자체가 언젠가는 나에게 돌아올 수 있다. 제현주의 <일하는 마음>에서는 '내가 믿는 바를 더 많이 발산한 만큼, 같은 것을 원하고 믿는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난다'라고 이야기한다. 마치 바통을 터치하여 릴레이 달리기를 하듯, 함께 도우면 우리는 하나의 트랙을 함께 달리고 결국은 완주를 하게 되고, 언젠가는 다시 마주친다. 



마지막 키워드는 스토리다. 이직의 본질적인 부분을 파고드는 키워드 같다. 내가 느꼈던 이직의 스토리 키워드는 이직의 길로에 섰을 때, 한 번쯤 스스로를 돌아보고 객관적으로 나를 판단하는 시점에서 생각해 볼 3가지라고 생각했다. 내가 누구와 어떻게 이 일을 했는지, 어떤 것을 배우고 어떤 목표를 달성하고 어떤 프로젝트를 해냈는지. 선택은 나의 몫이지만 돌아보는 일도 나의 몫이다. 잘못된 길로 우회하지 않고 나에게 딱 맞는 이직의 길로 들어설 수 있는 '스토리'가 필요하다. 


거의 2시간 동안 나리 대표님의 말씀을 들으며 '나는 왜 그 일을 하고 있는지?'를 계속 고민했다. 언젠가는 나도진중하게 고민하고 많은 분들께 상담할 '이직'의 문제. 결국은 나의 선택이 내 삶을 만든다. 나는 아직 업의 깊이가 깊지 않다. 하지만 나리님의 <이직의 도> 강연을 듣고, 나의 깊이가 얼마쯤 되는지를 바라볼 수 있었다. 


지금 나는 회사를 잘 다니고 있다. 하지만 미래를 위한 현재를 위해 앞으로 단단한 몸과 마음을 미리 만들어 놓고, 이직 전투 준비 태세를 갖출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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