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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서 Feb 17. 2019

글에도 UI/UX라는 것이 있다.

일하는 사람으로서의 나를 어떻게 글로 표현할까?

작년 12월부터 브런치에 헤이조이스 프로젝트와 모임 후기를 매거진으로 연재하고 있다. 헤이조이스 커뮤니티 리포터를 시작하며 헤이조이스에서 참여하는 강의나 프로젝트를 글로 쓰고 있다. 맨 처음 플래너 지영님께서 '커뮤니티 리포터' 활동에 대해 제안해주셨을 때 나는 주저 없이 바로 승낙했다. 대학 4년 동안 활동했던 기자단과 1년간 신문사 인턴, 연구팀에서 트렌드 리포트를 쓰며 글쓰기는 나름 자신 있었다. 


하지만 가끔은 헤이조이스 리포터가 부담인 적도 있었다. 구체적으로 리포터로 발행되는 글이 부끄러웠다. 내 글이 모임의 가치를 대변할 수 있을지, 연사로 초청된 분들의 말씀을 잘못된 방향으로 전달하는 건 아닌지 고민을 하며 신중하게 쓰기 때문에 커리어에 대한 글이 점점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모임을 에버노트에 적어 놓는 것만으로 끝낼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커뮤니티 리포터를 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글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정리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특히 아름답게 정리된 글은 그 가치를 더한다. 나는 헤이조이스 모임에 참석하며 얻었던 인사이트를 아름답게 표현하고 싶은 욕심이 컸다. 


사람은 재미있고 아름다운 것에 끌리기 마련이다. 글도 재미있고 아름다워야 한다. 2월 12일 이나리 대표님께서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일잘러의 글쓰기> 강연을 진행하셨다. 이나리 대표님은 중앙일보 논설위원 등 기자 생활을 20년 넘게 하신 분이다. 이번 강의는 일하는 사람들이 쓰는 글에 대한 정리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글을 잘 쓰기 위한 12가지. 나는 한 문장이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나리 대표님 옆에 앉아서 열심히 문장을 타자로 기록했다. 12가지만 기억한다면 나리 대표님의 표현대로 UI/UX가 갖춰진 한 편의 글을 완성할 수 있다.










1. 왜 잘 써야 하는가?


글은 사람이다.  



과거에는 글을 통한 지식의 습득이 중요했지만, 디지털 시대가 오며 글이 다시 중요해졌다. 지금은 개인 SNS를 통해 퍼스널 브랜딩이 가능해졌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온갖 방법으로 글을 쓸 수 있다. 모든 시대를 통틀어 글을 잘 쓰는 사람의 밸류가 높아지는 시대다.  


퍼스널 브랜딩이 필요한 사람은 자신만의 글을 쌓아야 한다. 글을 통해 표현하는 나는 어떤 사람인지 계속 파악해야 한다. 


유시민 작가는 “글은 내면을 보여주고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이를 반대로 생각해보면 

내 삶을 보여주지 않는 글은 힘이 없다.  


모든 콘텐츠는 ‘진실성’이 가지고 있는 힘이 있다. 읽다 보면 가슴에 팍 와닿는 느낌이 있다. 진실과 마음을 글에 반영하고 흉내 낼 수 없는 '어떤 사람의 불균질함'이 발견됐을 때 사람들은 이에 감동을 한다. 


글쓰기에 노력하는 건 절대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다.




2. 글이 실력이다.


창의력, 기획력, 상상력을 키우려면? 



글은 훈련이다. 한 편의 생각이 담긴 글, 기획안, 보고서를 만들 때도 내 생각을 정리해야 한다.   


해보지 않은 일이라고거절하지 않고 꼭 한다고 한다. 그때부터 생각한다.  


얼마 전 어떤 주제에 대한 강연 요청이 왔다. 그전에도 알고 있는 주제였지만 전문가라고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강연 데드라인이 코 앞이고 밀어붙이며 주제에 깊이 있게 공부하니 강연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글은 쓰면서 배우는 게 많다. 쓰지 않으면 할 수 있는 게 없다



3. 꾸준히, 지속적으로


많이 읽는다 : 다양하게, 꾸준히, 수준 따져가며, 비판적으로 



의도적으로 다양하게 읽는 게 필요하다. 예전에는 괜찮은 잡지를 정말 많이 읽었다. 서점에 가서 신간 코너에서 책을 보면 6개월 후쯤 무엇이 뜨는지 출판 트렌드를 알 수 있다. 관심 있는 주제를 선택해서 저자가 누구인지 보고 목차결론을 꼭 본다. 저자, 목차, 결론을 봤는데도 책을 계속 읽고 싶으면 책을 사서 읽었다. 


글쓰기에 가장 도움 많이 받은 분야는 소설이다. 특히 다양한 형태의 단편소설을 추천한다. 기승전결, 임팩트, 기상천외한 상황이 담겨 있는 단편소설이 글쓰기에 도움 됐다.  


어떤 시기에는 중독적으로 책 읽기가 필요하다. 집안 곳곳에 책을 놓는 환경에 노출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저것 분야를 가리지 않고 많이 읽은 게 정말 도움 많이 되었다.  



많이 생각한다 : 비정형, 시각화, 관점 전환, 비관습적  



경영서를 읽다가 어떤 영화가 떠오를 때가 있다. 그럴 땐 '내가 왜 이 영화가 생각났지?'를 추론해본다. 관련 없어 보이는 것을 연결해서 생각하는 버릇. 단편소설은 짧은 글 안에 개성 있는 인물과 개성 있는 문장이 있고 임팩트가 있다. 단편소설 작가는 결코 노멀하게 쓰지 않는다.  


비틀어지는 스킬을 배우고 그림과 영화처럼 묘사하는 방법을 익힌다. 좋은 글은 처음 서론을 영화처럼 시작한다. 내가 마치 영화감독인 듯 생각해서 써보는 것이 중요하다. 꼬아서 생각하는 것. 대부분 성장은 삐딱하게 봤을 때 성장한다. 



매일 쓴다 : 종류를 가리지 않고, 두려움 없이 


페북이나 트위터도 좋고 다이어리나 아무 생각 없이 조금씩 쓰는 버릇을 가지자. 나는 에버노트로 자료를 모아서 넣어 놓는다. 에버노트를 들어가면 쓰고 싶은 글감, 영감, 주제가 모두 있다. 아카이빙을 해서 태그를 세팅해놓고 분류된 글감과 자료가 있어야 글을 쓸 수 있다.  


충분히 준비되어 있는 사람은 글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글은 시간을 들여서 쓰는 사람이 잘 쓰는 것 같다.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서 내면을 쌓아 가는 것이 진짜라고 생각한다.  



4. 논리적이어야 한다.


이유와 근거로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구체적 사례로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한다. 

공격과 리스크를 계산해야 한다.



주관적인 감정의 글이라도 공격과 리스크에 대한 계산을 하고 있어야 한다. 글을 쓰고 나면 내 주장을 펼쳐야 할 때 주장, 이유, 근거, 구체적 사례, 리스크에 대한 계산이 있어야 한다. 모두 넣었는지 확인하자.  



5. 관점이 있어야 한다.


이 글을 쓰는 나는 어떤 사람인가?

유머와 위트, 낙폭과 낙차 

단 한 문장이라도 나만의 해석, 비유, 의견 담기  



작가는 관점이 전부다. 작가는 관점이 있기 때문에 작가다. 누구든지 자신의 관점이 있어야 한다. 관점을 가지고 쓴 보고서가 최고의 보고서다. 논리적이면서 나의 관점이 들어가 있으면 최고다. 이 글을 쓰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매칭이 되어야 한다.


여유, 빈틈, 유연함을 주는 것이 유머다. 뭔가 꽉 맞아 돌아가는 것만이 아니라 개성과 숨통. 거기서 발생하는 관점. 위트는 센스와 지성을 바탕으로 한 비틀어짐. 위트는 지성하고 연결된 것. 유머와 위트가 적절한 글이 최고의 글이다.  


세상이 이렇게 얘기하지만 나는 달라. 


이 사실 하나가 사람을 개성 있게 만든다. 한 문장 하나가 기억에 남는 글. 의견과 해석이 있으면 그 사람만의 개성이 들어간다.  


강조하고 싶을 때 멋있다는 말을 쓰지 않고 멋있다고 표현할 수 있어야 최고의 글이다. 헤밍웨이 소설을 읽다 보면 문장에 감정이 오픈되어 있지 않다. 상황을 보여준다. 상황을 보고 나면 어떤 표현보다 절실하며 당시의 상태와 감정이 느껴진다. 좋은 작품을 보고 나면 영화로 봤었는지 책으로 봤었는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나도 표현을 찾기 위해서 온종일 고민을 한다. 고민하는 만큼 실력이 올라간다. 



6. 글은 읽는 이를 위한 것


독자의 반응 상상하기 

제목 0.4초, 글머리 1초  

단어, 어조, 구성 모두 독자 중심으로  



독자를 생각하고 써야 한다. 읽는 사람 관점에서 쓰기 시작하면 제목이 무척 중요하다. 제목에서 독자를 낚아주지 않으면 끝까지 보지 않는다. 제목과 맨 처음에 나오는 글의 첫머리가 가장 중요하다. 글로 먹고살았던 나도 첫 문단을 쓰는데 70%의 시간을 들인 적이 있다. 글에도 UI UX가 있다. 



7. 일종의 팁


문장은 최대한 짧고 간단하게 

기름기와 군더더기 빼기 

사전 찾기를 밥 먹듯 

불필요한 한자어, 상투적 표현 피하기 



글을 쭉 써놓은 다음에 전부 끊는다. 문장을 끊고 나면 상당히 읽을 맛이 난다. '그래서', '그러므로' 같은 접속사를 모두 뺀다. 극단적으로 뺀다. 전부 빼도 의외로 말이 되는 부분이 많다. 접속사가 많은 글은 호흡이 느려지고 재미가 없다.  


당연히 알고 있을 것 같은 표현이지만 사람들은 정확히 모르고 있는 경우가 있다. 약간 핀트가 어긋나게 되는 단어가 글 전체의 품위와 품격을 망친다. 불필요한 한자어와 상투적인 표현이 글의 품격을 떨어뜨린다. 반드시 사전을 찾아보는 습관을 들이자. 


ex) '비 오듯 땀이 흘렀다.'리는 표현을 꼭 비 오듯 땀이 온다고 쓸 필요가 없다. 사람들은 남들도 많이 쓰는 표현이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ex) '되었다'를 '됐다'로 쓰면 경쾌할 때가 많다. 리드미컬하게 흘러간다. 규칙만 잘 지켜도 좋은 글이 될 것이다.  



8. 먼저 말로 해보기, 이미지 그려보기


도입부부터 고민한다 

어떤 제목이면 좋을까 

한 줄로 요약한다면? 



글을 쓰면 지인에게 먼저 말해본다. 말을 하면서 생각이 나고 정리가 된다. 머릿속으로 영화를 상상하는 게 도움이 된다. 제목이 먼저 나오면 그 제목에서 기획안을 뽑아낸다. 내 글을 한 줄로 무엇인지 정의할 수 있으면 좋다. 



9. 주제에 대한 이야기


맨 앞에 중간에 뒤에 한번 주제가 나와야 한다. 결론까지 이끌어가는 힘 있는 내용으로 쓰는 것. 

처음부터 그 주제를 파고 파고 또 파는 것. 



10. 논리의 나무 그리기  


기승전결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왜, 어떻게 

주장, 이유, 증명, 주장의 재강조&제언 



글에는 기승전결 규칙이 필요하다. 전형적인 보고서, 이메일, 논술에서 모두 통한다. 전부 읽었는데 궁금한 게 하나도 없는 글. 일과 관련한 글은 맨 앞에 주제가 나와야 한다. 주장, 주제, 왜라는 이유가 나와야 한다. 관념적, 피상적인 것들이 많다. 증명과 숫자가 나오고 이에 따라 제안한다. 



11. 일단 쓴다, 계속 보강한다 


과하게 조사하기, 사고하기 

무조건 쏟아내기 

어깨에 힘 빼기  



내가 조사하고 공부한 게 많으면 글이 무겁고 쫀쫀해진다. 그럼 주제가 사라진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면 힘이 빠진다.  



12. 때 빼고 광내고 솎아내기 


소리 내 읽어보기 

맨 앞, 맨 뒤만 읽어보기  

간결한가, 예리한가, 선명한가 

기억에 남는 한 문장이 있는가 

전체 구성 재검토하기  



글을 소리 내 읽어보면 리듬이 깨지는 곳을 느낄 수 있다. 리듬을 살리고 싶으면 별거 아닌 단어의 길이를 줄였다가 글의 맨 앞만 보거나 맨 뒤만 보고도 말이 되는지를 체크한다. 다 읽고 났는데 뭔가 논리가 흐려진 것 같으면 다시 써야 한다.  





나리 대표님은 강의를 마무리하며 내가 내 글에 만족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내 글에 100% 만족했던 적이 있었는지 생각해보면, 나는 늘 글을 발행하고 조금씩 수정을 하며 몰래 고치다가 한계를 마주하면 이내 포기했었다. 


글을 쓰는 헤이조이스 리포터로 커리어에 관련된 글을 꾸준히 쓸수록 좋아질 수 있다고 믿는다일을 하며 꾸역꾸역 쓰는 글은 나를 더 나은 성장을 이끌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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