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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민 Jan 15. 2018

좋은 콘텐츠 기획하는 방법 3가지

샵매거진 리뷰 코너 케이스 스터디를 통해 알아보는 기획하는 방법

샵매거진 리뷰 코너를 만들 때다. 왠지 잡지는 리뷰가 있어야 될 것 같으니 만들었던 것도 같다. 근데 이왕 한다면 좀 특별하고 싶었다. 생각해보니 샵매거진은 전자상거래 전문지. 단순하게 생각하면 사고 파는 것에 대한 잡지이며, 리뷰의 소재는 사고 파는 물건이다. 그럼 샵매거진의 리뷰라면 그 물건의 사용 경험이 아닌 구매 경험에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에 닿았다.


대부분 독자는 기자가 그 물건을 사지 않고 리뷰를 쓴다는 사실을 대강 알고 있다. 블로그 맛집 후기처럼 모두가 알아서 걸러 보는 게 리뷰 기사다. 좋은 상품이라는 말과 그래서 이 상품을 사야 한다는 말은 완전히 다르니까. 적어도 샵매거진 만큼은 후자인 ‘그래서 이 상품을 사야 한다’를 훨씬 중요한 가치로 여겨야 했다.  


네이버 블로그 맛집 후기를 볼 때 우리는 반쯤 걸러 듣는 필터가 자동으로 발동한다


구매 경험에 대한 리뷰는 화자가 전면에 드러나야 했다. 이 상품을 산 이유를 밝히는 것은, 내가 어떤 상황에 처해있다고 말하는 것과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화자의 나이・성격・취향・환경 등을 알려주면서 이 물건을 왜 사야 했는지 말하는 것이다. 일종의 정당화. 이를 통해 ‘이런 사람은 이 물건을 사야 한다’는 메세지를 자연스럽게 담을 수 있었다. 이러면 광고 기사로 활용하기도 좋다.



위 기획을 적용하면 어떤 구조가 잡힌다. 리뷰가 인물(기자), 갈등(문제적 상황), 극복(리뷰 상품)이라는 서사의 요소가 담긴 글이 되기 때문이다. 이는 내러티브를 특히 중요하게 여기는 종이 잡지의 특성에도 알맞고 리뷰 제품이 좀 짜쳐도 글빨로 커버칠 수 있어서 좋다(...). 지속가능성이야말로 특장점이다. 리뷰할 물건에 따라 똑같은 플롯에 인물과 갈등만 바꿔 끼우면 되니까.


다음 링크는 샵매거진 때 직접 쓴 전기 빨래건조대 리뷰다(goo.gl/ArPpbK). 이 건조대는 봉에 열선이 깔려서 전선을 꽂으면 뜨거워진다. 매력적인 상품이지만 아무래도 필수품은 아니고 가전제품 특성 상 수요층이 다소 적다. 앞선 기획이 없었다면 이 제품으로 기사 흐름을 잡기 힘들었을지 모르는데, 당시 난 반지하 월세집으로 이사한 직후라 내가 처한 상황이 곧 건조대가 필요한 이유가 됐다.


꿉꿉한 촉감과 퀴퀴한 냄새로 한겨울 빨래가 두려운 자취생에게 추천하는 물건이다


위 리뷰의 인물, 갈등, 극복을 정리해보자.


인물(화자): 반지하 월세집 자취남
갈등(니즈): 실내 습도가 높아서 빨래가 잘 마르지 않음
극복(물건): 영국산 전기 빨래건조대 구매


갈등과 극복의 연관성이 낮은 것 같으면 약을 좀 치면 좋다. 난 ‘특히 수건이 마르지 않음. 덜 마른 수건으로 몸을 닦으면 찝찝해서 다시 샤워하고 싶어짐. 악순환의 반복. 제습기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섬유가 상함’과 같은 갈등을 추가해 전기 건조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레이저 거리 측정기 리뷰(goo.gl/fccx9n), 헤어드라이어 리뷰(goo.gl/4hQJTx) 역시 이 기획에 맞춰 쓴 리뷰다.



좋은 기획의 조건 3가지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점은 세가지다.


첫번째. 매체 특성에 맞춘 기획이야말로 차별화한 콘텐츠 기획이다. 본 기획은 무엇보다 매체 중심적으로 고민한 결과다. 동시에 이런 콘텐츠가 늘어날수록 매체의 브랜드는 강력해진다. 특히, 종이 잡지는 '브랜드'가 '좋은 기사'에 우선한다. 책을 사줘야 기사가 읽히니까.


두번째. 지속가능한 기획일수록 좋다. 단발성 기획은 아무리 획기적이라도 업무 효율성이 떨어진다. 새 콘텐츠 제작을 위해서 매번 처음부터 기획을 다시 잡을 순 없다. 콘텐츠 제작자에게 시간은 금보다 값지다. 매체에서 질보다 양이 중요할 때는 의외로 매우 많다.


세번째. 구조적으로, 체계적으로 기획하자. 놀라운 아이디어나 매력적인 소재가 떠오르는 경험은 상상만큼 많지 않다. 오히려 굉장히 적다. 무엇보다 내가 핸들링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 이런 방법에 의존하지 말아야 할 이유다. 위 기획은 사실 매체의 성격과 특성, 리뷰를 대하는 독자의 특성, 지속가능한 코너를 만들자는 목표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만든 빈 틀이다. 어쩌면 모든 기획은 좋은 틀을 만드는 것이다.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마지막이다. 이런 기획은 돈 잘 버는 매체 만드는 것과 큰 연관이 없다(....).


원문: https://www.facebook.com/whale25/posts/2104854356401455?pnref=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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