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대로 사는 삶과 그렇지 않은 삶
일본에서 사람들과 약속 일정을 조율할 때 가끔씩 쓰는 말이 있다.
‘휴일은 캘린더대로에요!'
休日はカレンダー通りです!
말이 굳이 존재하는 이유는, 보통 그와 구분 지어야 하는 예외가 있기 때문이더라.
그렇다. 세상에는 달력대로 토요일 일요일에 쉬지 않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나는 대학생 때까지 '달력대로'의 일상을 보내왔던 터라 이를 인식할 기회가 없었다.
그렇게 인식하고 세상을 보니, 달력대로 쉬는 것이 주류인 듯 세상이 돌아가는 것 치고는 '달력대로 쉬지 않는 사람'이 꽤나 많더라. 나도 한때 그중 하나였다.
대학교 4학년쯤, 나는 졸업 직전까지 '하모니랜드(ハーモニーランド)'라는 산리오의 테마파크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헬로키티 마이멜로디를 만들어낸 그 산리오이다. 도쿄로 상경해 회사동료들에게 이 이야기를 하면 '오이타에 산리오 테마파크가 있다고?'라며 하나같이 놀란다. 도쿄와 오사카에 있었다면 모두가 알았을 것을, 도쿄 다음에 오이타가 올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하고 기억도 못하는 것이다. 그런 곳에 있는 테마파크였다.
한국의 놀이공원을 상상해도 그렇지만 이런 테마파크에는 휴일이 없다. 누군가는 크리스마스에 키티짱과 사진을 찍고 싶을 테고, 누군가는 새해 첫날에 춤추는 폼폼푸린을 보러 오고 싶을 것이다. 빨간 날 밖에 시간을 내지 못하는 현실에 타협하기 위함도 있겠지. 이를 위해 누군가는 그런 특별한 날과 규칙적인 휴일을 포기하고 출근을 한다. 출근을 하는 사람 역시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아무튼 하모니랜드는 새해 첫날에도 문을 열었다.
지금껏 '달력대로'의 일 년을 살아온 나는 새해 첫날에 일을 한다는 것이 상상이 되지 않았다. '모두가 쉬는 날 일을 해야 한다니 안타깝다'라는 어린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1월 1일에 출근을 해 줄 수 있냐는 연락이 왔다. 가족도 친구도 없이 어차피 홀로 시간을 보내야 했던 나는 출근을 하겠다고 답장했다. 그렇게 한 해가 저물고 다가온 2022년의 첫날. 나는 '새해 첫날인데 일을 해야 한다니' 하며 스스로를 안타까워하며 나를 데리러 오신 사원의 차에 몸을 실었다.
나의 업무는 기념사진 촬영과 사진 판매였다. 헬로키티가 사는 성에서 키티짱과 찍은 사진을 예쁜 배경에 합성해 판매하기도 했고, 하모니 트레인이라는 열차 어트랙션에 탑승한 승객의 사진을 찍어서 모은 스마일 파워로 열차의 원동력을 충전하기도 했다(나름 그런 콘셉트가 있었다). 우수한 아르바이트생이었던 나는 아르바이트생 중 유일하게 두 파트를 돌면서 점심시간에 사원들이 점심 먹을 시간을 만드는 역할까지 했다.
솔직히 그날 일했던 동안의 기억은 거의 없다. 사람의 뇌는 반복되는 비슷한 기억은 기억을 생략하기에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아마 그날의 기억도 그렇게 생략된 기억 중 하나일 테지. 평소와 다름없이 쿠로미 머리띠에 맞춰 검정과 분홍 혹은 보라색으로 차려입고 온 여자아이들을 귀여워하고, 하모니 트레인에 탄 아이들의 웃는 얼굴을 갈구하며 딸랑이를 흔들면서 '헬로~키티~~'를 외쳤을 것이다.
다만 기억에 남아있는 것은 퇴근길에 올려다본 하늘색이었다.
평소와 다르게 집 근처 마트에서 내려달라 부탁하곤, 그래도 새해 첫날이니까 라며 떡국 떡을 사들고 집으로 향했다. 바다와 육지의 경계 즈음, 그리고 그곳을 가로지르는 강 위에 놓인 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그때 올려다본 하늘은 묘한 색을 띠고 있었다. 분명 저 너머에 지는 해가 있겠지만 구름에 가려 흐릿하게 색만 물들어 보이는. 그런 하늘을 올려다보는 나는 잔잔한 보람을 느끼고 있었다. 노동의 보람이라고 해야 할까.
하늘은 뿌얬지만, 그날부터 내 세상은 더 선명해졌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이 날이 그날인 듯싶다.
그저 안타까워하며 스쳐 지나가던 '달력대로 쉬지 않는' 사람들이 '우리'로 보였다.
이들이 있기에 '달력대로 쉬는' 사람들의 쉼이 있는 거구나.
우리는 모두 다른 방식의 삶을 살고 있지만, 그 다름들이 모여 우리의 일상을 만들고 이 사회를 만들고 있구나.
세상의 해상도가 높아진듯한 기분.
미약한 노동력이지만 이 사회에, 더군다나 새해 첫날이라는 특별한 날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는 보람
그날의 난 이렇게 글로 남겼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