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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비서가 Mar 22. 2022

나와 너 사이에서 춤추는 하늘 바람과 별과 시(2)

관계를 읽는 시간(by 문요한)

너와 나 사이, 바운더리 세우기 
    

  관계를 읽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나의 바운더리를 공고히 하는 것이다. 

그러면 바운더리란 무엇인가? 저자는‘인간관계에서 나타나는 자아와 대상과의 경계이자 통로’라고 말한다. 그리고 가장 건강한 상태의 바운더리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바운더리는 자신을 보호할 만큼 충분히 튼튼하되 동시에 다른 사람들과 친밀하게 교류할 수 있을 만큼 개방적이어야 한다(p.62).     


  바운더리는 '나'와 '너'를 구분하는 경계이다. 

우리들은 흔히 내 생각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은 다른 사람의 생각이거나 내 욕구인 줄 알았는데 내 욕구가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내게 기대하는 욕구였음을 깨닫게 되는 경우가 있다. 

적절한 경계선을 설정하는 것이 나의 정체성과 자유의지를 보호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때 회피의 방어기제를 경계하고  피할 수 없는 '외로움'의 옵션은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그래서 하늘 바람이 너희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p.7).     

  

  저자 문요한이 프롤로그에 인용한 칼릴 지브란의 시(詩) 한 구절이다. 저자는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기 위해 대상 관계론 등의 심리학 이론과 함께 책 곳곳에서 시(詩)를 절묘하게 어우른다. 어려웠던 자신의 인간관계 경험 속에서 한 때의 해법으로 찾았던 ‘상대와 일정한 거리를 두는 것’에 빗대어 들려주고 있다. 


  정신과 의사가 되어서 이것이‘회피’의 다른 이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자조 섞인 고백을 하고 있지만, 책의 말미에서 말하는 성숙한 인간관계를 위한 자아확장의 경지에 이르기 위해 꼭 넘어서야만 했던 어떤 문턱이 아니었을까? 하늘 바람은 너와 나의 바운더리를 넘나들 수 있는 연결고리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바운더리의 효용성을 주장하면서 독자들에게 끊임없는 이분법적 변주를 들려준다. 건강한-불건강한, 과분화-미분화, 분리-연결 등으로. 그러나 이것은 어느 순간 연결과 통합의 조화를 보여준다. 이때‘변화’가 구현된다. 자아의 성장이라는 ‘미성숙한 희미함’의 혼란을 끝내 품어내며 결국은‘성숙한 희미함’으로 올라서는, 가장 ‘나 다운 나’로 서게 되는 순간, 그때 비로소 우리는 누군가와 함께 하는 관계의 진정한 기쁨을 알게 된다.


  이쯤에서 이런 궁금증이 생기지 않는가? 적절한 거리란 어느 정도의 간격을 말하는 걸까? ‘하늘 바람’이란 무엇을 말하는 걸까? 그리고 왜 춤춘다는 표현을 가져왔을까? 무엇보다 가장 궁금증을 자아냈던 것은 이것인데, 왜 관계를 읽는다고 말하고 있을까? 마음속에 떠오른 질문들을 안고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저자 문요한은 정신과 의사이자 작가이다. 의사 문요한은 이제 더 이상 환자 진료를 하지 않는다. 대신 원하는 사람에 한해 상담을 하고 있다. 현재는 심리학 학문공동체 정신 경영아카데미(심학원) 대표이다. ‘의사’보다는 '자기 돌봄'을 주 연구주제로 삼고 있는 ‘성장 심리학자’로 불리길 원하는 것 같다. ‘변화경영’의 대가 故구본형 소장의 제자들 중 한 분이라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글에서 변화와 성장의 가능성의 끈을 놓치지 않고자 하는 모습이 보인다.     


(다음 글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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