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앞에 앉은 아버지와 병상 앞에 설 나

6월, 아버지의 수술을 앞두고 '그 아버지에 그 아들'

by 김이곤

1. 오랜만에 브런치스토리에 들어왔다. 다들 올해 목표는 어느 정도 세우셨을지, 벌써 유월이니..어느 정도 이루셨는지. 마음의 여유가 없어 글을 못 썼다. 핑계일지도 모르겠으나, 억지로 여유를 갖고 브런치스토리에 들어오려 하다가도 딱히 글을 올리고 싶진 않았다.


2.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가 아프다. 편찮으시다. 곧 ‘큰’ 수술을 앞두고 계신다. 암은 늘 나와는, 우리 가족과는 관계가 없을 거로 생각했는데 올해 초 판정받았고, 내일부터 입원하신다. 무섭기도 하다. 기도를 드리듯 얌전히 앉아 수술을 기다리는 게 최선이겠지.


3. 생각보다 고통은 크다. 나는 아버지의 고통을 알 수 없다. 다만, 아버지의 고통을 바라보며 함께 아파하는 엄마, 또 그걸 바라보는 나 자신의 고통만 알 수 있다. 엄마도 이번에 많이 아파하셨고, 몸도 많이 상하셨다.


4. 아플 때만 보이는 것들이 있다고 하던데 말이다, 참 많이 보인다. 정말 마음에 와닿는 ‘철렁’ 내려앉을 정도로 뭉클하고 고마운 위로들이 보였고, 또 그저 남처럼 건네는 실망스러운 사람들(‘남’이니까 당연한 거지.. 기대한 내가 바보였다 싶어 쓴웃음난 났다)도 보였다.


5. 작은 슬픔은 말이 정말 많지만, 큰 정말 큰 슬픔은 말이 없는 법인가 보다. 굳이 말을 하고 싶지도 않다.


6. 그래도 찰나의 순간 내게, 우리 가족에게 다가와 따뜻한 진심을 건네준 사람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이번 아버지의 수술을 계기로 난 조금 더 성장할 것 같다. 그리고 진심을 건네준 그들의 마음과 감사함을 계속해서 기억하리라.


▲ 내가 6살 때쯤, 아버지와 독수리를 보러 갔을 때 찍은 사진이다

7. 사실 적고 싶은 말이 정말 많다. 느낀 게 정말 많기에. 목구멍까지 차올라오는 말들을 조금 아꼈다가 천천히 브런치에 더 적어보려고 한다. 그동안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잘해왔고, 엄만 엄마대로, 난 나대로 잘했다. 카리는 카리대로!


8. 아버진 아픈 와중에도 저녁마다 TV 앞에서 내 뉴스를 챙겨보셨다. 세상의 어떤 뉴스보다 더 큰 의미를 두셨다. 뉴스로 세상을 기록하듯, 아버진 나를 보는 그 마음으로 자신의 세상을 견디고 있었다. 그래도 날 응원한다는 말로 다 못 담는 깊은 사랑 같았다.


9. 그래서 더 열심히 일했다. 그냥 ‘사랑’. 자식이 만들어내는 말 한마디를 놓치지 않고 챙겨보시는 건.. 기특하고 대견함을 넘어서 날 믿고 끝까지 응원한다는 것 같았다. 예전에 내가 군대에 갈 때, 아버진 같이 삭발했다. 엄만 아버지와 나의 삭발에 연신 한숨을 쉬었던 기억이 있다. 그때 역시 날 향한 응원이었으리라.


10. 어쨌든 CES에 해외 출장을 다녀온 것도, 꽤 무게가 나가는 소재를 캐릭터 중심으로 펼쳐 나가 기사를 이끈 것도! 아빠가 볼 거라는 생각에 더 열심히 일한 덕분에 민방 베스트 기획보도로 SBS 본사에서 상도 받았다. 기뻤다. 영어 말하기 대회에서 상을 받고 신난 초등학생처럼 상 받고 자랑했던 그 순간이 정말 기뻤다.


11. 어쨌든 그 순간은 지나갔다. 무엇보다 이런 순간들을 느낄 수 있게 해 준 가족에게, 또 이번에 힘이 되어준 모두에게 참 많이 감사드린다. 우리 아버지도 수술을 잘 마치고 오실 거다.

12. 우리 아버진 나의 브런치스토리 구독자다. 오늘도 알람이 울리면 제 글을 읽으실 우리 아버지, 김재학 씨. 가장 진한 응원 속에서, 이번엔 제가 아버지를 깊게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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