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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민혜민 Mar 14. 2022

2021 케이팝 찬가 (1)

가사와 메시지가 좋았던 노래들

춘분이 가까워오고 있는 지금.. 2021 결산을 안 한 게 너무 뒤통수가 땡겨서 도저히 못 참겠다. 좋았던 것들을 좋았다고 더 자주 이야기하겠다고 마음먹었으니 열심히 써야지!

그런데 쓰다 보니 정말 너무하다 싶게 스크롤이 길어졌다. 어쩔 수 없이 세 개의 글로 나누어 업로드한다. 그리하여 글 하나당 10~15곡 정도를 소개할 것 같다.


(1) 가사와 메시지가 좋았던 노래들



- Celebrity - 아이유 ; 2021.01.27 공개 (정규 5집 선공개곡) 2021.03.25 발매

    

    아이유의 노래로 시작한 2021, 정말 행복했다. 정규 5 앨범을 통째로 리스트에 올리는 대신 Celebrity 꼽은 이유는,  곡이 가지고 있는 긍정성이  앨범의 정체성을 요약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서른을 맞은 아이유는 1 내내 분주히, 쉬지도 않고 노래를 발표했다.  노래들은 전부, 아이유의 20대와 대한민국의 2010년대를 대변하는 노스탤지어 가득한 노래들이었다. 아이유가 대중들에게 각인되는 계기를 만든 노래들을 생각하면 실제로 노스탤지어가 중심에 있다. 사람들은 추억을 사랑한다. 그러나 그것보다  사랑하는  미래에 대한 긍정적 예측이다. 아이유는 우리에게 그걸 선물한다. 이전의 나에게 충분한 칭찬과 인정을  후에, 그럼에도 앞으로의 네가    것이고  빛날 것이라고 힘을 불어넣어주는 것이다.  덕분에 사람들은 지쳤다가도 다시 어깨를 펴고, 다시 "왼손으로 그린 별자리" 되어 나름대로의 삶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음악이 우리에게   있는 가장  효과  하나 아니겠는가. 자기 긍정 말이다.

    



- Beautiful Beautiful - 온앤오프 ; 2021.02.24 발매

    

    발매 당시보다 연말에 더 많이 듣게 됐던 곡이다. 청춘 찬가라는 앨범 소개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 요즘 들어서 청춘이라는 말을 쓸 때 순전한 기쁨만으로 쓰기가 어려워진 건 사실이다. 나 자신도 요즘 내 청춘에 좋아할 만한 구석이 많이 있는지 의문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그래도 청춘은 역시 상찬해야 마땅한 시기다. 아름답고 눈부신 때여야 맞다. 온앤오프는 꾸준히 청춘의 이미지를 재현하기 위해 노력해온 팀이고, 이들의 관점으로 해석된 청년기가 나는 꽤 마음에 든다. 예술적이고 경이로운 청춘을 호들갑스럽게 기념하는 이들에게 즐거운 마음으로 동참하고 싶다.

    



- Like Water - 웬디 ; 2021.04.05 발매

    

    웬디의 솔로 앨범이 공개된다는 소식은 그야말로 내 세상의 핫이슈였다. 웬디의 회복과 방송활동이 그저 기적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웬디가 방송국과, 음악과 다시 화해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조차 미안한 일이었다. 그런데 웬디는 정말 다행히, 건강한 모습으로 앨범과 함께 찾아와 주었다. 그것도 위로와 치유의 메시지로 가득한 앨범과 함께. Like Water의 화자는 스스로 회복을 겪어본 사람이고, 그 경험은 세상 모두에게 흘러들어 더 큰 사랑과 경이의 공동체를 만들어갈 것이 분명해 보인다. 웬디가 아닌 다른 사람이 부르는 게 상상이 되지 않는 넘버라고 생각했다.

    



- WE GO - 프로미스나인 ; 2021.05.17 발매

    

    요즘에는 내게 아이돌 노래를 추천해달라는 사람이 별로 없다. 이제 다들 웬만큼 안다 이거지? 그렇지만 나 나름대로는 머글들에게 한번쯤 추천하고 싶은 노래들의 리스트를 언제나 품에 품고 있는데 ㅋㅋㅋ 2021년에는 그 리스트 1번에 WE GO가 있었다. 코로나 시국에 지쳐 있는 모두가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를 꼭 한 번씩 봤으면 좋겠다. 이 시국 방구석 여행을 떠나는 너 나 우리의 모습이 그 안에 있다. 이 뮤비 제작진이 분명 줌이나 인스타그램, 그로부터 파생된 1020 하위문화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서 새삼스럽게 반갑고 또 흡족했다. 오해 또는 몰이해를 바탕에 둔 창작물이 잘 나올 리 없고, 그런 하급의 뮤직비디오로 발목 잡히기엔 너무 잘 하는 팀이고 너무 좋은 곡이기 때문이다.

    



- Hello Future - NCT DREAM ; 2021.06.28 발매

    

    신도시 키드들의 반전평화 메시지... 다들 어때? ㅋㅋㅋㅋㅋ 솔직히 나는 너무 귀여웠다. 물론 기만이지, 그렇지만 누가 봐도 판타지 세계잖아! 게다가 너무나 영리하게도, 드림 멤버들에게 지구인 역할을 맡긴 게 아니고... 지구의 평화를 지켜주러 온 외계인 역할을 맡김으로써 최소한의 설득력은 획득했다고 생각하는데 또 내가 팔이 안으로 굽는 건가? 아무튼 Hello Future 가 드림이 낼 수 있는 아웃풋의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어서 나는 이 앨범을 정말 좋아했다. 타이틀곡에서 마크의 랩핑과 해찬의 보컬, 제노 재민의 캐릭터성과 런쥔 천러 지성의 음색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느냐를 보면 정말 감탄스럽고, 뮤비와 무대의 만듦새도 투자한 가치가 있게 정말 말끔하다. 이번이 겨우 정규 1집이라는 게 미치도록 아쉬웠지만, 1집을 이렇게 마무리할 수 있단 것이 모두에게 허용되는 행운이 아님은 분명하다.

    



- 구원자 (Feat. B.I) - 이하이 ; 2021.09.09 발매

    

    이하이의 쏘울 음악은 영혼을 구원한다고 쓴 적이 있다. 공개적으로 발행한 적은 없던가? 뭐 어쨌든. AOMG로 옮긴 뒤 제대로 된 쏘울을 하지 않을까 싶어서 큰 기대를 안고 있었는데, 쏘울에 더해 딱 지금 감성에 맞는 알앤비 곡들로 채워진 앨범을 발매했다. 그런데 독특하게도 이하이 본인의 정신세계는 여전히 잘 모르겠는데... (사실 소속사를 옮기면 자전적인 곡들이 와장창 쏟아질 줄 알았던 사람ㅎ) 그런 와중에 구원자를 들으면서 그나마 힌트를 얻었다. 이하이에게 가장 큰 그리고 아티스틱한 영감을 주는 존재 중 비아이를 빼놓을 순 없었던 것 같다. 비아이의 마약 투약 관련 재판이 있던 시기에도 이하이는 비아이에 대한 고마움을 감추지 않았고, 앨범에서 중요한 위치라 할 수 있는 첫 트랙에 비아이의 곡인 구원자를 배치했고, 뮤직비디오 역시 두 사람의 상호작용을 중심에 둔 서사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나는 비아이를 존중하고 호명하는 이하이의 태도를 보면서 오히려 이하이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는 사람이 사람의 구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일 것이다. 그는 자신에 대해 떠벌리고 알아달라 갈구하는 사람이 아닐 것이다. 자신의 친구와 동료들에 대한 의리를 중요하게 생각할 것이다. 그게 가슴 아프기도 하고 또 이해도 되어, 이 노래를 소중하게 여기게 되었다. 아마 이하이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만큼에는 못 미치겠지만 내게 2021년의 가장 중요한 노래 중 하나로 기억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와 별개로 구원자는 정말 좋은 트랙이다. 단순한 구성에도 불구하고 담고 있는 감성이 풍성해서 상상력을 자극한다. 그리고 절박하고 순수한 두 사람이 서로에게 매달리는 절실한 사랑을 하는 모습 자체가 사람에게 카타르시스를 주지 않나. 그 결말이 비극적이라 해도, 끝까지 지켜보게 만드는 흡인력이 있다.

   



- LALISA - 리사 ; 2021.09.10 발매


  철학적이고 현학적인 비평을 하다가도 다 집어치우고 말초적인 즐거움을 일번 가치에 두고 싶은 욕망을 느끼는데, LALISA를 들을 때의 기분이 그러하다. 내가 이래서 케이팝을 듣지! 라는 생각을 가장 강렬하게 자극하는 곡이 바로 이런 류의 곡이다. 가사가 발음되는 방식을 중심에 둔 작사, 퍼포먼스의 기승전결을 염두에 둔 작곡, 아이돌 본인의 이미지에 업혀 가는 컨셉, 그런 것들이 모여 ‘인기’ 자체를 향해 질주해가는 케이팝 말이다. 어쩌면 이게 케이팝의 본질일지 모른다고 느껴지는 케이팝 말이다. 이 노래는 정말 신나고, 가수 본인의 캐릭터성을 강력하게 어필하는 데 성공했다. 이보다 더 성공적인 솔로 데뷔는 없을 것이다. 태국 문화를 철저하게 재현하는 데 성공한 뮤직비디오가 태국 국민들의 큰 지지와 감동을 이끌어냈다는 점까지 합쳐서 말이다.



(2) 곡과 퍼포먼스가 좋았던 노래들 (3) 장르적 의미가 있는 노래들 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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