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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민혜민 May 14. 2024

“할 거면 제대로”

도영 첫 번째 앨범 〈청춘의 포말 (YOUTH)〉 리뷰

도영 첫 번째 앨범 〈청춘의 포말 (YOUTH)〉 음원 발매 당일에 아직 앨범을 못 받아서, 일단 첫인상부터 남겨놓고 이후에 CD로 들어보며 리뷰를 쓰기로 했는데, 그 결정은 매우 적절했다! 스피커로 들을 때 전혀 다르게 들리는 음악들… 이럴 때 너무 설렌다. 그리고 첫 트랙부터 마지막 트랙까지 쭉 이어서 들을 때 찾아오는 감동… 데뷔 이후 지금까지 도영의 행동을 수식하는 말이 “할 거면 제대로”라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이 앨범이야말로 그 말의 정수인 것 같다. (그래서 내 리뷰도 제대로. 공백 포함 5,585자로 준비했습니다)


도영 '청춘의 포말 (YOUTH)' - Album Details (포말 ver.) (출처: SM엔터테인먼트)

앨범을 받아서 뜯어 열자마자 후두둑 떨어지는 도영의 마음이 귀엽고 또 웃겨서 한참을 웃었다. 앨범에 대한 소개를 그렇게 열심히 앨범 커버에 적어두었으면서, Thanks To Letter 따로 있고, 트랙마다 또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Writing Book까지 같이 동봉하는 이 정성. 어떻게든 이 노래들을 잘 봐주었으면 하는 그 마음. 이 앨범이 당연한 게 아니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어서, 사람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서, 좋은 곡이 10곡이나 모였다는 사실에 감격해서, 아무튼 그 모든 이유로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은 청년 ㅋㅋㅋㅋㅋ

창작자가 창작물에 대해 자세히 설명할수록 감상자가 가지는 해석의 자유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괜찮은 걸까?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도영이 쓴 노트들은 정말 ‘마음’을 흘러넘치게 담고 있을 뿐, 듣는 사람의 심상에 개입하는 느낌은 없다. 그 점이 너무 재미있다. 노트를 읽고 느껴지는 감상은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많았구나…” 정도이고, 음악을 들으면서 느껴지는 감동이 훨씬 크다. 사실 이 청년, 아직은 자신의 마음을 적확하게 담는 문장을 쓸 만큼의 문장력은 없는지도? 아니면 가사로 최대한을 쏟아내서 막상 결과물에는 덧붙일 말이 없었는지도. 어쨌든, 앨범 구매자들에게 이렇게 쏟아낼 정도로 흘러넘치는 마음들이 준비 단계에선 얼마나 쏟아졌겠는가. 그것들을 잘 갈무리하여 멋진 앨범으로 만들어낸 도영과 제작진 모두 대단하다.


아, 다시 들어도 정말 구성이 아름답다.

트랙 1-2-3의 청춘-청량-출사표 밴드 곡들, 트랙 4-5에서는 귀여운 사랑 노래, 트랙 6-7에서는 보컬로 본때를 보여주는 발라드, 그러다가 트랙 8-9-10에서 방황~위로~작별 노래들로 엔딩. 이 순서대로 콘서트 셋리스트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렇게 안 하려고 노력하겠지만.


노래도 좋은 노래들 너무 잘 골라 넣었는데,

그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곡을 꼽아보라고 하면 Track 10. 댈러스 러브 필드 (Dallas Love Field) - Track 01. 새봄의 노래 (Beginning) - Track 04. Time Machine (Feat. 태연, 마크) 셋 중에 하나로 답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서 들을 때마다 좋아요 누르는 곡은 Track 06. 끝에서 다시 (Rewind) ㅎㅎ

댈러스 러브 필드 - 일단 첫 소절 들어갈 때의 청량함이 짜릿하고, 발음을 적당히 흘려가며 자유로운 느낌으로 부르는 것도 좋고. 애니메이션 주제가 같은 느낌이라 재밌는데, 중간에 합창 나오니까 괜히 벅차고…. 그리고 “아름다운 것들을 만났어” 라는 가사가 너무 짜증나게 좋다. 여행 끝의 공항에서(‘댈러스 러브 필드’가 공항 이름이라고 한다) 헤맴 끝에 아름다운 것들을 만났다고 스스로에게 만족하며 마무리할 수 있다면 그만큼 좋은 엔딩이 있을까. 막 달려가다가 뚝 끊기는 것도 왜 이렇게 미련 없어 보이고 좋은지. 어떤 앨범이든 첫 곡만큼이나 마지막 곡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너무나 만족스러운 곡이었다. 앨범 전체 통틀어서 지금까지 제일 많이 들은 곡인 것 같다.

새봄의 노래 - 어떻게 안 좋아할 수 있을까. 이건 꼭 고음질로 조용한 데서 들어봐야 한다. 라이브로 부르는 것에 가장 가까운 도영의 목소리가 이 곡에 담겨 있다. 게다가 스케일이 이렇게 큰데 시끄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냥 너무 감격스럽고 아름답고…. 솔로 앨범 첫 곡에서 “온 세상을 가득 벅차게 노래할 거야”라고 노래하니 가슴이 벅찰 수밖에. 도영 버전 Part of Your World (인어공주 OST) 이고, How Far I’ll Go (모아나 OST) 라니까. 완전 출사표라니까.

Time Machine - 마크의 보컬을 꼭 넣고 싶었던 욕심, 그것도 마크가 직접 가사를 쓰게 해서 잘 살리게 하고 싶었던 욕심, 너무 좋아하는 여자 보컬 태연의 목소리를 자기 앨범에 꼭 넣고 싶었던 욕심, 그런 욕심들이 너무 많이 들어 있는 노래여서 귀여워서 자꾸 듣게 된다. 첫 소절 마크 보컬이 정말 너무 좋기도 하고, 마지막 소절의 도영-마크 하모니가 딱 내가 좋아하는 음역대에 딱 내가 좋아하는 합이기도 하고, 마지막 가사에 들어간 “meant to be”라는 가사를 보며 마크가 입버릇처럼 말하는 ‘운명’이라는 단어가 떠올라서 웃게 되기도 했고.

끝에서 다시 - 앨범 전체 트랙을 돌려 들을 때마다 이상하게 하던 일을 멈추고 귀 기울이게 만들었던 노래. 후렴구 “우리의 마지막이 시작되고 있어” 부분에서 허스키하게 나는 소리들이 너무 좋고, 피아노 반주가 멈추고 그 빈 공간에 목소리가 꽉 채워지면서 생기는 공명감도 좋고. ~하고 있어 라는 어미가 반복되는데 그걸 매번 다르게 부르는 게 다음 소절을 기다리게 만든다. 그냥 이 노래 들을 때는 ‘와 진짜 노래 잘한다’ 하는 생각만 들고 손 모으고 동경하면서 듣게 된다… 멋있어서 가슴 뛰어… 콘서트에서 이 노래 불러줄 거지? 나 기대한다….


그리고 "청춘의 포말"이라는 앨범의 전체 주제가 쭉 연결되어서 너무 좋은데, 

그럴 수 있었던 건 처음부터 주제를 잘 잡았기 때문이다. Intro Film에서도 묘사되었지만, 포말로 알알이 부딪히는 그 물방울 하나하나에, 청춘을 이루는 수천수만 개의 순간들이 담길 수 있는 것이기에… 만남, 사랑, 작별, 회상, 성장 등등을 한데 묶으면서 쭉 가져갈 수 있는 주제여서 좋았다. 그리고 앨범 재킷 구상할 때 이미지 만들기 너무 좋았을 것 같아! 파도, 포말, 바다, 물방울… 그냥 찍기만 해도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들이잖아! 

"DOYOUNG 도영 '청춘의 포말 (YOUTH)' Intro Film - 새봄의 노래" 화면 캡처


마지막으로, 이 앨범이 내가 알던 “도영”과 일직선상에 있어서 좋았다.

데뷔 이후 그를 꾸준히 지켜봐 왔던 사람으로서……. 그가 아이유, 태연, 백예린, 이소라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아는 사람으로서……. 서정적인 멜로디와 가사, 너무 예상했다. 그의 주변 사람들이 그의 밴드부 시절 보컬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기에….. 밴드 사운드, 완전 예상했다. 그리고 그가 사람 챙기는 것을 거의 자기 사명으로 여기며 오만 데에 마음을 쓰고 다니는 것을 익히 들어왔기에… 누군가와 협업한 곡들도 많겠구나, 당연히 생각했고. (새봄의 노래는 Love Wins All의 작곡가인 서동환과 협업, 반딧불은 밴드 LUCY 조원상과 협업) 영어 아닌 우리말로 노래를 쓰고 싶었을 것 같고…. (팬레터에서 영감을 받아 나의 바다에게 작사) 춤은 안 추고 싶어 했을 게 뻔하고…. (안무 없음, 숏폼 챌린지 없음)

그렇게 미리 예측했던 것들이 많이 맞아서 즐거웠는데, 한편으로 의외였던 것도 많았다. 페스티벌 무대를 결심했다는 거? 자기 팬이 아닌 사람들 앞에서 긴장하는 성격에, 되게 큰 용기였을 것 같고. 대놓고 청춘을 주제로 잡았다는 거? 평소에 빨리 나이 들고 싶다고 하지 않았어? 여행, 방랑 이런 거 안 좋아하지 않았어…? 싶어서 의외였는데, 앨범에 대해 설명할 때 자기 청춘을 가수 생활과 연결 지어 설명하길래 조금 이해가 갔다. ‘포말에 의해 깎이는 해안선처럼 우리도 젊은 날 여러 일을 겪으며 자신이 만들어지는 것 같다’며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는데 퍽 진심 같았고, 꽤 와닿았다. 그에게 청춘은 자유로운 해방의 시기가 아니라, 깎임과 성장의 시기인 듯하다.

도영이 가수라는 직업을 좋아하면서도, 영원하지 않을 지금을 불안해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가끔 했다. 생각 많고 섬세한 사람이라는 느낌도 받았다. 어떤 아티스트들은 ‘내 음악 하고 싶어서’ 가수를 할 텐데, 그는 ‘들어주는 사람이 있어서’ 노래를 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해왔다. 아마 그래서 내 예상보다는 자전적인 노래가 적은 것 같다. 들어주는 사람들이 고마우니까, 최대한 다양한 음악을 들려주고 싶었나 보다. 자기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만큼, 남들이 기대하는 자기 모습도 충족시켜 주고 싶었나 보다. 그래도 진짜 하고 싶은 말은 Track 03. 나의 바다에게 (My Little Wave) 가사와 제일 가깝겠지? “사실 나는 말이야 / 그렇게 다른 사람이 아니야”라면서 "난 네게 기대는 사람이야" "너만은 나를 세게 안아줘" 라는 말로 깎이고 꺾이는 마음을 털어놓고 공감받고 싶은 그 마음. 타인으로부터 요구받는 것보다는 자기가 자기한테 해주고 싶었던 말들로 채우다 보니 이만큼의 결과물이 나온 것 같고, 그 결과 앨범 전체에 내가 봐 왔던 도영의 얼굴들이 그대로 담겨 있어 내게도 너무 소중한 순간의 기록이 되었다.


이번 〈청춘의 포말〉 들으면서, 기현의 ‘Youth’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기현의 노래에서 느껴지는 자의식은 도영의 것보다 훨씬 선명하고 직관적이어서, 각자의 성향이 드러나나 싶은 생각도 들고 ㅎㅎ 만약 기현이 그 앨범 전체에 자전적인 주제의식을 조금 더 담았으면 지금 〈청춘의 포말〉 전곡 듣듯이 다른 곡들도 더 많이 들었을 텐데! ㅎㅎ 결국 나는 이런 주제들을 좋아하나 보다.

몇몇 곡들에서는 도영이 좋아했던 아이유의 노래들, ‘아이와 나의 바다’ ‘이름에게’ ‘Love Wins All’ 등이 준 영향들도 분명히 느껴지는데 도영답게 잘 풀어갔다는 생각이 들어서 괜히 기특했다. 그래 당신의 길을 가도록 하세요…

그리고 상반기에 발매된 같은 팀의 다른 멤버들 솔로 앨범도 생각이 많이 났는데... 텐의 〈Nightwalker〉는 아예 환상 속의 세계관을 만들고 인간 텐으로서의 자전적 이야기는 과감하게 빼버린 경우고, 태용의 〈TAP〉 그리고 첫 콘서트 〈TY TRACK〉은 자기 이야기 100%를 똘똘 뭉쳐 내놓은 경우인데, 도영은 인간 김동영의 취향과 가수 도영의 청춘 서사를 같이 결합해 반쯤 자전적인 앨범을 만들었다. 같은 NCT 안에서도 이렇게 다른 솔로 앨범이 가능하다는 것이 너무 즐겁고, 다음에 나올 마크의 솔로가 기대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사실 앨범은 전반적으로 따뜻하지만 나는 포말의 쓸쓸함과 덧없음도 생각하게 된다. 청춘의 한 순간들을 아무리 붙잡으려 해도 금방 과거가 되어버린다는 점에서,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비산할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포말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도영이 이것까지 의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 사라질 것이기에 지금 더 열심히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 파도가 와서 산산이 부서지더라도, 후회는 없게.

도영은 이 앨범으로 우리 모두의 청춘을 응원하고 위로하고 싶다고 했는데, 만약 나의 청춘의 포말을 헤아려본다면, 그 물방울 하나하나에는 아마 이 친구들을 응원했던 시간들이 꽤 많이 들어있겠지. 내가 네 시간 동안 글을 쓰고 있지만 알지도 못하고 읽지도 못할, 젊다 못해 어린 날들에 눈부시게 사랑받아서 아직 나이 들지도 않았을 때부터 청춘이 지나갔다고 느끼게 될, 나와 다른 세상을 살지만 내 세상의 일부가 된 도영 그리고 엔시티 친구들. 내 안에 너 있다….. 아니 내 포말 안에 너네 있다…. ㅋㅋ


하늘 아래 완전히 새로운 것 없다지만, 내가 애착을 가진 사람들을 통과한 빛들은 그래도 조금씩은 다른 색으로 빛나고, 그 장면에 대한 기대가 미래에서 나를 끌어당긴다. 일상이 지루해질 때, 나를 당기는 힘이 어디에선가 뻗어 나온다는 것이 지극히 다행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제목 바탕 이미지 출처 : X (구 트위터) @NCTsmt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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