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지금의 나로 충분하고 싶다

피오나 작가를 통해 나의 글쓰기를 돌아본다/『나를 위한 그림책』

by rosa





책을 읽는다는 것



어린 시절 활자의 매력에 빠져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던 그때의 행복은 평생 내 삶에서 떼어내지 못하는 습관이 됐다. 책을 무한정 구입할 수 없었고 공공도서관조차 없었던 시골 중학생. 나는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보수는 머무는 시간 동안 아무런 간섭 없이 책을 보는 딱 한 가지였다.

눈 쌓인 거리를 걷다 넘어져도 내 무릎보다 먼저 살폈던 작은 책 한 권에 미소하던 그 시절. 나는 항상 부유하다 느꼈다. 싱글 맘으로 살기 팍팍했던 시간에도 어린 자식들과 도서관 구석에 묻혀 있다가 문득문득 서로를 바라봤던 그 시선. 그때를 기억하는 지금도 나는 같은 행복을 느낀다.






곧 할머니가 될 나이에 작가가 되었다. 늦은 나이지만 독서모임을 하고 글쓰기 강의를 듣는 동안 나는 더 바랄 것이 없다. 넘치는 열정은 언제나 오렌지 빛깔이기에 따뜻함이 가득하다. 유난히 무더운 올해 여름, 기상관측 이후 최고로 힘든 여름이라지만 도서관에 묻혀 책장을 넘기면 이렇게 훌륭한 피서가 없다.


‘피오나’라는 필명을 쓰는 ‘임리나’ 작가를 만난 것은 내 독서에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는 귀중한 인연이 되었다. 작가의 글쓰기 클래스에 참여하며 우연인 듯 필연으로 접한 작품을 통해 나의 글쓰기가 오아시스를 만난 기분이랄까. 그녀의 작품을 접하며 인간관계의 아이러니를 생각했다. 『딱 그놈과 결혼을 이루다』에서 만난 '이루다'와 '이루까'. 주인공인 ‘한공주’와 ‘이세남’보다 내 관심이 더 가는 지점에 요정 커플이 있는 것도 흥미롭다. 세상은 주인공이 아니어도 오히려 중요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나의 생각에 작가는 공감해 줄까?






그렇게 첫 책을 만난 후 다시 나를 이끌어 이 글을 쓰게 만든 피오나 작가의 두 번째 책은 『나를 위한 그림책』이었다. 특히 책의 서문에 ‘찰리 맥커시’의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에 대한 언급을 보며 나는 이 글을 쓰고 있다.

독서토론 모임에서 그 책을 읽으며 ‘삶이란 무엇인지,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거듭 생각했던 일 년 전이 떠올랐다. 50-70 독서동아리를 통해 우리는 벽돌 책이라 불리는 고전들을 읽고 있었다. 혼자서는 엄두가 나지 않던 책이지만 함께 라는 무기를 가지고 우리는 전투를 치르듯 고전을 읽었다. 그러던 어느 날 모임에 최고 연장이신 선생님이 휴식처럼 추천했던 책이 바로 이 책이었다.


'찰리'는 친구와 함께 ‘용기란 도대체 무엇인지’에 관해, 그동안 했던 가장 용감한 일은 무엇이었는지’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에게는 가장 힘든 시기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한 것이야말로 가장 용기 있는 일이었음을 깨닫게 된다는 짧은 이야기와 그림들.


지금의 나로 충분하다는 것.

삶은 힘겹지만 난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며 행복과 눈물이 교차했던 시간을 ‘피오나’ 작가를 통해 상기할 수 있어서 기뻤다.



'사람들은 글을 쓸 때 잘 쓰는 것만 생각할 뿐 의식의 흐름대로 쓰거나 솔직한 자기 얘기를 쓰는 것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다. 다시 말해 글을 쓰면서도 타인을 의식하고 또 어떻게 자기 자신을 의식하고 또 어떻게 자기 자신을 잘 표현할까 생각하느라 정작 자기 자신을 솔직히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진짜 좋은 글이란 자기 자신에게 솔직한 글이라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나는 알면서도 미처 실천하지 못했던 솔직한 글쓰기를 통해 나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었다.' 『나를 위한 그림책』(2020)



글을 쓰면서 점점 더 나를 잃어가는 것 같아서 안타까운 경험이 있다. 자신감이 떨어지고 초라한 나를 자꾸만 확인하며 잘하고 있는지 반문한다. 진짜 어른이 되는 시간 『나를 위한 그림책』을 읽으며 다시 도전할 용기를 얻는다.


여전히 슬픈 얼굴을 하고 펜을 들어 글을 쓰는 작가가 스스로 슬픔을 극복하는 중이듯 나의 습작이 온전히 나를 그려 낼 수 있도록 조금 더 솔직하고 당당한 작가로 살아보자 다짐한다.



지금의 나로 충분하다 할 때까지 열심히 해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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