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냐 실리냐 이것이 문제로다

역사는 미래를 볼 수 있는 거울이다/ 사마천 사기(史記)

by rosa



역사는 미래를 볼 수 있는 거울이라고 했다.


사기(史記), 중국 전한 시대의 사마천이 지은 이 책은 상고시대의 황제로부터 사마천이 살았던 당시 한무제(漢武帝)에 이르는 약 3천 년 전의 역사 속 유명인물을 중심으로 기록한 역사책이다. 사마천은 부친의 뒤를 이어 사기를 저술하는데 도중 흉노족 정벌에 나섰다가 한무제의 노여움을 사 궁형에 처해진다.


“내가 죽거든 너는 향을 사르고 절할 생각만 하지 말고 공자의 춘추를 이을 책을 쓰라.” 는 부친의 유언을 받들어 치욕의 세월을 살면서 사기를 완성한다. 이는 본기, 표, 서, 세가, 열전으로 모두 130편으로 이루어졌고 기전체형식으로 서술된 최초의 역사서로 그 의미가 크다.


많은 고사성어가 탄생한 배경이 되는 열전을 중심으로 읽어본다.

사마천은 《사기열전》(서해문집, 2006년 이후 생략)의 첫 편에 백이 열 전을 실었다. 백이, 숙제의 의로운 삶에 비춰 사마천 자신의 불행한 삶을 투영하려는 의도가 있지 않을까.


고죽국 군주의 아들인 백이와 숙제는 왕위를 거절하고 주나라로 몸을 피해 서백창을 찾아갔으나 이미 그가 죽고 그의 아들 무왕이 왕위에 올랐다. 무왕은 아버지의 위패를 말에 싣고 상나라 주왕을 치려했다. 백이, 숙제가 말고삐를 잡고 만류하며 자식의 예를 먼저 갖추라고 꾸짖었다. 일신의 안락한 생활 대신 죽음을 불사하며 권력과 항쟁하고 마침내 청렴한 의지를 실천으로 보이는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이 돋보이는 장면이다.


‘무왕은 폭력을 폭력으로 바꾸었건만 그 잘못을 모르는구나.’ 《사기열전》14p.라고 한탄한 그들은 권력과의 타협을 거부하고 의를 선택한다. 수양산으로 들어가 고사리로 연명하다 생을 마감하는 백이, 숙제를 통해 사마천이 하고자 했던 말이 무엇이었을까.

공자가 이들을 두고 탄식하며 말했다. ‘어찌하여 세상 사람들은 부귀는 귀히 여기는데 뜻이 높은 선비는 하찮게 여기는가.’《사기열전》18p.



백이 열 전이 순결한 정신을 옹호하는 것이라면 화식열전에서는 물질주의를 긍정한다.

사마천은 사기의 마지막 화식열전에서 말했다.

‘재산이 자기보다 열 배가 많으면 그를 헐뜯지만 백배가 많으면 그를 무서워해 꺼리며 천배가 많으면 그에게 부림을 받고 만 배가 많으면 그의 노복이 된다.’《사기열전》451p.


사마천은 사기열전의 마지막을 먹고사는 존재로서 인간을 논하는데 할애했다. 정신과 물질 사이의 거리에서 오는 모순을 껴안으려는 시도였다. 굶어 죽으면서도 절개와 의리를 지켰던 백이와 숙제의 순결한 정신을 찬미하면서도 물질 역시 인간을 움직이는 것임을 인정했다. 사마천이 궁형을 면할 50 만전이 없어 궁형의 치욕을 감내해야 했기에 그는 누구보다도 돈의 위력을 알았을 것이다. 예절은 여유가 있으면 생기고 여유가 없으면 사라진다. 이러한 까닭에 군자는 부유해지면 덕을 행하지만 소인은 부유해지면 힘을 행사하려 한다고 했다.

‘부란 인간의 타고난 *성정(性情)이다. (…)

천하 사람들이 즐겁게 오고 가는 것은 모두 이익 때문이며, 천하 사람들이 어지럽게 오고 가는 것도 모두 이익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노자가 말하길 ‘가장 이상적인 정치란 무엇인가 이웃나라가 닭 우는소리와 개 짖는 소리가 들릴 만큼 가까이 있어도 백성들이 제나라 음식을 맛있다 하고 제나라 의복을 아름답다 하며 제고장 풍속을 즐기고 자기 일에 만족하여 늙어 죽을 때까지 다른 나라를 찾지 않는 것이다. 정치를 이상적으로 만들기 위해 강제로 백성들의 눈과 귀를 틀어막으면 안 된다.’고 하는 문장을 비장한 마음으로 새겨본다.


화식열전에서 ‘태사공 왈 가장 훌륭한 정치는 마음으로 다스리는 것이고 그다음은 이익을 통해 백성들을 이끄는 것이며 그다음은 가르쳐 깨우는 것이고 그다음은 힘으로 규제하는 것이고 가장 말단은 백성과 다투는 것’《사기열전》444p.이라고 했다.


사마천이 삼천 년 전에 지적했던 현상이 21세기 대한민국에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민주공화국의 주권자가 재벌 앞에서 위축되고 심지어 재벌을 숭배하기까지 하고 있다. 사용자 계급이 노동자를 개, 돼지 취급하는 천박한 세월을 눈앞에서 본다.

너무 오래 살았나 보다 기원전의 기록을 눈앞에서 리얼로 보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성정(性情): 마음을 성(性)과 정(情)으로 나눌 수 있다.
성(性)은 미발(未發) 상태의 속마음이다.
정(情)은 기발(旣發)된
희(喜),로(怒),애(哀),락(樂)의 겉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