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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a Aug 28. 2023

1983년 8월 7일

이제 막 기지개를 켜는 태양이 우리를 따라 웃는 아침


    

‘따르릉~~~’ 자명종이 울어대는 소리에 화들짝 일어났다.




부엌에서 아침상을 차리는 엄마의 바쁜 소리가 들렸다. 슬며시 안방을 들여다보니 아빠가 없는 빈방. 그 기회를 놓칠세라 빠르게 목표물을 획득한 나는 뒤 돌아다볼 여유가 없었다. 엄마에게 걸리지 않고 나갈 기회만 보는데 마침 이웃에 사는 찬우 아줌마가 와서 엄마를 불렀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새벽부터 매미가 자지러지게 울어대던 그날도 평소와 다르지 않은 척 아침 인사를 아무렇게나 던지고 대문 나서는데 마음은 이미 하늘에 날고 좁은 골목을 빠져나오는 내 뒤통수에 밥 먹으라 소리치는 엄마의 목소리만 메아리치고 있었다.     





버스 정류장에는 벌써 친구들이 모여 있었다. 양손 가득 정해진 물건들을 들고 있는 모습이 영락없는 피난민 같았다. 까르르 숨넘어가는 소리를 내며 모두가 웃었다. 이제 막 기지개를 켜는 태양이 따라 웃는 아침 우리는 J 면으로 향하는 버스에 호기롭게 올랐다.     


한 시간여 시골 비포장도로를 투덜대며 달리던 버스는 우리를 토하듯 쏟아놓고 모래 방귀 뀌며 냄새나는 달음질로 뛰어갔다. 지나가던 노파에게 길을 묻던 YJ가 다음 정류소에서 내려야 하는데 착각해서 미리 내렸다는 말로 친구들에게 한차례 꿀밤을 맞고는 뾰로통한 채 앞에 섰다. 도심의 매미와는 다른 청량한 소음이 귓불을 간질이고 태양은 일찌감치 제 일에 목숨을 건다. 한 정거장이 읍내보다 꽤 멀다고 느낄 때쯤 옆으로 다가온 SS가 카세트 라디오를 받아 들었다. 손이 가벼워서 인지 마음도 둥둥 떠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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