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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a Dec 21. 2023

사고 치지 말라니까요


이전글 딱? 퍽? 쩍? 에 계속되는 글입니다.



모임을 한 시간 앞두고 발생한 사고, 미리 출발한 분들이 있을까 걱정 됐다. 응급실 도착하며 서울에서 오고 있는 J에게 전화로 상황을 알렸다. 침착한 그는 회원들에게 '잠시대기' 요청 문자를 보내고 응급실로 와주었다.  갑자기 보호자가 생겨 안심이 됐다. 혈압이 못 보던 숫자로 상승됐다. 의사는 만나지도 못했는데 X-ray와 CT 처방이 났다. 영상을 찍으러 가는 길, 휠체어를 밀어주며 J는 괜찮을 거라고 나를 위로했다.


혈압이 안 떨어진 것은 다행인데 없던 울렁거림이 발생했다. 아는 게 병이 맞다. 어느 정도 출혈이 있는 게 차라리 나은 경우도 있다. 그런데 피는 멈췄고 울렁임이 시작되는 것이 불안했다. '의식이 또렷하니까 괜찮을 거야.' 스스로를 격려하며 영상을 찍고 응급실로 돌아와서 누웠다. 검은 비닐봉지 안으로 얼굴을 밀어 넣고 몇 번을 웩웩.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불안한 기다림 끝에 신경외과 의사가 들어오며 한 마디 '괜찮은데요.' 했다.

갑자기 울렁임이 사라졌다. 골절도 뇌내출혈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는 목소리가 섹시했다.  그제야 상처 난 이마가 아프기 시작했다.


" 봉합만 하면 될듯한데 여기는 성형외과 전문의가 없어요. 대학병원으로 가시겠습니까?"

좀 전의 섹시는 어디로 갔는지. 

" 선생님 최대한 예쁘게 꿰매주세요"  코맹맹이 소리로 부탁했더니 흉터가 생길 수 있다고 미리 엄포 놓는 의사는 그 와중에도 가는 실을 주문하며 봉합 준비를 했다. 

최선을 다해 예쁘게를 실천하는 의사를 그제야 봤다. '잘 생겼다.' 


그는 일주일 후에 실밥 제거하러 오라며 주사를 처방하고 응급실을 떠났다. 이마 한가운데 거즈를 붙이고 셀카 한 장 찍었다. 눈길을 J가 운전하고 돌아왔다. 그 사이 문자를 확인 못하고 우리 집에 먼저 도착한 회원들은 내가 알려준 비번으로 문을 열고 들어와 파티준비를 다 해두었다.


올해 액땜 이것으로 다한 셈 치라며 연장자인 Y님이 위로해 준 덕분에 황당한 두 시간의 사고가 웃으며 마무리 됐다.

잊지 못할 송년파티는 그렇게 2023년의 또 하나 추억이 됐다.


그나저나 아들이 돌아오면 쓴소리 한마디 들을 것 같다.

"사고 치지 말라니까요."



ps. 내이마를 깨 먹은 것은 세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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