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붕

by rosa



설명절 다음 날이었다.

가족을 챙기는 주부들이 명절 이후 바로 여행을 떠나기 위해 몸은 마음보다 더 바빴다. 그래도 여행으로 설레는 마음은 감출 수 없었다.

약속한 아침 일곱 시가 되려면 한참 남았는데 우리는 이미 인천공항에 모였다.

이른 시간에 모이면서도 아침간식을 준비해 오는 친구들 덕분에 출국 전에 요기도 했다. 설레는 마음처럼 청명한 하늘이 예뻤다.

두 시간 날아가는 내내 소풍 가는 아이처럼 기분 좋은 시간을 보냈다.


기쁨은 거기까지였다.

애써 준비한 시간이 일본땅에 도착하는 순간 망했다.

낯선 공항에서 마주한 이 일을 도대체 어디부터 풀어야 할지 알 수 없어서 긴장한 우리는 넋이 나갔다. 오키나와에 도착한 시간은 12시 10분 황당한 여행의 시작은 와이파이 사고에서 출발했다. 첫 번째 약속된 렌터카 회사와의 미팅에 1분 늦은 두 친구 때문에 삼십 분이 늦어졌다.


인터넷 강국의 자랑스러운 리더답게 우리는 각자의 방법으로 일본에서도 빵빵 터지는 인터넷을 기대하고 있었다. 살면서 이런 날은 상상도 못 했다. 로밍을 해온 M의 인터넷이 안되니 구글내비게이션이 먹통이 됐다. 나의 유심조차 불통이니 미리 위치를 표시한 구글도 연결되지 않았다.

렌터카를 움직일 수가 없었다.

처음 만나는 차종이 낯설어 운전을 시작하기까지 한 시간을 주차장에서 나오지 못했다. M의 떨리는 마음이 고스란히 우리에게 전달되었다. 이미 계획한 일정을 소화하기에는 상황이 좋지 않았다.


어찌 하오리.

일단 먹자.

가까운 나하시 이온몰까지 거북이 곡예운전으로 기어갔다. 출발할 때 설렘은 긴장으로 꽁꽁 얼었다.

삼십 분 거리를 한 시간 걸려 도착한 곳에서 따끈한 우동으로 속을 푸니 비로소 해결 방법이 떠올랐다.

유심을 바꾸자. H의 유심을 내 휴대전화에 장착하니 빵빵 한 인터넷이 연결됐고 미리 표시해 둔 숙소를 알려줬다. 겨우 문제를 풀어낸 홀가분함.


구글이 작동하니 운전이 편해지고 한국과는 달리 왼쪽 차선으로 달리지만 무사히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바다를 끼고 펼쳐진 에메랄드빛 바다가 눈부시게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사진에서 보던 환상적인 리조트는 그저 그림일 뿐 은 현실은 많이 달랐다. 지금이라도 바꿔야 할지 말지를 엄청 고민했다. 결국 '이것도 낭만이다. 자유여행의 참맛이 계획 대로 되지 않는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에 동의하니 불안은 사라졌다. 지역 특산 맥주 한잔으로 '건배' 큰소리로 외치며 첫 날밤을 지냈다.


내일부터 다시 시작이다.

까만 밤하늘에 빛나는 별이 예쁘다.

글 쓰는 나 때문에 친구가 못 잔다. 오늘은 여기서 끝. 예쁜 꿈 꾸자 얘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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