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뜨기 전 새벽부터 H는 마라톤 연습을 나갔다. 숙소 옆 근사한 해변을 따라 달리는 그녀 옆에 K도 따라나섰다. 싱그러운 바다가 주는 에너지로 5킬로 새벽을 달린 두 친구가 지친 기색 없이 돌아올 때까지 나는 침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밤 마신 오리온 맥주가 과했는지 영 발목을 잡았다.
아침부터 식탁을 그득 채운 한상이 준비되었으나 역시 나의 선택은 따아 한 잔. 그것이면 충분했다. 전날의 부족했던 부분을 오늘은 우리 열정으로 채워보자 으쌰으쌰 하며 아침을 시작했다.
첫 번 임무는 아홉 시 정각 와이파이업체에 전화하는 일을 일 순위로 잡았다. 전날 진상의 원흉이 유심이었기에 이를 해결하는 일이 급선무였다.
불량인 유심으로 갈아 끼웠다.
어라.
기적이 일어났다. 어제는 꿈쩍 하지 않던 유심이 완전 제 기능을 찾았다. 다른 친구 폰에 적용해 보아도 잘 돌아가는 기적. 혹시 내가 일정예약을 잘못했나? 구매이력을 뒤적여보았다. 착오는 없었다.
기적은 렌터카에도 일어났다. 네비가 정신을 차렸고 구글도 완벽했다.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데 모든 것이 정상인 기특한 현상을 우리는 기적이라 불렀다.
날씨는 초여름이라 해도 좋을 만큼 화창했다. 여행자답게 반소매 셔츠와 반바지 차림으로 기분을 한껏 끌어올렸다. 멋 부리다가 감기 들 뻔.
보이는 모든 것이 푸른 아침, 싱그러운 출발.
오늘은 순조로운 여정이길 기대하는 나의 바람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하하 호호 한국 아줌마들의 웃음이 끊어지지 않는 여행에 소란과 함께 따라다니는 친구 찾기. 다섯이 얼마나 많은 숫자인지 매번 돌아보면 한 사람은 없다. 카톡이 없으면 사람 찾느라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했을 시간에도 우리는 즐거웠다. 짓궂은 여고생들이 우리를 따라 한다. 한국 아줌마들의 열정이 일본소녀를 움직이게 했나 보다. 그렇게 생각하는 게 건강에 좋다.
츄라우미 수족관 유료석이 탐났다. 한참을 줄지어 기다리며 기어코 수족관 유리에 바짝 달라붙어 고래상어를 영접해야 직성이 풀리는 우리는 오래전 무전여행 하던 청춘이 아니었다.
세계에서 두 번째 큰 규모를 자랑하는 수족관 속 어류들도 우리처럼 요란스러운 아줌마들을 처음 만나지 않았을까 싶다. 고래상어와 니모, 바다거북과 비행선을 닮은 가오리 등 낯선 바다생물이 웃기는 아줌마들을 오히려 즐기는 듯했다. 행복이 별 건가 이렇게 다니는 지금이 행복이지. 뛰면서 사진 찍다 뒤로 꽈당. 걷다가 휘청. 여기저기서 사고뭉치지만 그럴 때마다 행복에너지는 우리를 웃게 했다.( 발행일이 어제인 걸 깜빡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