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터카를 준비하는 이유는 교통이 불편한 지역까지 가보겠다는 의지 아닐까. 굳이 운전방향이 다른 일본에서 렌트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가기 위함이 아니었다 싶다.
해도 곶(Cape Hedo) 우리나라로 치면 해남 땅 끝 마을이다. 기다란 섬 오키나와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한 이곳을 추천한 친구는 M이었다.
수족관을 나서 북쪽으로 58번 국도를 타고 한 시간 정도 달리면 도착하는 곳. 당일까지 우리 여행 계획에 없던 곳이었다. 많은 곳을 다녀 본 그녀만의 여행 스타일이 가장 잘 드러난 선택이었다. 여럿이 하는 여행에서 스스로 만족하기 위해 딱 하나 욕심을 채우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M의 신념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오키나와 여행 후기에 잘 등장하지 않는 이곳으로 가는 내내 왼편으로 펼쳐진 바다는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날씨 요정이 도와주어 푸른빛을 띠는 바다는 도도했다. 알려지지 않은 만큼 차량도 드물어서 초보운전이지만 여유로운 드라이브코스였다. 중간중간 보이는 LAWSON 편의점은 여행의 별미를 수시로 제공했다. 먹고 쉬며 에너지를 채우고 불편함은 내려놓는 자유여행의 참맛을 제대로 느끼는 시간.
마침내 해도 곶. 거리가 멀고 아직 비수기인 터라 썰렁했다. 그래서 한가로이 산책하기 좋았다는.
코발트블루 바다를 본 적이 있는지. 바로 여기가 바다 맛 집이다. 태평양을 향해 기분 좋은 파도가 부서지는 곳. 해도 곶을 알리는 비석과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절벽 끝에 코를 바다에 슬쩍 담근 앙바틈한 코끼리가 보인다.
낯선 모습이 신기해 안전장치 하나 없는 낭떠러지를 무모하게 기웃거렸다. 반대편 절벽에서 찍은 사진을 보면 아찔한 순간이었는데 정작 바다에 취한 나는 느끼지 못했으니.
곳곳에 누군가 소원을 빌고 간 흔적들이 보였다. 대자연에 겸손한 인간 모습에 공감하며 우리도 각기 마음속 소원을 하나씩 두고 왔다.
단체 사진을 찍기 어려워하니 지나는 여행객이 흔쾌히 셔터를 눌러준다. ‘남는 건 사진뿐이야’를 외치며 열심히 찍었으나 결과물은 ㅠ.ㅠ. 자연은 마음에 담으라는 현명한 가르침을 재차 확인했다.
바다로 숨어드는 노을이 예쁘다는데 늦기 전에 숙소 도착을 목표로 정한 우리 일몰감상은 다음으로 미뤘다. 돌아오는 길은 씩씩한 H가 운전대를 잡았다. 두 번째 일본여행에서 당차게 운전을 시작한 그녀는 스물에 그랬듯이 변하지 않는 에너자이저이다. 인간 내비게이션으로 내가 옆에 앉아서 다음 구간을 미리 알려주면 H가 복창하는 순조로운 드라이브였다.
예약은 안 했어도 돌아오는 길에 맛 집 탐방도 빼놓지 않았다. 오늘도 구글지도 활약이 빛나는 시간. 숙소비용을 절약한 돈을 음식에 몰빵 하는 우리는 저녁 역시 한상 가득 늘어놓고 last order 시간까지 식사를 즐겼다. 건강에 좋다는 오키나와 특산 해초들 식감이 좋았다. 빠질 수 없는 오리온 맥주도 당연한 듯 상 귀퉁이를 차지했다.
소란했지만 무사히 먼 거리를 다녀온 우리가 대견하다. 내일도 펼쳐질 멋진 날을 기대하며 원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