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클링을 예약해 놓아 날씨에 민감했다. 좋은 여행에는 날씨가 반이라더니 친절한 날씨 요정은 오늘도 기분이 좋은가보다.
처음 도전하는 스노클링, 예약 전에는 나이제한이 있음을 알지 못했다. 이럴 수가 6세부터 가능하다는데 육십이 넘으면 6세 아이와도 비교후위에 처하는 쩨쩨한 현실에 있다. 그래도 아직 기회가 있어 다행이다.
구글 지도와 차량 내비게이션은 오늘도 우리를 뺑뺑 돌렸다. 낯선 길을 두 바퀴 돌고 왔던 길로 다시 보냈다. 무슨 이유로 돌리는지 몰라 툴툴 댔지만 여전히 네비선생의 안내에 순종하며 미팅장소에 도착했다. 한 시간 일찍 서둘렀는데 도착은 아슬아슬.
한국어 진행이 가능하다는 설명을 보고 예약했건만 강사 D는 영어를 한다. 길 나서면 개고생이라더니 살짝 한숨이 나왔다.
동의 서류에 사인하고 웨트슈트를 받았다. L, M, S 사이즈로 구분되는 슈트 선정은 D 눈이 기준이었다. S, 그의 눈에 나는 슬림해 보였나 보다. 어라 숨쉬기가 어렵다. K는 옷이 크고 H는 구멍이 났다. 바꿔달라는 H의 요구에 그는 ‘You are lucky girl.’이라며 농담으로 응수했다. 긍정의 아이콘 H의 답변 ‘lucky?, Cool.’ 역시 H 다운 답변이었다.
우리 조에는 젊은 일본인 커플과 일본어를 알아듣는 중국여행객 커플에 우리 다섯을 포함해 아홉 명으로 구성됐다. 먼저 네 분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해야겠다.
“생 초보 아줌마들 덕분에 강사를 홀랑 빼앗기고도 불평 없던 네 분 복 받을 겁니다.”
일어와 영어로만 진행되는 클래스에 한국아줌마 다섯이 나타났으니 서양인 강사도 당황한듯했다. 일본어 소통은 원활한데 한국 아줌마들을 상대하는 금발이 멋진 강사 D. 우리가 그의 영어를 잘 이해했는지 알 수 없는 표정이 수상했다. 장비 설명과 주의사항 일정 공지를 받고 드디어 실전을 위해 Let’s Go.
두려운 마음은 꽁꽁 숨기고 먼저 바다로 뛰어들었다. 걱정보다 차지 않은 물에 개운함을 느꼈다. 에메랄드 빛 바다는 아름다웠지만 친하기에는 일렀다.
오늘 체험을 위해 겨울 수영장에서 물 적응 훈련을 했다. 아들 도움으로 겨우 물에 대한 재미를 알게 됐다. 그것이 전부였다
바다수영이라고는 해본 적 없는 나를 콕 집어내는 D. 오리발 착용 시범을 위해 물에 누우라고 했다. 내가 망설이면 처음인 친구들이 두려워할까 봐 질끈 눈감고 몸을 띄웠다. 푸른 하늘에 솜사탕 같은 구름이 둥실 떠서 응원해 주었다. 짠맛이 느껴져도 어렵지 않게 몸이 뜨니 상쾌한 느낌이 좋았다. 나의 시범에 따라 친구들도 쉬이 오리발을 착용했다.
겁 많은 Y는 결국 바다를 포기했다. 아쉽지만 안전을 위해 한 발짝 물러선 그녀 활약은 잠시 뒤에.
물속을 유영하려면 물고기처럼 숨을 쉬어야 하는데 경험 없는 나는 연거푸 짠물을 시음했다. 버둥거리는 한국 아줌마 네 명을 감당하느라 물속에서 뻘뻘 땀 흘리는 D에게 미안했지만 우선 살고 봐야 할 터 필사적으로 D 튜브에 의지했다. 겨우 숨쉬기를 익히니 비로소 바닷속 비경이 보였다.
다이빙 성지라는 오키나와 푸른 동굴, 형형색색 열대어들이 이제 막 숨쉬기를 따라 하는 우리를 반긴다. 니모도 성게도 어제 본 수족관에 줄무늬 돔들도 우리 따라 유영하는 언더 더 씨 세상에 홀랑 마음을 빼앗겼다. 바닷속에 이런 신세계가 있음을 육십에 알게 되어 아쉬웠다. 몰랐다면 덜 아쉬웠을까?
한 시간여 스노클링을 통해 나는 바다 밑 세상에 점차 홀릭되었다. 여름마다 바다를 누비는 나를 상상해 본다. 인어공주 유전자를 타고났는지 어느새 영법이 인어를 닮아간다. 세바스찬은 어디에 있나.
푸른 동굴 입구가 좁아서 바다가 편하지 않을 때는 진입이 불가하다고. D는 우리가 얼마나 날씨요정의 행운을 누리는지 설명해 줬다. 사진과 동영상에 포즈를 취하는 여유가 생길 만큼 편해졌다. 동굴을 조명하는 태양의 비산은 아직 청춘인 우리를 축복하는 듯했다. 동굴에서 돌아 나오는 길은 환상 그 자체였다. 물고기 밥을 손으로 비벼주면 배부른 열대어가 달려와 툭 치며 장난한다. 평화로운 물속 세상에서 투명한 행복을 느꼈다.
아쉬운 시간은 짧게 끝났지만 내 맘속에는 바다로 향하는 인연의 끈을 길게 늘여 놓은 듯했다.
또 보자 니모.
아직 여름이 아니라서 물 밖에서 는 한기가 느껴졌으나 우리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 Y가 있었다. 말이 통하지 않는 곳에서 혼자 샤워하며 그녀는 우리 대신 혹독한 예행연습을 했다. 야박한 샤워꼭지에서 온수를 얻기 위해 세 번이나 옷을 입었다 벗었다는 친구. 급하니까 생존영어가 자동발사 됐다며 웃었다. 고생한 Y 덕분에 우리는 편하게 푸른 소금기를 씻어낼 수 있었다. 1분 20초 긴박한 상황에도 클렌징을 찾는 M. '손 많이 가는 친구'리는 핀잔으로 우리는 또 짓궂은 웃음을 토했다.
슈트와 장비를 반납하는 동안 D에게 수고했다 고맙다 마음 전하니 힘들었지만 재미있었다고. 나와 H의 실력은 스쿠버다이빙을 해도 되겠다며 또 오라는 영업윙크를 날렸다.
오키나와에서 셋째 날, 아직은 푸른 우리를 향해 태양이 미소 머금은 채 머리 꼭대기에 머물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