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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a Mar 07. 2024

D-1일에 금반지


딱 하루가 남았다.

서른여섯 살 내 딸이 엄마가 되고 나는 할머니가 되는 날.

축복 속에 딸이 내게 왔던 그날처럼 내일이면 복돌이가 우리에게 온다. 떨리는 마음이 제멋대로 나댄다.


36년 전, 나조차 어렸던 때 꽃송이 같은 아이가 찾아왔다.

엄마라는 말이 입에 설어 언니가...라고 했던 철부지 엄마가 지금 첫 손주를 기다린다.

할머니라는 이름표에 쉬 적응하도록 여름과 겨울 그리고 봄이 오는 길목에 서성이며 익숙해지려 애썼다.

노력한 시간이 무색하게 아직 부족한 초보 할머니.


작년 여름, 딸과 사위가 저녁식사에 양가 가족을 모두 초대했다. 식사 중 내어 놓은 초음파 사진 한 장. 양가의 동시 환호가운데 복돌이가 오는 소식을 들었다. 양가 어느 쪽도 서운하지 않게 배려하는 아이들 현명한 행동을 보며 부모자격을 충분히 갖췄구나 생각했다. 그런 기쁨 속에 무럭무럭 자라는 아기 소식이 온 가족에게 행복 주는 뉴스였다.


오래된 돌반지를 꺼냈다.

딸 첫돌에 받았던 반지 세트. 오랜 세월이 묻어있는 금부치들이 아직 반짝이고 있다.

IMF금 모으기 행사에 다른 들은 내어 놓았지만 이 만큼은 적당한 때에 전하려 맘먹었다. 삶이 팍팍해도 탐내지 않았던 긴 시간 동안 여기 담은 마음은 간절한 기도였다. 경제적 가치로 따질 수 없는 더 큰 사랑과 소망을 담아 이제 소중한 내 딸에게 전하려 한다.


나에게 빛이었던 딸, 이제 그녀의 빛이 될 복돌이에게 엄마와 할미 마음이 잘 전달되길 바란다.


육아를 통해 나를 키워가는 슬기로운 여정동안 딸내외가 더 많은 기쁨을 얻길.

건강하고 행복한 복돌이가 매일매일 사랑 속에 살아가길.

우리 모두에게 감사로 채워지는 일상이길.


두 손 모아 소망하는 기도가 하늘에 닿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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