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이라는 엄중한 상황에서도 기운 잃지 않는 MZ의 노래가 지쳐가는 어른들을 오히려 추켜세웠다.
언제나 어른이 앞선다는 구닥다리 진리를 역행하며 불어온 새 바람이 거셌다.
촛불은 쉽게 꺼질 거라는 비아냥을 찬란한 빛으로 잠재운 형형색색 응원봉. 그들 서늘한 외침이전 세계 놀림거리로 추락한 대한민국을 다시 일으켰다.울컥한 시간이었다.
이제 가만히 있지만은 않을 거라는 젊은 함성이 그날 바다에 빠진 슬픔을 소환했다. 말 잘 들으면 잘될 거라는, 가만히 있으라는 어른들의 속임수에 더 이상 놀아나지 않겠다는 푸른 아우성.
마침내 두 번째 탄핵이라는 역사를 썼다. 첫 번째도 두 번째도 속고 나서야 속았다는 것을 알게 되는 반복된 우매함이 부끄럽다. 뻔뻔하게 거짓말을 앞세우는 철면피한 자와 그의 비호세력으로 전락한 정치인들도 진저리치게 꼴 보기 싫다. 정치혐오가 아니라 인간 자체가 싫어졌다. 그래서 무관심하고 그래서 외면해 버린 어른들.
무책임하게 저버린 국격을 이 땅의 아이들이 지켰다.
마음속에 간직한 아픔을 폭력이 아닌 순수한 춤사위로 전파하는 그들과 함께 춤추고 노래하는 광장에서부끄러운 어른 한 사람으로서 나는 무거운 부채감을 느꼈다.
이 땅에서 배부르게 살아온 어른이라는 세대가 다음 주인들에게 구겨진 역사를 유산으로 남기고 편히 눈감는 이율배반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다 알면서 쉬쉬하고,
못 본 척 눈감고,
눈앞의 작은 이익때문에 부당하게 공격하는 좀비 같은 세상은 바뀌어야 한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사랑한다고 말했다.
이 세상에서 반복되는 슬픔을 이젠 안녕하고 생각만 해도 강해져서 울지 않는 세상을 꿈꾼다고.
너희는 어리다고 너희들이 무엇을 알겠느냐고 호통치던 못난 어른 세대의 한 사람으로 겨울 광장에서 춤추는 너희에게 미안하고 미안하고 또 미안하고. 그래서 고마운 마음을 부끄럽게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