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람아, 오늘은 형이랑 같이 왔다.
21년 2월 21일 이후로
우리 가족은 [남은 자]가 되어 살아가고 있다.
큰 아이 친구들과 함께 여행하기로 한 날이었다.
어차피 다들 느지막이 모이니까 오전에 일찌감치 나가했어야 하는 일들을 처리하기로 했다.
우리 루똥이랑 둘이.
아침부터 영양제 픽업하고, 숙제 봐주고,
구매했어야 하는 책을 구매하고,
-마지막 가장 중요한- 꽃을 구매하고자 했다.
일이 순조로울 징조였는지
영양제, 숙제, 책, 꽃 이 모든 걸 한 공간에서
다 해결할 수 있었다.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루똥이에게 ”꽃 한 송이 사러 가자 “ 하고 이야기하니
-꽃은 왜? 하고 묻는다.
사실. 우리 큰 아이를 데리고 추모공원에 간 적은 없다.
세심하고 여린 아이라
이런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과
상처만 주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
그래도 말을 꺼내 보았다.
떠난 날보다 온 날을 더 축하하고 싶은 내 욕심에….
“오늘 하람이 생일인데, 혹시 같이 축하해 주러 갈래? “
-응! 갈래!
“좋아! 그래서 꽃을 사러 가자고 한 거야”
-아, 하람이 주려고? 그래, 엄마 가자.
그렇게 꽃을 사고 조금은 설레고 염려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추모공원으로 향했다.
동생에게 줄 거라며 예쁘게 포장한 꽃을 정성스레 챙기고 저벅저벅 그저 걷는다.
참 신기한 것이 그곳에 도착하면 늘 베알이 꼬이듯
속이 불편하고 아프다.
내장이 끊어지는 고통이 이런 거구나 할 만큼 많이 울었던 곳인걸 몸이 아는지.. 알아서 반응한다.
-엄마, 여기야?
“응, 여기야. 꽃 올려줄래? 하람아, 4번째 생일 축하해. 오늘은 하람이 형이랑 왔어”
큰 아이도 하람이에게 인사를 건넨다.
“하람아, 안녕, 생일 축하해”
.
.
.
짧고 찐한 인사를 나눈 후
여행지로 가기 위해 차로 돌아간다.
마음이 좋다고 하는 우리 루똥이.
“엄마, 하람이가 정말 보고 싶었는데 하람이에게 다녀오고 나니까 정말 좋다.
…… 흑…흐…ㄱ
엄마… 하람이가 너무 보고 싶어……….“
‘아이고, 시작이구나, 이를 어쩌나.’
동생이 보고 싶은 형은 하늘을 들여다봤다가 울었다가를 반복하며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동생을 애도한다.
그 모습을 그저 바라보며 묵묵히 옆에 있어준다.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 없으니까..
그저 기도하며 기다려 줄 뿐이다.
한참을 울고는 맑아지는 아이를 보며 이내 마음이
편안해지고 대견함마저 든다.
그리고 이제 9살짜리에게 아들노릇 하네?
라는 생각을 가졌다. 진심으로 든든함을 느꼈다.
내년부터는 함께 가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이에게, 용기를 낸 나 자신에게 참 고마웠다.
여행하러 가는 내내 하람이 이야기, 우리 가족 이야기,
가족을 위한 기도를 함께하며
고속도로 위에 마음을 흘려보냈다.
추억은 하나 더 간직하면서.
남은 자로 살아간 지 5년 차, 이제는 조금 안정되어 가는 것 같다.
사랑하는 하람아, 안녕. 벌써 네 번째 생일을 맞았네?
우리 하람이 하늘나라에서 하나님과 즐겁게 지내고 있지? 그곳에서 엄마 아빠 형아 동생 모두 보고 있지?
엄마는 우울증도 극복하고, 하고 싶었던 글을 쓰면서 너에게 갔을 때 ‘부끄럽지 않겠다’ 한 엄마 자신과 한 약속을 지키고 있어.
우리 하람이는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성장했을까?…. 정말 궁금하다.
한국나이로 벌써 5살이 된 너. 얼마나 예쁜 짓을 많이 했을까?
많이 궁금하고 보고 싶다 아들아. 엄마는 언제 그곳에 가려나….
하람아. 문득문득 예상치 못한 곳에서 너를 만날 때 참 반갑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고 그래.
엄마가 너에게 다짐했던 거 기억나?
너를 사랑하는 것이 슬픔, 아픔, 고통이라 할지라도 엄마는 너를 사랑할 거라고 한 거 말이야.
응, 그렇게 너를 사랑하고 있어.
너를 만나거나 생각이 나면 내장이 끊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며
뜨겁다 못해 차갑게 느껴지는 눈물이 처 오르는데
그 마저도 엄마는 반가워. 살아있기에 느끼고 그리워하는 거니까.
여전히 그립고 궁금하고 보고 싶지만 이렇게 함께 살아갈 수 있음에 엄마는 또 안도를 경험해.
고마워, 아들아
네가 살았던 7일 동안 보게 하고, 기대하며, 사랑하게 해 줘서
사랑이라는 것이 슬픔과 아픔일 수도 있음을 알게 해 줘서
사랑한다. 아들아, 정말 사랑해.
천국에 가면 두 팔 벌려 엄마한테 뛰어오는 거다?
엄마 하나님이고 뭐고 너만 보고 천국에 갈 거니까.
많이 사랑해 하람아. 늘 그립고 미안하고 보고 싶어. 엄마가 많이 보고 싶어 해 하람아.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