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드 모네] 찬란히 빛나는 지금 이 순간을 기록하다
모네는 86세까지 장수한 화가인데요. 그만의 시선으로 새로운 풍경을 남기기 위해 평생을 부지런히 새로운 장소를 찾아다녔죠. 노년에 접어든 화가는 젊은 시절 떠났던 곳들로 여행을 다니는데요. 인생의 마지막 시간을 머물며 보낼 곳을 찾고 있었죠. 노년의 화가의 체력은 더 이상 예전 같지 않았습니다. 멀리 움직일 수 없으니 바로 눈앞에서 포착할 아름다운 풍경을 찾고 있었던 건데요. 그런 모네의 발걸음을 멈춘 곳은 바로 지베르니라는 작은 시골 마을이었습니다. 넓은 부지를 구입하고 자신만의 정원을 꾸미기 시작합니다. 모네가 꿈꾸던 정원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연못이 필요했는데요. 1893년 꽃의 정원을 지나 깊숙한 곳에 물의 정원을 만들었습니다.
르아브르 항구도시 출신의 화가에게 마지막 연구과제는 물에 비친 자연 풍경이었습니다. 인상주의의 시작이었던 항구도시의 일출의 순간을 담은 〈인상, 해돋이(1874)〉 그리고 아르장퇴유에서는 수상 작업실을 만들어 물의 표면을 끊임없이 화폭에 담아왔는데요. 모네는 빛만큼이나 물을 사랑했습니다. 물은 날씨와 빛의 변화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는 소재였죠. 빛의 반사 그리고 물의 온도에 따라 달라지는 색감 그리고 자연을 함께 담았습니다. 물에 반사된 풍경은 빛과 자연 두 가지를 모두 담을 수 있었죠. 이곳에서 30년간 250점이 넘는 지베르니 연작을 완성합니다.
모네는 화가이자 정원사로 소개되기도 하는데요. 그만큼 그가 직접 식물학 도감을 펼쳐보며 연못을 가꾸는데 모네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고 합니다. 울창한 숲속에는 연꽃이 떠있고 한편에는 일본식 녹색 다리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지베르니에서의 초기 작품은 〈수련 연못: 녹색의 조화 (1899)〉와 같은 구성인데요. 최대한 넓은 시야에서 다리와 연못 그리고 자연의 조화를 담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수연 연작의 중기 작품들은 변화하죠. 〈수련(1905)〉 마치 연못 안으로 빠져들 것처럼 캔버스 가득 채워집니다.
연못 외의 배경은 줄어들고 물의 표면만을 가까이에서 바라보고 담았죠. 이 시기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수련(1907)〉인데요. 역시 연못으로 가득 채워진 작품이죠. 이 작품의 중앙 하얀 삼각형의 형태가 보이실까요? 이 삼각형은 무엇을 표현한 걸까요? 저는 처음에 이 작품을 멀리서 봤을 때는 폭포를 그린 것인가, 싶었습니다. 하지만 다시 천천히 자세히 바라보니 정체를 알 수 있었죠. 물에 반사된 하늘의 풍경이었습니다. 그 양옆으론 모네가 연못에 가득 심어둔 버드나무의 그림자가 보이죠. 때론 붉은 노을로 물드는 하늘을 물의 표면에 담아냅니다. 이제 그가 사랑한 빛과 물이 하나가 된 형태이죠.
자연은 시시각각 끊임없이 새로운 빛을 우리에게 선물하고 있습니다. 모네는 바로 그런 자연의 선물상자를 풀어 자신의 캔버스 안에 가득 담아낸 화가였죠. 과거의 풍경화처럼 자연은 색이 고정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하늘은 파랑, 나무는 초록, 태양은 빨강 우리가 머리로 알고 있는 색이 아닌 당장 눈에 보이는 색이 펼쳐지는데요. 우리 주변에 이렇게나 다채로운 색이 존재했는지, 새삼스레 감싸고 있는 일상을 다시 돌아보게 만든 것이 모네의 그림이 가진 힘인 것 같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 그보다 더 중요한 우리 마음 속에 남는 것들을 담았던 세상에 단 하나뿐인 풍경화를 그린 모네의 시선으로 우리 일상을 바라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