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접니다!_추석이의 시선

#분명 코미디 프로를 보고 있었을 텐데요..

by 유쾌한 임줌마

추석 :

1. 우리 큰딸의 태명입니다.

2. 온순하고 무던합니다. 표현을 멋쩍어하지만 속이 깊습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퇴근 후 현관부터 흐트러진 신발을 정리하면서 거침없이 스턴트우먼처럼 들어간다. 중문을 열고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아이들 가방, 물통, 설이(우리 집 강아지) 인형 집어 들고 외친다.


"치워라~~~~~~~~"

(좋아! 카리스마 있어쒀!)


식탁에 겉옷과 가방을 내려놓고 누구보다 빠르게 저녁 준비를 한다.

냉동실에 넣어둔 국 전자레인지에 해동 돌리고, 데우는 동안 거실에 널어놓은 빨래 걷어서 건조기 먼지 털기 누르고, 새로운 빨랫감 세탁기로 고고!!

(가끔 성질 급해서 빨래 넣기 전 세탁기 문부터 닫는 게 문제.. 정신 차려)

밀대로 간단하게 이리저리 슝슝 돌아다니며 설이가 흩날렸던 털과, 딸들 포함 여자 셋의 머리카락, 오전 내 가라앉았던 먼지를 한번 훔치고 주방으로 돌아와 국과 밥, 반찬을 옮겨 담아 저녁을 먹인다.

(밀대 씬에도 남편 머리카락은 등장하지 않는다. 분명 같이 사는데 말이다.)


저녁 먹은 아이들은 한 명은 학원으로, 한 명은 숙제하러 각자 걸음하면, 아이들 먹는 동안 먼지 털기가 끝난 건조기 속 빨래 꺼내 빠르게 개키고, 저녁식탁 치우고, 설거지하고... 정신없이 루틴화 된 저녁일과가 어느 정도 마무리 된다.

빠르게 서두르는 이유는 조금이라도 더 빨리 만날 수 있는 나의 자유를 위해!!


아이들과 같이 앉아서 밥을 먹기보단 반찬 먹으며 맥주 한 캔을 더 선호하고

때론, 반찬을 하면서 간 보기를 핑계 삼아 가스레인지 앞에서 맥주 한 캔 뚝딱 하는 그게 행복이다^--^

(남편이 늦게 밥도 안 먹고 퇴근하면 이야기가 달라지지만.. "응~ 여보~ 바쁘면 회사에 있어도 돼~")


정신없이 휘몰아치고 나면 잠시 소파에 앉아 TV를 바라본다.(TV시청이 목적이 아니다..)

팔걸이가 있는 1인소파가 지정석인데 푹~ 감싸지듯이 기댈 수 있어서 팔걸이에 다리 걸어놓고 널브러져 있는 게 좋다. TV내용은 기억이 안 나지만 화장 지우는 것도, 옷 갈아입는 것도 잊은 채 TV를 잠시 바라본다.

(가끔 매직아이 같기도 하다)


학원 다녀온 추석이가 나를 힐끔힐끔 쳐다보며 화이트보드에 무언가를 그린다.

낄낄낄 거리는 이유가 궁금해서 보고 싶지만 고개 돌릴 기운도 없어 TV만 본다.

잠시 후 끄적임을 마친 추석이가 조용히 자기 방으로 돌아간다.

너무 쿨하게 뒤돌아 가니 몹시 궁금하다.. 한번 볼까?


"............"


이게 나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나랑 너무 똑같이 그렸다. 저렇게 생겼다...

(다행이다. 귀걸이를 그려줘서 내 자존심은 살렸다.)



발가락 엣지가 살아있다!



추석이 눈에 비친 내 모습은 이렇구나.. 아하하하하(영혼 없이 웃고 있음)

분명 재밌는 프로를 보고 웃고 있었을 텐데.. 아하하하하

팔자 주름이 유독 깊다. 오늘은 아이크림을 듬뿍 발라봐야겠다. 나하하하하하하~~~~~~~




덧붙이기]

사실 아빠도 그렸다. 너무 똑같이 그렸다. 도저히 올릴 수가 없다. 이 사람을 지켜줘야 한다!

남편은 추석이가 그려준 그림을 보며 아무 말이 없다. 원래도 말이 없다.

내 그림이 조금 낫다. (고맙다고 인사를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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