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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 임줌마 May 16. 2024

우리 딸~ 오늘 컨셉은 단답이구나!

#엄마 웃고 있단다~ 오해 말거라~

추석 : 

1. 우리 큰딸의 태명입니다.

2. 말 수가 적은데 요즘 더~ 적어졌습니다.



하루 에너지 100중에 5프로 정도 남았다. 방전 직전이다. 누구든 걸리면 타깃이 된다.

오늘은 큰딸 너로구나~


아직 갱년기는 아닌데 늘 갱년기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다.

나는 1부터 순차적으로 게이지가 차는 타입이 아니다.

1에서 바로 10으로 간다! 성격이 급하다.

(우리 아빠 닮았다. 누구라도 핑계 대보자.) 


추석이는 학원 다녀와서 가방 집어던지고, 저녁밥숟가락 드는 동시에 핸드폰을 든다. 저러다 조만간 핸드폰으로 밥을 떠먹겠다. 멀티 하다고 칭찬을 해야 하나.. 한번 꾹 누르며 교양 있게 말을 한다.


"추석아 30분 동안 쉬면서 밥 먹고, 숙제 하자."


이제 중1인데 불쌍하긴 하다. 발 빠르게 변하는 사교육 공교육에 어찌어찌 따라가고는 있는데.. 공부할 시간은커녕 숙제 전쟁이다. 진짜 많다. 이건 아니다 싶어서 자유를 선택했다가 추석이가 더 힘들어진 경험이 있다. 이제 대안은 없다. 안 할 수 없는 상황이니 악역은 내 몫이다. 북괴군도 아니고 내 딸하고 싸워야 하는 게 말이 되는 건지.. 아주 미춰버리겠다.


우리 추석이는 아이돌에 푹 빠져서 음악을 들으며 숙제를 한다. 신중하고 정성스럽게 그 오빠들의 노래를 리스트에 담는다. 어제도 담았는데 오늘도 담는다. 매일 담는다. 그냥 오빠들 한번 더 보려는 속셈을 안다. 저 사랑스러운 미소를 난 3살 때 보고 기억이 없는 거 같다! (그 오빠들은 아니? 너 숙제 안 하는 거?)


20분 공부하다 10분 쉰다. 어린이집 아가들도 이거보단 오래 특별활동 할 것이다.

공부 20분은 1초도 안 넘기려 칼같이 지키면서, 쉬는 시간 10분은 11분.. 12분.. 아주 여유롭게 넘긴다. 


우리 추석이는 원래 책임감 강하고 소히 말하는 '엉덩이가 무거운 아이'다. 그런데.. 사춘기 접어드는 건지 눈이 풀리고 멍 때리는 시간이 많아졌다. 실제로 이 시기에 잠이 많아진다고 하는데.. 의자에 빨래 널린 것 마냥 뒤로 젖히고 만세를 부르고 있는 모습이란... 저녁 먹은 후부터 한없이 늘어짐에.. 이젠 참을 수가 없다.

게이지 풀이다. 샤우팅 발사


" 삐----------------" 


이성의 끈을 잠시 놓고 아웃사이더도 울고 갈 속사포랩을 퍼부었다. 추석이 맘에 상처를 주다 못해 후벼 파고, 결국 아이 눈에 눈물이 흐른다. 이렇게까지 상처 줄 필요는 없는데... 말하면서 정신 나간 나를 인지했음에도 멈춰지지 않는다.. 사과도 못한 채 그렇게 다음날이 되었다.


다른 곳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왜 우리 애들한테 풀고 있는지.. 나 자신이 한심하고 자책모드에 들어간다.

아침에 눈 마주치고 일어나자마자 사과를 했어야 하는데.. 목소리 톤만 차분해졌을 뿐 어제에 이어 일장연설을 늘어놓는다. 하.. 나란 인간 왜 이리 멋없어졌지... 결국 추석이는 의기소침해져서 학교에 갔다.. 나 역시 출근을 해서도 마음이 무겁다.


나는 다정한 엄마가 아니다. 따뜻한 말 한마디 응원 한마디 이런 게 너무 어색하다. 칭찬할 일 있으면 마라탕 하나 사주고 넘어간다. 

어린 시절 우리 부모님은 너무 바쁘셨다. 마음이 없어서가 아니라 여유가 없으셨던 거다. 인정과 칭찬이 그렇게 듣고 싶었던 어린 나는 그걸 모르고 어른이 되었다. 그러나 내 자식에게는 모자람 없이 따뜻하리라 다짐을 했지만.. 우리 부모님과 똑같은 길을 가고 있다. (적어도 엄마아빠는 나한테 화는 안 내셨는데...)


이런 식으로 매일 지낼 수는 없다. 다른 엄마들이 한 따뜻한 말을 따라 해서라도 추석이한테 이야기해 보자. 얼굴 보고 말하면 AI 같을 게 분명하다. 역효과가 있을 터.. 메시지를 이용하자!

업무는 뒷전이고 문자를 썼다 지웠다 수없이 반복하고(이럴 일 인가..)

고심 끝에 추석이에게 장문의 카톡을 보냈다.



카톡 내용..



추석이의 '네' 한마디.. 뒷말이 삭제 됐나?~ 심지어 이모티콘도 없다..

사진까지 첨부해서 장문을 쓰고 혼자 뿌듯해했음이 민망하다. 난 평소에 안 쓰는 하트도 보냈는데.. 

'엄마의 자랑이야' 이 맨트.. 어우 부담까지 줬다. 내가 봐도 별로다..


그..래..도 답장은 했잖아!! 역시 우리 추석이야. 잠시 서운할 뻔했지 모야 아하;;;

(하하하하하하하-정신줄 놓고 웃고 있다.)

웃자~ 웃어보자 ^^




덧붙이기] 

정승재 선생님 말이 멋져서 시작을 열었는데 어우~ 방식이 올드하다.

의문의 1패 정승재 선생님... 죄송합니다. 당신은 죄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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