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만족하면 됐다!
1. 우리 큰딸과 작은딸의 태명입니다.
2. 아침저녁으로 몸무게 체크에 진심입니다.
우리 추석이는 아기 때부터 이유식을 투정 하나 없이 싹싹 잘 먹던 아이였다. 이유식에 호불호가 있는 야채가 들어가든 말든 다 식어서 맛이 있던 없던 이유식부터 모든 음식은 가림 없이 잘 먹었다.
4살 무렵인가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고 있었는데 어떤 남자아이가 다가와 묻는다.
"너 몇 살이야? 난 내년에 학교 가는 형님인데"
우리 추석이는 평온한 미소로 그 오빠를 쳐다보고 있었고 내가 대신 이야기 해줬다.
"얘는 아직 어린이집 다니는데?"
그렇다. 이미 초등학교 입학 때 30킬로그램을 넘었고 키도 늘 두 학년 높은 큰 키였다. 추석이가 닭다리, 닭발을 발골하는 모습을 본 주변 사람들은 먹방을 찍어보라는 권유를 할 정도로 놀라운 스킬을 보유하고 있고, 엽떡 한통 정도는 우습게 클리어하며, 5학년때는 가볍게 라면 2개에 밥 말아서 먹는 아이였다. 뷔페를 가면 단가 높은 게장부터 연어초밥을 쓸어 담는다. 이건 훈련으로 될 수 있는 움직임이 아니다. 타고났다.
이랬던 추석이는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사춘기에 슬슬 접어들었고, 잠도 많아지고, 공부를 할 때도 집중하지 못하고 한없이 늘어진다. 눈이 풀리고 대답도 단답이 시작 됐다. 사춘기 호르몬 영향이 있다곤 하지만 여전한 먹성에 비해 움직임은 줄고.. 이렇게 계속 늘어질 수는 없기에 생각 끝에 체력을 기르기로 했다.
기존 학원 스케줄이 있으니 비는 시간대에 맞는 운동이 우선순위였다. 우리 동네에 트램펄린에서 점핑하면서 운동하는 센터가 집 근처에 있었고 체험 수업을 한 후 다니겠다는 추석이 말에 바로 등록을 했다.
지금 다닌 지 5개월쯤 접어드는데 몸무게가 5~6킬로 정도 빠진 것 같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만약 식단까지 했다면 더 빠졌을 것 같은데 타고난 먹성은 사춘기를 이겼다. 대신 운동량이 많아져서 그런지 먹는 양이 평소에 비해 현저히 줄어들었다. 배달 음식도 눈에 띄게 줄었고, 마트 장보기 양도 줄었다.
추석이는 몸무게가 줄어들고 주변에서 살 빠졌냐는 소리를 듣다 보니 뭔가 뿌듯했나 보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두 눈이 떠지기도 전에 체중계부터 올라간다. 저녁밥 먹고 나서도, 운동 다녀와서도, 씻고 나서도 단 한 번도 체중계를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추석이의 체중계에 올라가기 전 루틴이 있다. 우선 화장실에서 모든 걸 비우고 나온다. 그리고 입고 있는 옷을 실오라기 하나 없이 다 벗는다. 우리 집에서 유일한 남자인 아빠에 대한 배려 따윈 그 어디에도 없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당연하게 조수가 등장한다. 여기서 조수는 우리 둘째 딸 한방이다. 늘 그래왔듯 언니 뒤에 서서 무심하게 언니 머리카락을 쓱쓱 잡아서 든다. 조금이라도 그람수를 빼기 위한 언니의 작전이다!
어느 날 저녁밥을 먹고 난 추석이는 여느 때처럼 체중계 앞에 서서 한마디 한다.
"야! 잡어"(비장하다)
어김없이 조수 한방이가 등장하고 무심하게 언니의 머리카락을 잡아 들어준다.
어떻게 머리카락만 들었는데 무게가 900그람이 줄어들 수 있는가.. 언니를 향한 동생의 사랑이라고 하겠다. 의자를 밟고 올라서서 언니의 머리카락을 아주 하늘높이 추켜올린다. 눈꼬리까지 따라 올라간다.
그래~ 안 싸우면 다행이다. 사이좋게 지내렴~
덧붙이기]
얘들아~ 그렇게 까지 꼭 해야 하니?라고 나는 호기롭게 외치지만
내 머리카락을 잡아주겠다는 둘째 딸 제안을 못 이기는 척 머리카락을 맡기고 체중계에 올라갔다.
와~~ 줄었다~ ㅋㅋ 안다. 내가 모하나 싶다 그런데 다 모르겠고 체중계에 찍힌 숫자를 보고 미소는 어쩔 수 없나 보다. 기분 좋았으면 된 거지 모 하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