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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 임줌마 Jun 24. 2024

그냥 밥을 먹는 게 어때요?

#엄마를 걱정하는 너만의 언어지?

추석 : 

1. 우리 큰딸의 태명입니다.

2. 대문자 T인 이 아이는 뼈 때리는 말을 잘합니다!



추석이는 학원을 다녀오자마자 핸드폰을 본다. 화장실에 앉아서도 핸드폰을 본다. 밥을 먹을 때도 간식을 먹을 때도 핸드폰을 본다. 아무 생각 없이 핸드폰을 보는 듯 하나 집에서 하는 수업시간이 되면 용케 책상에 앉아 수업을 듣는다. 수업이 끝나면 어김없이 핸드폰을 본다. 내일이 수행평가 일지언정 손에서 핸드폰을 내려놓지 않는다. 핸드폰 그만 보라는 잔소리를 퍼붓고 싶지만 자기 할 일은 해가면서 핸드폰을 보니 내가 할 말이 없다. 


아침에 일어나 추석이의 루틴은 눈감은 채 옷을 주섬주섬 입고 좀비처럼 정수기 앞으로 걸어와 물 한잔을 마시고 식탁에 앉는다. 아침을 먹으며 핸드폰을 보고 핸드폰을 보며 양치를 한다. 양치를 하며 늘 나에게 하는 말이 있다.


"엄마 머리 좀 해주세요"


중학생이 된 추석이는 은근히 외모에 신경을 쓴다. 추석이의 헤어스타일은 예쁜 길이의 단발머리에서 소히 거지존이라 불리는 영역에 이르렀고 뻗치는 머리를 매일 아침 드라이를 해서 안으로 단정하게 넣는다. 이걸 스스로 하는 게 아니고 날 부른다. 요즘 여중생들은 현란한 고데기 스킬을 보유하고 있다던데...


요즘 난 다이어트라는 걸 하는 중이다. 내 인생에 다이어트는 없었다. 날씬했는가? 절대~~

이 세상엔 너무나 맛있는 음식이 많음을 잘~ 알고 있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40 중반이 되면서 신진대사도 느려지는지 얼마 먹지도 않았는데 소화도 안되고 어이없게 후덕해 지기까지 한다.. 진짜 얼마 안 먹었다. 건강검진을 받으러 가야 하는데 무섭다... 나의 살들이 온갖 병명을 옵션으로 가져다줄 것 같았다. 앞으로 남은 많은 날들은 내가 좋아하는 맛있는 음식으로 건강하게 먹기 위해 다이어트를 결심한 것이다! 

1:1 PT를 받고 있고 지금 한 달 정도 됐으며, 40대 아줌마를 배려한 식단인듯하나 나에겐 그저 풀이고 평소 쳐다도 안 봤단 닭가슴살일 뿐이다. 식단을 하다 보면 브로콜리도 달다고 하는데.. 그럴 리 없다.


더 행복해지기 위해 시작한 다이어트인데 식단 앞에서 불행하다. 맛없는데 또 조금 먹으면 안 된단다. 정해진 양만큼 먹어야 한단다. 안 먹어도 난리~ 먹어도 난리~ 미춰버리것다. 입맛이 없으니 조금 먹게 되고, 조금 먹으니 기운이 없고, 기운이 없으니 예민해지고, 예민하니 샤우팅이 자주 나간다. 

으~~~~~~~~~~~~어~~~~~~~~~~~!! 가족들이 날 피해 다닌다.


오늘 아침은 유독 정신없고 촉박한 시간에 쫓겨 예민포스를 풍기며 아침을 차리고 있는데 어김없이 추석이의 용감한 한마디가 들린다.


"엄마 머리 좀 해주세요"


반찬을 옮겨 담던 젓가락을 전쟁 치를 준비가 된 장군처럼 비장하게 내려놓고 욕실을 향해 간다. 잔소리 총알을 장전하고서 말이다..  쏘세요!


"너~~는 밤늦게까지 핸드폰 보니까 아침 늦게 일어나지, 늦게 일어나니까..........................................

.................................................................. 이하 생략...................................................................."


어제의 핸드폰이 거슬렸던 일을 시작으로 한 나의 잔소리는 어깨에 뻗친 추석이의 머리카락이 안으로 예쁘게 말아 들어가서야 끝이 났다. 이 정도 잔소리를 퍼부었으면 여느 사춘기 아이들은 엄마말에 맞받아치거나 울거나 뭔가 반응이 올 텐데 우리 추석이는 묵묵히 본인 스타일링을 직관한 뒤 나가면서 한마디 한다.


"엄마! 그냥 밥을 먹는 게 어때요?"




요즘 내가 먹는... ㅠㅠ



아하하하... 그..래.. 엄마가 좀 예민했지? 

엄마가 남은 PT 개월수만 좀 진상스러워 볼게~ 끝나고 마라탕 3단계 달려보자!!




덧붙이기] 

3살 추석이는 내가 행복하게 제육한쌈을 먹고 있는데 무심히 와서 너의 침이 묻은 마이쭈를 엄마 입에 넣어줬더랬지.. 음~ 제육쌈과 마이쭈의 콜라보란.. 안 먹어본 넌 모를 거야~

그것도 너만의 사랑표현이었어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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