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아이를 꿈꾸며

70대에 홀로 나선 중남미 사진 여행기 1

by Segweon Yim

꿈 속의 모아이

모아이를 만난다는 꿈을 꾼 것은 까마득한 20대 중반이었다. 50년이 다 되었지만 나는 아직 그 꿈에서 깨지 못했다. 거석문화에 관한 석사논문을 준비하던 중 찾아낸 모아이 석상의 얼굴은 논문의 내용보다 더 크게 원고지 위로 오버랩되었다. 이후 모아이는 살기 힘들 때는 머릿속에서 사라졌다가 또 어느 틈에 흐릿한 모습으로 나타나곤 했다. 그러나 그곳이 실제 내가 가볼 수 있는 곳이라고 여겨진 적은 없었다.


40년이 흘렀다. 퇴직이 가까이 다가오자 모아이는 다시 기억의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번엔 매우 구체적이고 똑똑한 모습으로. 퇴직을 하면 모아이부터 가보자고 생각했다. 그러나 퇴직했다고 나의 모아이 행은 마음먹은 대로 실천에 옮겨지지 않았다. 이럭저럭 5년이 지났다. 그리고 칠십 번째 생일을 맞은 2018년 4월, 더 늦으면 모아이는 그냥 꿈속의 존재로 남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생일을 지낸 후 넉 달 반이 지났다. 정확히 퇴직한 날에서 5년이 흐른 2018년 8월 31일, 나는 멕시코시티 행 왕복 항공권을 끊었다.


80일간의 여행을 생각하고 날짜를 정했다. 그러나 날짜변경선을 생각하지 못해 실제 여행 기간은 2019년 2월 20일부터 5월 12일까지 82일이 되어 버렸다.


마지막 여행


모아이 석상이 있는 이스터 섬은 칠레의 산티아고에서도 태평양으로 3000 킬로미터나 떨어진 먼 곳이다. 멕시코시티에서 그곳을 가려면 마야와 잉카의 옛 땅을 거쳐야 한다. 그래서 마야 문명의 자취가 남아 있는 멕시코와 잉카 제국의 땅이었던 페루, 볼리비아를 포함하여 계획을 세웠다. 또 칠레에서는 남미대륙의 남쪽 끝 파타고니아를 갈 것이다. 그리고 이 긴 여행의 반환점인 이스터 섬은 실질적인 종착점이 될 것이다. 그때서야 모아이는 나의 꿈 속을 벗어나겠지.


남미 여행이 이제는 유행처럼 되어버렸다. 너도 나도 남미로 간다. 그러나 나에게 이 여정은 커다란 모험이자 일생 마지막의 대 장정이 될지도 모른다.


인천 공항행 버스를 기다리며. 바닥에 놓인 두 개의 가방이 80일간 나의 여행을 도와줄 짐의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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