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이 굳어서 돌이 되기까지 걸린 시간이 몇 천년인지 몇 만년인지 알 수가 없다. 그 돌 틈에서 샘이 솟아 그 돌을 녹여냈다. 그리고 다시 몇 천년, 아니 몇 만년을 지내면서 돌이 녹아 흐른 물이 다시 돌 위를 덮고 또 돌이 되었다. 그래서 절벽 위로 떨어지던 물의 폭포는 물이 녹여낸 바위의 폭포가 되었다. 지금도 폭포가 된 바위 위로 또 물이 흐른다. 그 물이 다시 바위를 녹이고 바위 폭포는 지금도 계속 만들어진다.
그렇게 만들어진 폭포가 이에르베 엘 아구아(Hierve el Agua), 우리말로 하면 끓는 물 폭포이다. 끓는 물이란 이름은 바위틈에서 솟아나는 샘을 가리키는 말에서 온 것이다. 높이 90미터와 60미터의 두 흰색 바위 폭포는 멀리서 보면 실제 물이 흰 포말을 일으키며 쏟아져 내리는 듯 보이거나 또는 한 겨울의 얼어붙은 폭포처럼 보인다. 물에 녹은 석회암의 흰색으로 인해 폭포는 소금 폭포라는 이름도 가지고 있다.
이 폭포를 만든 바위는 석회암 덩어리다. 물에 녹은 석회암반의 바위틈에서 샘이 솟아오르고 그 물이 모여 작은 못을 여러 개 만들었다. 지금은 커다란 인공 못을 만들어 많은 사람들이 수영이나 목욕을 즐기고 있지만 이전에는 작은 웅덩이들이 지역 주민들에게 목욕탕 구실을 했을 것이다.
이 물에서 목욕을 하면 여러 가지 병이 나았는데 그로 인해 이 물과 신비한 바위 폭포는 신성한 존재로 추앙되었다. 물론 여기서 솟은 샘물이 치유능력을 지닌 것은 물속에 함유된 탄산칼슘이나 마그네슘 등의 광물질 때문이다.
절벽 바로 위에 만든 인공 풀장이다. 인공의 풀장 벽에도 석회석이 녹아 흐른다.
신성한 샘이 만든 거대한 고드름 폭포
폭포를 절벽 아래에서 치켜 보면 거대한 고드름처럼 보이는 종유석들이 돌기둥을 이루고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 꽂힌 듯하다. 이러한 지형은 석회암 지대가 발달한 세계 곳곳에서 알려져 있지만 산 꼭대기에 이렇게 거대한 돌기둥 폭포를 볼 수 있는 곳은 별로 들은 바가 없다.
마치 얼어붙은 것처럼 보이는 흰색의 석회석 폭포와 폭포 밑에서 보는 거대한 종유석
이처럼 석회암과 지하수가 솟아 만들어진 특이한 지형은 지하수를 아래쪽 농지로 흘려 보내는 통로를 만들었고 이를 통해 고대 마야인들의 관개 농업을 발달시켰다는 설도 있다. 멕시코에서는 이에르베 엘 아구아가 관개농업과 관련된 대표적 유적이라고 한다.
마야인들이 이곳을 신성시했다는 것은 단순히 병을 고친다든가 폭포 자체가 신비한 존재로 여겨졌다든가 하는 것 만이 아니라 그들의 농업생산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에르베 엘 아구아 폭포로 가는 마을 안 길. 길이 교차하는 지점에 과달루페 성모를 모신 작은 집이 있다. 마치 우리나라의 성황당과도 같다.
마을에는 주로 노인들이 보이지만 이에르베 엘 아구아의 신성한 샘으로 인해 오히려 이 지역이 장수마을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