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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gweon Yim Mar 17. 2021

후투티

출근길의 길동무, 물새와 산새 9

후투티를 처음 본 것은 집 마당의 잔디밭에서다. 녀석은 늦가을 갈색으로 변한 잔디밭을 껑충거리며 땅을 쪼아대고 있었다. 어깨 위로 밝은 황갈색을 띠고 있고 부리는 길고 날카로웠다. 끝에 검은색이 묻은 갈색 깃털 장식을 머리 위에 꽂은 새 모양은 동물원에서나 볼 법하게 신기했고 우리 집 마당에 이런 신기한 새가 날아온다는 게 더 신기했다.      



머리 뒤로 날렵하게 뻗은 깃털은 마치 큰 새의 깃털을 머리에 꽂은 인디언 꼬마의 모습과 흡사했다. 그리고 그 깃털의 반대쪽으로 날카롭게 휘어진 긴 부리는 머리 뒤의 깃털과 균형을 잡기 위한 것처럼 묘하게 어울렸다. 그런데 그 우아한 부리로 겨우 땅강아지 종류나 파먹는다는 것을 알고는 실망이 컸다. 그러나 부리의 모습은 땅을 뒤지기에 무척 효과적일 것으로 보이지 않는가. 조물주의 설계 능력은 놀랍기 짝이 없다.      



후투티가 머리 깃을 활짝 펴면 영화에서 본 인디언 추장의 머리 장식과 놀랄 만큼 닮아 보였다. 나중에 조류도감을 찾아보니 추장새라는 별명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도감에는 여름철새라고 되어 있지만 나는 여름보다는 봄가을에 많이 본다. 본래 철새였겠지만 거의 텃새화 된 것으로 생각된다. 집 앞 강변에서 보는 원앙이나 물총새 등도 사계절 모두 볼 수 있고 백로나 왜가리도 겨울에도 보이는 것을 보면 상당수의 철새들이 텃새로 되었음을 알 수 있다. 한반도 사계절 기후가 철새들이 살기에 모두 적합하게 변했는지 모르겠다.     



후투티라는 재미있는 이름은 새의 울음소리에서 온 것이라 한다. 나는 한 번도 이 새가 우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는데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훗 훗”하고 운다고 한다. 그것을 연속으로 발음해보면 “후툿”으로 되니 후투티라는 이름은 거기서 왔다는 것이 그럴듯하다. 그러고 보니 영어 이름도 “후포(hoopoe)”라고 한다니 서양 후투티도 비슷하게 우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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