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새로 짓고 마당에 큰 감나무 한그루를 심었다. 새벽이면 감나무에 참새들이 모여들었는데 참새들의 지저귀는 소리가 이렇게 큰 괴로움을 줄 줄은 미처 몰랐다. 특히 여름이면 동이 트는 이른 새벽부터 참새 소리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점차 세월이 지나면서 그 소리는 익숙한 소리로 바뀌고 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아갔다. 새벽부터 마당에 와서 짹짹거리고 먹이를 찾아 부리를 쪼아대는 참새를 보면 참새만큼 부지런한 새도 없다.
가을철, 들판이 노랗게 물들면 논과 밭에 허수아비가 들어선다. 허수아비들은 주로 참새를 쫓는 것이 주된 임무다. 허수아비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참새들을 물리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참새 덕에 가을 들판의 풍경이 더 아름답게 꾸며지는 것은 고마운 일이기도 하다.
겨울이 되면 참새들은 먹이 찾기가 쉽지 않다. 풍성한 가을에 먹고 남은 것을 비축이라도 해두었으면 좋았겠지만, 이들은 식량을 저장해놓고 먹을 줄은 아예 모른다. 그러나 사람들 사는 주변에 함께 살기 때문에 어디에 가야 먹을 게 있는지는 잘 알고 있다. 바로 방앗간이다. 농민들이 추수하고 벼를 곳간에 쌓아두었다가 조금씩 꺼내 방앗간에서 찧어 먹는데 이때 알곡들이 주변에 흩어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방앗간은 참새들에게는 아주 좋은 식량창고가 된다. 참새 방앗간 그냥 못 지나간다는 말은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참새들은 집단으로 먹이 활동을 하며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것도 거의 동시에 뜨고 내린다. 수십수백의 참새들이 순간적으로 공중으로 뜨고 같은 장소에 내리는 것을 보면 정말 경이적이라 할 만하다.
겨울철, 밤이 되면 시골 마을 아이들은 겨울이 되면 전등을 들고 참새를 잡으려고 초가집 처마 밑을 뒤지곤 했다. 겨울밤, 마당에 모닥불을 피워 놓고 구워 먹는 참새고기의 맛은 시골에서 자란 장년층이나 노년층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학생 시절 서울 거리에서 흔하게 보이던 참새구이 포장마차가 생각나기도 한다. 그 시절 참새고기는 맛있는 소주 안주가 되기도 했고 시골 어린이들에게는 좋은 단백질 먹거리였을 것이다.
아침에 강변을 따라 출근하다 보면 자갈이 깔린 얕은 강가에 참새들이 들락거리며 세수를 하는 것을 본다. 참새도 세수하고 하루를 시작한다는 것을 나는 참 늦게 알게 되었다. 사람들에게 하루 일상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를 참새가 가르쳐주는 것 같아 강가를 걸으며 혼자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