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을 조선시대에 영가(永嘉)라고 했는데 옛 기록에 보면 ‘永’이라는 한자를 해체하면 ‘二’와 ‘水’를 합친 글자로 반변천과 낙동강 두 물줄기를 뜻한다고 하며 여기에 아름답다는 뜻의 가(嘉)를 붙여 만들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곧, 영가는 반변천과 낙동강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아름다운 고장이란 뜻이다.
낙천교 밑 습지에서 휴식을 취하는 구레나룻제비갈매기
최근 이 두 물의 합수 지점에 낙천교라는 다리가 생겼다. 낙천교 밑에 있는 얕은 보로 인하여 낙천교 위쪽은 꽤 넓은 수면이 형성되어 있고 강의 양쪽에는 버드나무와 갈대 달뿌리풀 등이 자라서 그럴듯한 습지를 이룬다. 이 버들숲과 갈대숲은 철마다 찾아오는 철새들의 보금자리가 되어 강가를 걷다 보면 많은 철새들을 만날 수 있다. 이는 자칫 삭막할 수 있는 도시 생활에 숨통을 열어주는 것이기도 하여 겨울이고 여름이고 산책객들의 마음을 즐겁게 한다.
구레나룻제비갈매기가 물고기를 낚아채 수면을 날고 있다.
최근 안동댐에 쇠제비갈매기가 서식한다고 해서 텔레비전 뉴스에까지 등장한 적이 있다. 그런데 안동을 찾는 새 중에 쇠제비갈매기보다 더 희귀한 갈매기과의 새가 있다. 구레나룻제비갈매기이다. 나는 이 새를 촬영한 후 새 이름을 찾느라고 상당히 애를 먹었는데 겨우 알아낸 이름이 이 이상한 이름이다. 새는 날갯죽지가 옅은 회색을 띠고 있긴 하나 온 몸이 거의 흰색으로 무척 청결한 인상을 준다. 다만 머리만 정수리부터 눈 바로 밑까지 회색 바탕에 검은색 반점이 있다. 특히 눈 밑에는 마치 여성들이 눈 화장을 하듯이 검은색의 굵은 줄이 있어 새의 특징을 살려준다. 마치 한국화가가 붓으로 새의 목에 먹선을 친 듯하다. 약간 붉은 색조가 도는 부리도 흰 몸에 아름다운 포인트를 만들어준다.
도시의 새는 조밀한 아파트 단지도 여유롭게 보이게 해 준다.
구레나룻은 사람의 뺨 옆으로 세로로 기른 수염을 말하는데 왜 이 새의 이름에 구레나룻이 붙었는지 알 수 없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새의 영어 이름은 'Whiskered Tern'이었다. 이 단어의 뜻은 구레나룻을 뜻하는데 위키피디아에서 단어를 입력하면 사람의 구레나룻이 나오는 게 아니라 바로 구레나룻제비갈매기가 나온다. 새의 머리나 뺨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구레나룻을 볼 수는 없지만 아마도 눈 밑의 검은 선 때문에 서양에서 만들어진 이름이 아닌가 생각된다. 서양 이름을 번역하고 또 우리나라 갈매기 종류인 제비갈매기와 비슷하다고 해서 생긴 동서양 합작의 이름인 듯하다.
주로 내륙의 강이나 습지 등에 서식하는 새로 초여름이 산란기라고 한다. 오른쪽 사진은 공중에서 물 속의 먹잇감을 찾고 있는 모습이다.
새를 만난 시간은 그리 길지 못했고 마릿수도 몇 마리 안되어 사진도 충분히 찍지 못했지만 갈대숲에서 물고기를 낚아채기 위해 수면 위를 나는 아름다운 모습은 지금도 눈 앞에 생생하다. 올해에는 다시 이 새를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날개를 활짝 펴고 나는 모습을 정면에서 보면 왜 새 이름에 제비라는 말이 들어간 줄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