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egweon Yim Oct 30. 2021

민물가마우지

출근길의 길동무, 물새와 산새 12

멀리서 볼 때 좋은 새들이 있다. 말하자면 십리미인이다. 나에게는 가마우지 종류가 그렇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륙의 강이나 호수에서 보는 가마우지는 민물가마우지다. 민물가마우지들은 한 두마리씩 날아다니는 것도 자주 보지만 아침 저녁으로 길게 줄을 지어 하늘을 날 때는 마치 아름다운 풍경을 완성시키기 위해 군무를 추는 것 같기도 하다. 민물가마우지들은 잠수에 편리하도록 날개가 물에 잘 젖게 되어 있는데 그래서 모래톱이나 돌 위에 앉아 있을 때는 두 날개를 활짝 펴고 날개를 말린다. 그 모습은 두 팔을 활짝 벌리고 내 품 안으로 들어오라는 표현같기도 하다.


그런데 이 새를 가까이서 보면 아름답다는 생각이 깨져 버린다. 새카만 몸집이 호감이 가지 않는 것도 있지만 머리의 정면 부분이 대체로 흰 색이면서 부리를 둥글게 감싼듯이 보이는 황갈색 또는 주황색에 가까운 옆얼굴은 험상궂기 짝이 없다.



가마우지라는 이름의 '가마'는 검다는 뜻이라고 하며 '우지'는 오리의 옛말 '올히'에서 변형된 말이라고 한다. 바다에 서식하는 가마우지는 그냥 가마우지라 하고 내륙에 서식하는 경우에는 '민물가마우지'라고 한다는데 내 눈에는 뚜렷하게 구분이 가지 않는다.



이 새에 처음 관심을 가졌던 것은 오래 전에 중국 명승지 구이린에 갔을 때였다. 구이린에 흐르는 리쟝이라는 강에서는 어부들이 주로 민물가마우지를 이용해 고기를 잡고 있었다. 10여년전에 중국 황산시에서 1년간 살 기회가 있었다. 황산시를 관통하는 신안강에서도 어부들이 민물가마우지들을 배에 태우고 고기잡이를 했는데 신안강가에서 살던 나는 아침 저녁으로 강가에 나가 민물가마우지의 고기잡는 모습을 신기하게 지켜보았던 기억이 새롭다.



중국의 가마우지 물고기 잡이는 잠수를 잘 하는 가마우지들의 속성을 이용하여 가마우지의 발을 줄에 묶고 목도 고기를 넘기지 못할 정도로 묶어서 고기를 잡게 하는 것이다. 이것은 동물학대라 할 수 있지만 중국에서는 오랜 옛날부터 전승되어 온 전통 어로 행위로 인정해주는 듯하다. 오히려 관광거리가 되는 지금은 권장하는 듯 보이기도 한다.   



그 민물가마우지를 바로 우리집 앞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다. 교수직을 퇴직하고 강으로 출근하면서 비로소 나는 민물가마우지가 낙동강에도 산다는 것을 알았다. 이들은 내가 강변으로 출근하기 시작한 7,8년 전에는 그리 많이 보이지 않았다.



반변천과 낙동강이 합류하는 근처에서 물고기를 물고 불쑥 물 위로 솟구쳐 올라오는 가마우지를 보는 재미에 한참씩 한 자리에 머물어 지켜보는 재미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던 것이 5년전쯤인가부터 갑자기 숫자가 불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수백마리씩 떼를 지어 하늘을 나는 것을 보는 일도 드물지 않게 되었다.



용상동의 반변천 상수도 수원지 쪽에 많이 몰려 있는 물고기를 잡기 위해 강변 솔 숲에 자리잡은 민물가마우지 떼들은 그들의 분비물로 숲을 몽땅 망가뜨렸고 인근 고등학교에서는 수업을 제대로 못할 정도로 악취가 심하다고 아우성이라고 한다. 가끔 금강이나 영산강 쪽에서 민물가마우지 떼들로 인해 어업이 불가능할 정도로 피해가 크다는 뉴스가 나오기도 한다.  



어떤 보도에는 민물가마우지가 지난 20년 동안 100배가 늘었다고도 한다. 내가 잘 모르기는 하지만 이처럼 갑자기 개체수가 증가한 이유도 분명 사람에게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환경부에서도 이 새를 유해조수로 해야 할 것인지 고민중이라는 말도 들었다. 앞으로 민물가마우지도  사람이 함께 잘 살 수 있는 환경이 잘 조성되었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깝짝도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