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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gweon Yim Feb 15. 2022

뿔논병아리

출근길의 길동무, 물새와 산새 13


겨울 철새 중에서 귀티가 흐르는 새를 들라고 하면 나는 단연 뿔논병아리를 첫째로 꼽는다.

머리 위에 올라앉은 검은 깃털은 하늘로 뻗쳐 있는데 마치 왕관을 쓴 듯하다. 이것이 마치 뿔이 달린 것처럼 보여서 '뿔논병아리'라는 이름이 붙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여름철 뿔논병아리는 턱에서 귀밑으로 짙은 깃털이 감싸고 있다. 링컨의 턱수염을 생각나게 한다.


그러나 물속에서 바로 나오면 깃털이 머리에 달라붙어 왕관 같은 모양은 볼 수 없다. 크기는 대체로 50센티미터 안팎이라는데 대개는 혼자 헤엄치고 다녀서 실제보다 크게 보이는 경향이 있다.


암컷과 수컷은 모양이 거의 같아 구별이 잘 안 된다. 때로 깃털의 색깔 때문에 다른 새로 보일 때가 있다. 그것은 여름과 겨울의 깃털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머리 형태가 같고 머리 위의 왕관처럼 보이는 깃털이 있어 뿔논병아리라는 것을 알아챌 수 있다.


암수처럼 보이는데 실제로 어느 것이 암수인지는 알 수 없다. 털의 색깔이 다른 것은 여름새와 겨울새의 차이다. 한 시기에 다른 색이 동시에 보이는 것은 환절기이기 때문인 듯하다.


여름철에는 전체적으로 갈색조를 띠고 목 부분에 검은 털이 마치 목도리를 한 것처럼 뚜렷하다. 그러나 겨울철에는 머리와 목이 전체적으로 흰색을 띠고 있고 목 뒤와 등 쪽 털은 검다. 머리가 하얗게 빛나므로 머리 위의 검은색 깃털도 아주 뚜렷하게 돋보여 긴 목을 곧추세우고 헤엄치는 모습은 매우 우아하다.


물안개 피는 아침 고요한 수면 위를 유유히 헤엄치는 뿔논병아리는 새 중의 귀족이라 할만하다.


청둥오리나 비오리 등 겨울 철새들이 대부분 떼를 지어 다니는 것에 비해 뿔논병아리는 거의 혼자 다니거나 또는 암수 한쌍이 함께 다닌다. 이것은 논병아리도 마찬가지인데 아마도 논병아리과에 속하는 새들의 특성인 듯하다. 겨울에 하얀  목과 머리를 높이 세우고 다른 새들과 떨어져 따로 헤엄치는 모습은 귀족 같은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듯하다.


긴 목과 머리 위의 깃털은 단연 귀족 중의 귀족이라 할 만하다.


뿔논병아리는 수컷과 암컷이 함께 새끼를 키운다. 그들의 자식 사랑은 비슷한 종류의 조류 중에서도 특별하다고 한다. 수컷이나 암컷 모두 여러 마리의 새끼들을 한꺼번에 등 위에 태우고 헤엄치고 다니는데 새끼들은 이를 마치 놀이처럼 즐기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보는 사람들에게 별다른 자식 사랑을 느끼게 한다. 어미와 달리 새끼들은 흰 바탕에 검은 줄무늬가 있는 것이 특이하다.


물닭들과 어울려 있는 뿔논병아리(왼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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