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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gweon Yim May 19. 2022

달에서 보는 지구의 나이테-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 3

70대에 홀로 나선 중남미 사진 여행기 60

소금 산맥 위로 드러난 땅의 역사책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는 안데스에서 2천 미터도 더 되는 높이를 내려와 만나는 사막 속의 도시지만 도시의 서쪽은 안데스보다는 높지 않지만 또 다른 산맥 즉 코르디예라 데 라 살이 남북으로 달린다. 코르디예라 데 라 살(Cordillera de la Sal)이란 긴 이름은 번역하면 소금 산맥이란 뜻이다. 고유명사이긴 하지만 여기서는 줄여서 소금 산맥이라 부르기로 한다.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에서 서쪽으로 13킬로미터 가면 평지에 바위의 산줄기가 우뚝 선 모습을 볼 수 있다. 소금 산맥의 동쪽 끝 일부인 이곳은 달의 계곡이라고 부르는 흥미로운 지역이다.


소금처럼 보이는 황산칼슘이 분칠하듯 덮여 있는 소금 산맥

달의 계곡은 넓게 퍼져있는 소금 산맥의 동쪽 일부를 차지한다. 그래서 달의 계곡에 들어가면 여기저기 마치 흰 눈을 덮어쓴 듯 보이는 바위와 넓은 평지들이 보인다. 이 산맥의 이름이 소금 산맥이어서 지표면에 보이는 흰색은 모두 소금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소금이 아니라 황산칼슘이라고 한다. 황산칼슘은 석고의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하얀 가루처럼 보이며 여기서 보는 것처럼 지표면에 드러나면 소금처럼 보이게 된다.  


달의 계곡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것은 거대한 지층들이 겹쳐진 채 끝없이 뻗어나간 모습이었다. 무지개떡처럼 차곡차곡 쌓인 지층의 띠는 습곡 현상에 의해 구불구불 아름다운 곡선을 만들고 있었다. 하나하나의 지층을 자세히 보면 그 속에 또 각기 다른 얇은 땅의 켜들이 쌓인 것이 보였다. 그 얇은 층 하나, 또 그것들이 쌓여 만든 두터운 층 하나를 만드는데 얼마만 한 시간이 걸리는지 짐작도 할 수 없다.   


길고 긴 지층의 띠가 끝없이 이어져 있다.


몇 천년 일지, 아니면 몇 만년 일지. 저 지층들이 쌓여가는 시간에 그 땅 위에서는 무슨 일들이 일어났는지도 나 같은 무지한 사람은 상상도 할 수 없다. 기껏 수백만 년을 헤아리는 사람의 역사는 저 두터운 땅의 껍질들이 쌓여가는 시간의 역사에 비하면 초라하기까지 하다.


눈앞에 보이는 저 지층들은 그대로 지구의 나이테이자 땅의 역사를 기록한 한 권의 역사책인 셈이다. 그렇게 보니 달의 계곡 안에서만 해도 수천수만 권의 역사책들이 보인다. 이곳은 지구의 역사책을 간직한 거대한 도서관인 셈이다.


거대한 지층의 골짜기를 지나가는 사람들이 모습이 땅의 역사와 사람의 역사를 비교해주는 듯 보인다.
습곡과 단층현상으로 지층들이 구부러지고 잘렸다. 이것은 그대로 지구의 역사를 기록한 역사책들이 쌓여 있는 도서관인 셈이다.



바람의 미술관


이곳은 또 사람의 힘으로는 감히 생각도 하지 못할 어마어마한 미술관이다. 이러한 위대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태양과 물과 바람이 흙과 바위를 가지고 수십억 년에 걸쳐 일을 해왔다는 것을 도대체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수백만 년 전 이곳은 바다였다. 아니면 호수였을지도 모른다. 물속에 쌓인 흙과 모래는 오랜 세월에 걸쳐 하나하나 층을 만들고 그 위에 또 새로운 층이 생겨 두터운 지층을 만들었다. 수면이 내려가고 그것들이 땅 위로 올라와 이런저런 외부의 힘으로 구부러지고 잘라져서 소위 습곡과 단층이 생겼다.   


습곡 현상이 만들어준 아름다운 예술 작품


습곡과 단층 현상은 지층을 아름다운 모양으로 구부리고 잘라내서 우리 눈앞에 위대한 작품으로 남겨 주었다.   그리고 바람은 바위덩이의 약한 부분을 이리저리 깎아내고 마치 조각공원을 만들듯 아름다운 조형물을 골짜기 곳곳에 세워 놓았다. 달의 계곡은 경이로운 조물주의 미술관이다.


바람이 만들어 놓은 모래와 바위로 구성된 작품들


산줄기와 산줄기, 거대한 암벽과 암벽 사이에 바람에 실려온 모래들이 쌓여 또 다른 아름다운 사막을 만들었다. 뾰족하고 단단한 바위가 병풍처럼 둘러쳐진 사이에는 부드러운 모래들이 쌓여 아름다운 곡선을 만들고 있다. 이 단단함과 부드러움이 한데 어울려 이루어낸 거대하고 놀랄만한 풍경은 달에 비기기에는 달이 너무 왜소하다.


미국의 국립 항공우주국(NASA)에서 화성탐사선을 제작하여 화성으로 보내기 전에 탐사선을 테스트한 장소가 바로 여기 달의 계곡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곳은 달이라기보다는 화성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나는 달도 화성도 가까이 보지 못하였지만 역시 이곳은 달보다는 화성에 더 가깝다고 생각되었다.  


달이라기 보다는 화성이 더 이곳과 비슷할 것으로 생각되었다.



다양한 색깔로 물들여진 모래와 바위들이 안데스 설봉을 배경으로 멋진 그림을 만들었다.


소금 산맥 뒤로 지는 해


달의 계곡에 가는 것은 계곡 자체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볼거리는 소금 산맥 뒤로 지는 일몰을 보기 위해서이다. 우리를 태운 차는 해질 무렵 소금 산맥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몰을 감상할 수 있다는 장소로 이동하였다.


산 등성이마다 자동차들이 서고 사람들이 내려 서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해가 아주 천천히 서쪽 산맥으로 내려앉았다. 해가 산 능선으로 내려오면서 하늘색은 푸른색에서 주황색으로 서서히 바뀌고 좀 전에 해가 머물던 하늘 위쪽은 보라색으로 또 검푸른 색으로 변해갔다.   


지는 해에 붉게 물든 땅으로 밤의 그림자가 서서히 덮여간다.

하늘색 뿐 아니라 희고 노란 모래와 바위로 이루어진 땅의 색도 붉은빛이 더해져 점점 불타는 듯한 모습으로 변해갔다. 지는 해를 보다가 몸을 돌려 반대쪽 안데스를 보았다. 그곳에는 지금 지고 있는 해가 머물었던 리칸카부르 화산이 있었다. 화산의 정상부 흰 눈은 주황색으로 물들고 그 아래 땅은 완전히 붉은색으로 바뀌고 있었다.


소금산맥 뒤로 지는 해를 바라보는 사람들

해가 소금사막 뒤로 가라앉는 것을 보면서 사람들은 의외로 조용했다. 아무도 소리를 내지 않았다. 얼굴을 마주하고 다정하게 앉아 있는 연인에게 저 해는 사랑의 약속을 남겨 주었을까? 엄마에게 안겨 함께 지는 해를 보는 아기에게 저 해는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  


해가 지고 사람들도 흩어졌다. 


불타는 듯한 저녁 햇볕에 싸인 안데스의 리칸카부르 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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