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살 한 점

랜덤으로 한자리에 앉아서

by 쑤기노트

사 남매가 밥상에 둘러앉으면 집안은 금세 시끄러워졌다. 동생들은 반찬이 마음에 안 든다며 투정을 부렸고, 막내는 기어코 라면을 끓여 독상을 받았으며, 한 명은 분홍 소시지 세 토막, 또 한 명은 계란프라이를 받았다.
없는 살림에 늘 비슷한 반찬이던 시절이었다.


아부지의 밥그릇 앞에는 숭늉과 갈치 한 토막이 놓여 있었고, 나는 밥을 입에 넣으면서 자꾸 그쪽에 눈길이 닿았다.

그때 아부지는 젓가락으로 갈치뼈를 발라 크게 한 점을 내 밥그릇에 올려주셨다.


동지팥죽을 하려고 팥을 삶아놨다는 어무니 전화에 친정으로 건너갔다. 삶은 팥 한 사발을 들고 집을 나서는데 아부지는 "왜 벌써 가. 밥땐데 밥 먹고 가"라고 불러세우셨다.


아 그럴까 아부지?

나는 사실 밥생각이 없었지만, 아부지의 적적함을 알아차려 버렸다.

주택의 살림은 늘 닦고 치워야 할 소일거리가 많은데, 아부지는 점점 해야 할 일을 잊어버리신다. 그만큼의 몫이 어무니에게로 옮겨가버려서 밥상 위에 숟가락하나 얹는 게 나는 송구스럽다.


이제는 없는 살림도 아닌데 실제 밥상은 단출했다. 고등어감자조림과 콩나물김칫국. 그리고 마늘장아찌. 푹 익어버린 겉절이와 우거지볶음...

나는 고등어 가시를 발라 아부지 밥 위에 얹어드렸다.

"괜찮아, 너 먹어"

"아부지, 등 푸른 생선이 뇌에 좋아요"

"엄마도 " 어무니 밥그릇에는 고등어 뱃살부위로 올려드렸다.


" 아니 너 먹어. 우린 먹었어. 이젠 뼈 바르기 귀찮아. 안 먹어"


내가 아직 젓가락질을 할 수 있는 지금이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돋보기 없이도 가시를 바르고, 젓가락으로 살살 집어 밥 위에 얹어드릴 수 있다는 것.
그 사소한 일을 할 수 있음이, 그 순간만큼은 감사했다.

그렇게 나는 오늘 아부지와 어무니의 은혜를 한 점씩 갚았으니 말이다.


사 남매가 모여 먹는 밥상은 이제 없다.

노부모와 단출한 반찬 그리고 랜덤으로 채워지는 한자리가 이제는 노년의 특별한 밥상풍경이 되어버렸다.

오늘은 언젠가 내가 소환하고 싶은 하루로 남게 될 것이다.


고등어살 한 점만큼의 은혜를 갚은 날로...


오늘도 아부지는 상자를 잘게 잘라서 분리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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