뭣이 중헐까
어무니는 내게 아부지가 벗어 둔 헌팅캡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거 냄새나는데, 어떻게 빨아야 하니?
저거 하나 달랑 세탁소에 가져가기도 그렇고…”
아부지는 모자를 집어 들고
코 가까이 가져가 킁킁 냄새를 맡아보더니
“이 사람아, 무슨 냄새가 난다고 그래. 안 나는구먼.”
치매는 냄새를 해석하는 감각이 먼저 흔들리기 시작한다. 냄새를 못 맡는 것이 아니라, 머리를 감지 않아 생겨난 냄새라는 것을 알아채지 못하는 것이다.
“아이고, 머리를 감아야 냄새가 안 배지. 베개도 그렇고, 밥 먹는데도 냄새가 나는데 안 난다니— &@₩%¥£$%”
밤잠을 설친 지 이틀째인 어무니의 말투는 잔뜩 날이 서 있었다.
환기하는 쪽에 서야 한다.
이런 경우에 나는 중재자로 서 있으면 안 된다.
“아부지, 동네 한 바퀴 걷고 오자.
이제 이사 가시면 그리울 텐데…”
아부지는 대답 대신 냄새가 배어 있는 헌팅캡을 먼저 집어 쓰고 신발을 신으셨다.
“아부지, 추워요. 목도리랑 패딩도 입으셔야지.”
아부지는 뭘 먼저 해야 할지 판단이 흔들리는 표정이었다.
나는 패딩을 꺼내 입혀 드리고 목도리를 목에 둘러드리고,
맨 나중에 양말을 내밀었다.
옷 입는 순서 따위가 뭣이 중헐까...
동네 한 바퀴를 도는 동안 아부지는 백 번쯤 들려준
집집마다의 이야기를 또 꺼내셨다.
“이 집은 할머니가 주인이야. 그래서 감을 못 따니까
저렇게 남아 있잖아.”
작년보다 더 많은 감들이 나뭇가지에서 그대로
곶감이 되어 가고 있었다.
“아부지, 모자 위에 감 떨어지겠네. 얼른 집에 갑시다.”
“맞다 맞다, 그럴 수 있다.”
아부지는 웃었다.
그리고 아부지는 머리를 감으러 익숙한 대중탕으로 향하셨고, 아마도 냄새나던 헌팅캡은 어무니가 손빨래를 해서 감처럼 빨랫줄에 매달아 놓았으리라.
그렇게 노년의 생활은 투박하지만 익숙한 방식으로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