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봉지 속 콩나물

by 쑤기노트
오전 7시에도

어두운 겨울 아침에 어무니는 목도리를 동여 메고 신당동 재래시장으로 콩나물을 사러 가신다.
마트 콩나물은 영 성에 안 찬다고 신당동시장 바로 그 집만 고집하신다. 검은 봉지에 한가득 담긴 콩나물을 두 봉지 구입하고 손두부를 두모 사서 내게 나눠주신다.
" 아휴 좀 늦었더니 콩나물이 얼마 없어."라고 하시지만, 내겐 너무 많은 봉지 속 콩나물이었고, 어제까지 먹었던 콩나물국과 콩나물무침을 다시 해 먹어야 했다.

어무니는 내게만 유독 그런 식이다. 당신한테 있는 걸 나눠준다는 것은 감사한데, 나는 당장 필요치 않은 것이 많았고, 정작 필요한 것들은 얻을 수 없었다.


낮에 시장을

다녀오실 때는 장바구니에서 쫄면과 오이 하나가 나오곤 했다. 셋째네가 온다는데 먹일 게 없다고 사셨단다. 어느 날은 어무니가 끓인 콩나물김칫국이 먹고 싶다고 전화했다 하고 또 어느 날은 카레를 해달라고 한다며 큰 냄비에 카레가 가득이었다.

어머니가 챙긴 밥상이 아니었던 어떤 날, 셋째가 사 남매 단톡방에 “나보고 이 음쓰(음식물쓰레기)를 먹으래”라며 밥상 사진을 올렸었다.

농담이라 넘겼지만, 그 밑에 대접받아 마땅함깔려있어서 씁쓸했었다.

“아휴, 내가 왜 이러고 살아야 하지. 팔목이 쑤셔 죽겠는데…” 그런 말을 하면서도, 어머니는 LA갈비를 손질하느라 바닥에 쪼그려 앉아 있었다.


“걔가 애 둘 데리고 돈 버느라 힘들어. 놀러 다니기 좋아하던 애가 어디 가지도 못하고 학원 일 하느라 밤늦게 들어가니 햇반만 쌓아놓고 먹는대… 에휴.”

그 말에는 셋째를 향한 안쓰러움만 묻어 있었고, 어무니 앞에 있는 나는 옆집 아낙네가 되어 있었다.
나에게는 쫄면 한 그릇을 먹고 가라고 내어준 적조차 없었고, 오이가 비싸다며 구경을 시키고 냉장고에 잘 넣어두시곤 했다.

'콩나물보다 오이가 비싸구나'


그렇게

나에게는 어무니의 진심이 비껴가기만 하던 어느 날, 결국 열리지 말았어야 할 것이 열려버렸다. 어무니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겨온 셋째의 거짓말은 더는 끌고 갈 수 없는 지점에 이르러 있었다.


"난 나만 생각할 거야"라고 셋째는 말했다.

어무니는 검은 봉지 속 콩나물은 알았으나, 자식의 검은 속내는 알아보지 못했던 거다.

'이 나이 먹도록 세상을 잘 모르나 보다
진심을 다해도 나에게 상처를 주네
이 나이 먹도록 사람을 잘 모르나 보다
사람은 보여도 마음은 보이지 않아'

(조항조. '고맙소' 가사 中)


이게 음쓰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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