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튼레일

자리 찾기

by 쑤기노트

ㅡ81세 어무니는 아파트 생활이 처음이시다.
주택에서 평생 살림을 하셨던 어무니는
아파트 주방이 너무 좁다며,
요즘 가장 크게 끙끙 앓고 계신다.

가스레인지가 아닌 인덕션을 놓아서 냄비와 프라이팬을 다 바꿔야 한다는 걸 알고 있지만, 어무니는 피 같은 돈이 새는 것 같은 감정만 우선하신다.

“아휴, 내가 살 수 있을까?”
“저거 김치 양념하려면 가져가야 하는데,
저렇게 커서 둘 데가 있을까?”

“저 커튼 새건데, 갖다 달아야지.”
다시 가서 커튼레일이 있는지 보자고 하신다.
블라인드가 나을 수도 있고, 살림살이는 작아져야 그나마 나을 거라는 내 말은 잘 안 들리는 듯하다.

그리고…
어무니와 나는 살림이 빠진 아파트 안에 서 있었다.
어무니는 서랍을 하나 열었다가 닫고, 다시 열었다가 또 닫았다.
넣을 데를 찾는 게 아니라 줄여야 할 것들을 하나씩 세어보는 동작 같았다.

그날 어무니는 아무것도 정하지 못한 채 나오면서

"돌침대는 여기 안 어울릴 거 같은데..."

"건조기 달린 세탁기를 놔야겠어 좁아서"

정작 침대는 구입하지도 않은 채로. 세탁기는 골라보지도 않은 채로 생각만이 내뱉어질 뿐이었다.


80대의 노모에게 이사는
내 손으로 살림을 장만하는 이벤트가 아니다.
손 안의 쇼핑 시스템으로 생활하기에는
어무니 세대에는 너무 가혹한 게 아닐까?


'AI에게 아파트 구조를 말하면 살림살이를 딱 맞게 수납해서 보여주는 세상까지 살아보아요. 엄마!!!'


계단 짐은 어디로 가야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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