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목계
어무니는 양곡상회를 정리한 뒤 감나무가 있는 이층 집을 샀다.
그때 방바닥에 노란 구들장을 깔고 니스를 여러 번 덧칠하던 장면이 기억난다. 지하실에는 연탄보일러와 기름보일러가 함께 있었고, 쾌쾌한 냄새와 거미줄, 쌓아 올린 연탄도 함께 떠오른다.
그 집으로 이사한 뒤부터 돈을 융통하려는 아줌마들의 드나듦이 잦아졌고 자연스럽게, 그 시절 흔하디 흔하던 친목계가 시작됐다.
시험기간이라 일찍 귀가한 날이면 거실 소파에 동네 아줌마들이 앉아 있곤 했고, 집안 가득 목소리가 울렸다.
이번 달에 계를 탄 사람 이야기,
곗돈을 못 낸 사람 때문에 얼마를 메워야 하는지,
앞으로 몇 번을 더 내야 하는지에 대한 말들이 중구난방 이어졌으며 슬쩍 자식자랑, 남편 흉보기로 이어졌다.
분별심
아줌마들이 제각각 도착할 때면
어무니가 이 사람 저 사람에게 하는 말이 묘하게 다르다는 분별심이 생겼으며, 사춘기였던 내겐 듣기 거슬렸고 시험공부 같은 건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왜 저래. 저 얘기는 은영이아줌마한테 한 말과 다르잖아'
'민상이 아줌마 흉을 보면 저 아줌마가 이르면 어쩐데?'
왜 그 시절 집 구조는 늘 거실 중심이었을까.
조금 구불구불하게 구석방을 만들 수는 없었을까.
나는 귀를 솜으로 막고 앉아 있던 적도 있었다.
아줌마들은 저녁밥때가 되어야 돌아갔고 열려있던 대문을 잠그고 나면 어무니는 늘 이렇게 말했다.
“아이고, 저 여편네들 때문에 일을 하나도 못 했네.”
“아휴, 어떡할까. 민상이네 때문에 곗돈이 또 모자라네.”
나는 계주 집이 왜 늘 열려 있어야 하는지가 못마땅했고, 시험에는 나오지 않는, 계주는 좋은 번호를 우선할 수 있고 곗돈을 조금 더 받는다는 것을 알아야 했다.
감나무 이 층집
어무니가 다른 집에는 잘 가지 않는 이유가
그 집 컵이 깨끗하지 않아서라거나 화장실 냄새 때문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저 여편네는 화장할 줄은 알아도 설거지는 더러워.”
"아휴 그 집에 가니까 수제비를 주는데 반죽을 잘못했나 맛이 없더라고"
그 후로 아줌마들끼리 말다툼이 생기면서 침목계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게 된 후 어무니가 그 모든 번잡함을 감수한 것이 '감나무 이층집'에 산다는 자부심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제 나무도 늙어서 감이 안열리네. 이 집은 감나무가 있어야 폼이 나는데"
그 감나무 이층 집은 1994년에 다세대 주택으로 탈바꿈하면서 감나무 없는 3층집이 됐으며 이제 그 집은 노부모에게 소용을 다하였다.
Good bye 나의 청춘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