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 시대, 어긋난 계산은 어디서 생기는가

by 쑤기노트
노년의 시간


장수는 이제 예외가 아니다.
의학과 생활환경의 변화로
노년의 시간은 길어졌고,
부모가 살아 있는 기간은 자연스럽게 늘어났다.


문제는 수명이 아니라
그 시간을 계산하는 방식이다.


많은 노부모의 판단 기준은
자신들이 살아온 시대의 공식을 그대로 따른다.
'오래 버티면 해결된다.'
'가족은 결국 모인다.'
'재산은 말년의 안전장치다.'
이 공식은 과거에는 유효했다.

수명은 지금보다 짧았고,
자녀 세대는 아직 젊었으며,
가족은 가까운 거리에서 함께 살았다.


하지만 조건이 달라졌다.


부모가 장수하는 동안
자녀는 이미 중년에 접어들고,
노후 준비는
부모보다 자녀 세대에게 먼저 요구된다.

부모에게는
“아직 괜찮다”라고 여유를 갖게 하지만,
자녀에게 그 시간은 기다릴 수 없는
삶의 중요한 결정이 미뤄지는 기간이 되기도 한다.

돌봄과 감정 노동은 자녀 세대가 담당하고,
결정권과 자산 통제는
부모 세대가 유지하는 구조도 흔하다.

이것은 의도적인 가혹함이라기보다
시대가 바뀌었음에도
계산이 갱신되지 않는 결과에서 비롯된다.
같은 상황을 두고도, 부모는 유예로 보고

자녀는 지연으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갈등은


효심이나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세대 간 시간 인식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초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자녀세대가 짊어진
돌봄의 부담값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더는 낯설지 않다.


이 맥락에서 자녀 세대의
거리두기, 관여 축소, 역할 거부라는 선택은
무책임함이라기보다
더 이상 예전의 공식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는 인식의 표현에 가깝다.

이제 남는 질문은 이것이다.
장수가 보편이 된 시대에도
부모 세대의 계산 방식은 그대로 유지되어야 하는가.
그리고 그 계산의 부담을
자녀 세대가 계속 떠안는 구조는
과연 지속 가능한가.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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