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모가 아파트에 입성한 지 닷새째 되는 날이다.
나는 키패드의 번호를 누르려다가 문득 초인종을 눌러보았다. 아부지가 열어 주시려나?
초인종 소리는 울렸지만, 문을 여는 인기척은 없었다.
“아부지, 초인종소리 못 들으셨어요?”
“초인종 소리? 안 들렸는데?”
“아, 라디오 때문에 못 들으셨나 보다.”
그렇게 에둘러 말했지만, 오후에 들러도, 아부지는 초인종 소리를 못 들었다고 하셨다.
초인종 소리 = 문을 열어야 하는 신호라는
연결이 잘 인식되지 않는 아부지와 나는
남아있는 혈압약을 세고 예약날짜를 달력에 기입했다.
잠깐 동안 아부지는 뇌를 움직여보는 셈이었다.
그 사이에 소파에서 잠이 든 어무니를 깨우지 않으려고 아부지와 나는 아파트 한 바퀴를 돌며
주변을 익히는 시간을 가졌다.
“아부지, 여기가 9동. 상현이 살던 데, 기억나요?”
“어, 여기 내가 자주 왔던 덴데?”
“아부지, 여기가 4동 입구예요.
이쪽으로 가야 아부지 집이에요.”
“에잇, 난 여긴 모르겠다.…”
사 남매의 지도였던 아부지에게는 낡은 지도만 남아있다.
현관문 키 번호와 엘리베이터 층수 누르기도
해보고 집안에 들어왔으나 어무니는 곤히 잠들어 계셨다.
“아부지, 그냥 우리 집 가서 저녁 먹을까요?”
하지만 아부지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난 괜찮아. 내 걱정 마라
나 혼자 가서 먹는 것도 그렇고.
내가 알아서 할게. 괜찮아.”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가
냉동실에서 찐만두를 꺼내 들고
다시 아부지에게로 갔다.
문을 열었을 때
어무니는 깨어 있었고,
아부지는 혼자 식탁에 앉아 식사 중 이셨다.
“배가 고파서 내가 엄마 깨웠다, ”
아부지는 이미
어무니에게 정서적 닻을 깊게 내리고 있었다.
치매 환자에게 흔한 생존 방식이라고 한다.
그렇게 80대 노부부의 불편한 동거는
서로에게 집착이 될 거 같은데,
누구 하나 쉽게 개입하지 못하는
2026년 1월이. 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