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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나생활 Jul 12. 2020

/SHOP/ 임스 몰디드 파이버 글라스 체어

중고로 구매한 Eames Fiber Glass Chair 이야기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그동안 저는 너무나도 바쁜 일상을 지내왔습니다. 작년 7월부터 작업실 이전 계획을 하고 있다가, 12월부터 작업실 공사를 셀프 인테리어로 3개월 동안 하고 (그 이후로 무릎이 많이 상한 것 같아요), 2월에는 집 이사도 하고, 3월에 작업실을 리 오픈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2주 뒤에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쿼런틴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쿼런틴 중입니다. 그리고 어쩌다 보니 벌써 7월이네요. 다들 건강히 잘 지내셨나요?


쿼런틴 시작과 함께 집과 작업실만 오가다 보니 제가 주로 머무는 공간에 필요한 가구를 자주 봐 왔는데요, 저는 웬만하면 가구를 중고로 구매하려고 노력합니다. 경제성과 편리함 때문에 아이키아 (IKEA)를 가끔 이용하기는 하지만, 중고 가구와 잘 믹스 엔 매치를 시키면 나름대로 그럴싸한 조합을 만들 수 있습니다.





여름이 시작되기 무렵 저의 최애 중고 거래 웹사이트 Craig's List에서 상태가 꽤 좋아 보이는 빈티지 임스 몰디드 파이버 글라스 체어 두 개를 판매하고 있는 포스트를 보게 되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폰을 보며 하는 일이라, 눈곱도 떼기 전에 판매자분께 문자를 드렸더니 바로 오늘 보러 와도 좋다고 답장이 오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씻고 판매자 분의 집으로 향합니다. (물론 저는 마스크와 장갑까지 다 끼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며 구경을 하러 갔습니다!)


대학 졸업 직후 건축/인테리어 관련 메거진 Dwell과 프리랜스 작업을 하고 받은 돈으로 임스 몰디드 체어를 하나 사려고 결심했지만, 결국 사지 않고 과테말라 여행을 택하게 되었습니다. 항상 눈에 아른거리는 의자였는데, 레플리카가 너무 많이 나오는 바람에 사게 된다면 빈티지로 구하고 싶었는데 아주 좋은 기회였습니다. 


하지만 실물을 보니 군데군데 의자 발 (Glide) 부분이 없고 사용감이 꽤 있는 상태여서 조금 가격을 깎아 거래 했습니다. 제가 이제껏 봐 온 것 중 가장 합리적인 가격으로 말이죠.



Eames Molded Fiber Glass Side Chair / DSS Chair


Mid Century Modern의 대표적인 의자 중에 하나인 허먼 밀러 임스 몰디드 파이버 글라스 사이드 체어는 쌓아서 보관할 수 있는 스타일입니다. 다이닝 (D) 높이에, 사이드 (S) 체어 스타일에, 스태킹 (S) 베이스로 만들었다고 해서 DSS 체어라고도 합니다. 1955년도에 처음 제작되었고 보관 시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게 디자인해서 학교나 병원, 또는 공공기관에서 주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임스 체어가 있는 학교, 저도 다녀보고 싶네요.


의자 다리나 사이드에 흠집 나지 않게 쌓아서 보관할 수 있게 만들어진 스태킹 베이스입니다.
(베이스 밑 glide 부분이 빠져 있는 것 보이시나요?)



제가 구매한 의자는 1959년에서 1989년에 제작된 두 번째 제너레이션 디자인이에요. 첫 번째 제너레이션 파이버 글라스 체어 색깔 옵션은 여섯 개 밖에 없는데 두 번째 제너레이션 디자인은 색깔 옵션이 무려 스물여섯 가지나 되어요. 제가 구매한 모델은 레드 오랜지와 오커 라이트 색인데요, 레드 오랜지는 첫 번째 두 번째 제너레이션에도 모두 포함되어 있는 색깔이지만, 오커 라이트 색은 두 번째 제너레이션에서부터 선보인 색깔이에요.



Fiber Glass Chair



임스에서 나온 파이버 글라스 체어는 1950년부터 1989년까지 제작되었다가 생산이 중단되었는데요, 유리 섬유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유해성분에 대한 환경적 문제와 파이버 글라스가 자연 상태에서 분해가 되지 않은 이유 때문이라고 합니다. 2013년에 세 번째 제너레이션이 부활한 이후로 파이버 글라스 체어를 다시 생산하기 시작했는데, 예전과 같은 방식이 아닌 재활용이 가능하고 아웃도어 가구를 만들 때 주로 쓰이는 재료인 폴리 프로필렌으로 제작하게 되었어요. 



첫 번째와 두 번째 제너레이션 파이버 글라스 체어는 재료가 가진 특성으로 마치 긁힌 것 같은 유니크한 재질감이 있는데, 세 번째 제너레이션 파이버 글라스 의자는 재료 성분이 바뀌었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까끌까끌한 질감을 비슷하게 표현해 낸다고 합니다.  



Fake or Real?


몇 년 전부터 임스 몰디드 체어를 어디서든 흔하게 볼 수 있게 되었는데, 그만큼 레플리카가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저는 플라스틱보다는 파이버 글라스로 만들어진 빈티지 임스 몰디드 체어를 찾고 있던 것이었고요.


제가 구매한 빈티지 임스 몰디드 체어의 진품 여부 확인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의자 아래쪽에 있는 라벨을 보면 제가 갖고 있는 DSS 체어에는 Summit Prime 스탬프, Summit ’S’ 스탬프와 Herman Miller 스탬프가 같이 찍혀 있어요. 그 밑에는 종이로 된 라벨이 붙여 있는데, 제 의자에는 떨어져 있어요. 이 라벨이 있으면 정확하게 몇 년도에 제작되었는지 알 수 있는데 아쉽네요.




Summit Prime 스탬프만 있는 의자는 1959년에만 제작되었다고 하는데, 제가 구매한 DSS 체어에는 스탬프가 세 개가 찍혀 있으니 1959년에서 1989년 사이에 제작된 것 같아요. 판매자 분께서 50년은 된 의자라고 했으니, 아마 1960년도에서 1970년도 사이에 제작된 의자가 아닐까 싶어요.


오리지널 제품에는 Summit Prime 스탬프만 있는 것이 아니고 연도에 따라 Zenith Prime 스탬프도 있고 Cincinnati Milacron 스탬프 등등, 종류는 다양합니다. Summit Prime 스탬프가 찍혀 있는 제품들은 미국 Michigan주의 Kalamazoo라는 도시에서 만들어진 의자입니다.


레플리카가 너무 많아서 빈티지 임스 체어를 구매하시게 되면 의자 밑 부분을 꼭 확인해보세요. 




임스 몰디드 체어는 착상 감이 매우 좋은데요. 의자 뒷부분의 움푹 들어간 부분이 엉덩이를 감싸 안는 느낌이어서 생각보다 꽤 편안합니다. 의자에 귀여운 방석을 하나 만들어 놓고 싶긴 한데.. 무슨 색으로 만들면 좋을까요?



개인적으로 너무 신제품 같은 느낌의 빈티지를 좋아하지 않아서 빈티지 가구를 구매할 때, 기존에 있는 가구들과도 녹아 어울릴 수 있게 어느 정도 사용감이 있는 것을 선호합니다. 이번에 구매한 의자는 손 볼 곳이 조금 있어서 제가 고치고 관리할 거예요. 첫 단계로 의자 Glide 부분을 이베이에서 구매하여 바꿀 예정입니다 :)


중고로 가구를 사게 되면 재활용으로 환경에도 도움이 되고 포근한 인테리어 연출도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어요. 여러분들도 새 가구를 구입하기 전에 중고 웹사이트를 한번 정도 둘러보는 건 어떨까요? 세월의 흔적들이 세겨진 빈티지 가구들은 가격과 상관없이 그 만의 가치가 충분하니까요.




그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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