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그의 정체성

3-1. 그의 정체성

by 이랑Yirang

“Now that I can see the past with a new set of eyes

My life makes so much more sense now”

- <Toronto’s window> 중



2024년은 그에게 조용한 변혁의 시간이었다. 그렇게 맞이한 2025년, 그는 “I feel reborn” 이라고 표현할 만큼 다시 태어난 듯한 기분을 느꼈다. 수많은 고뇌와 성찰의 밤을 지나온 끝에, 마침내 첫 솔로 앨범 발매를 통해 자신이 찾아헤맨 답을 대중 앞에 내놓았다. 나는 이 앨범과 그간의 행보를 바탕으로, 5년 간의 관찰 끝에 마침내 그의 핵심 정체성 세 가지를 분석할 수 있게 되었다.



그의 첫번째 정체성은 자신이 사랑하는 것에 꾸준히 전념하는 집념가이다. 그가 사랑하는 방식은 언제나 지속적이고, 매 활동마다 남긴 발자취가 곧 그의 엄청난 헌신과 몰두를 증명한다. 그리고 그 끈기가 만들어낸 하나의 결정체가 바로 데뷔 전부터 꿈꿔오던 솔로 앨범인데, 그는 데뷔 10년차라는 긴 시간 끝에 마침내 그것을 현실로 이루어낸 것이다.


2023년 한 인터뷰에서 그는 “요즘 들어 느끼는 점인데 저는 할 수 있다고 믿으면 해낼 수 있는 사람 같아요. 시간이 걸려도 끝까지 가는 끈기가 있어요.” 라고 밝혔다. 처음 그 인터뷰를 봤을 때 놀랐던 점은 그가 끈기가 본인의 본질이라는 것을 “요즘” 들어 느꼈다는 점이었다. 그의 끈기는 내가 입덕한 초반부터도 가장 눈에 띄었던 그의 특색이었는데 어째서 본인 스스로는 그것을 요즘 들어 느꼈다고 했을까. 그에 대한 답은 나의 경험으로부터 찾을 수가 있었다.



나는 10년이 훌쩍 넘는 기간동안 마치 짝사랑하듯 영어를 쫓아다니다가 집중적으로 ‘전념’을 하여 쌍방 사랑 같은 성취를 만들어낸 경험을 통해서야 내 끈기를 깨달았다. 4년이란 시간동안의 덕질 또한 작년에서야 비로소 처음으로 내가 끈기 있는 사람이란 걸 알게 해준 근거가 되어주었다. 그 전에는 한 달만에 그만둔 기타, 일본어 등 정말 셀 수 없이 많은 것들을 중도에 포기해왔기에, 내겐 끈기란 것이 없는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끈기라는 건 오직 내가 진심으로 원하고 주체적으로 선택한 대상에서만 발휘되는 힘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드러나기까지는 절대적으로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쉽게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도 깨달았다. 아마 마크도 데뷔 전부터 전념해온 일을, 몇 년이 지나서야 자신이 끈기 있는 사람임을 인식했을 것이다.



그의 끈기는 강한 자기 확신에서 비롯된다. 앞서 언급한 인터뷰에서 본인도 직접 언급했듯이, 한번 하기로 마음 먹었으면 끝까지 해내는 그 힘, 그 뿌리에는 흔들리지 않는 자기 중심과 확신이 있는 것 같다. 어떠한 어려움이나 긴장되는 상황 속에서도 그래도 웃으며 해내는 그에게는 자신에 대한 깊은 믿음이 보였다. 하루하루 성실히 연습한 나, 치열하게 성찰한 나 자신에 대한 믿음 말이다. 이러한 자기 확신이 있어야만 포기하지 않고 버틸 수 있고, 결국 끈기는 어느 날 갑자기 마법처럼 뿅 생기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자신을 단련하며 작은 성취를 완성한 경험이 쌓여야 생기는 것이다. 가사 한 줄을 쓰기 위해 몇 번을 뒤엎고, 녹음 한 번을 위해 자신의 한계를 끄집어낸 경험이 쌓여 그의 10년을 만들어냈고, 그렇게 끈기로 쌓아온 세월이 어느 새 그의 자부심이 되었단 걸 최근의 솔로곡들을 보며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을 가능케 하는 것은 어떠한 외부적 요인이나 보상보다는 내적 동기의 힘이 커보인다. 마치 악몽과도 같은 무게로 짓누르는 내적 고민과 자아 실현, 어제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한 성장 욕구, 자신과 이 세상을 탐험하려는 호기심, 이런 것들이 그를 쉴 틈 없이 전진하게 만든다. 본인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끝없이 자기 내면과 대화를 시도하고, 쉬는 날에도 연습에 나가고, 누가 시키거나 카메라가 있어서가 아니라 순수히 본인의 주도하에 팀이 나아가기 위한 건전한 피드백을 주고 받는 이야기들을 멤버들과 나누는 것. 이 모든 그의 ‘전념’들을 그가 오직 외부적 보상만을 바라고 행했다면 분명 지쳐서 중간에 포기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그는 그의 내적 동기가 끊임없이 자신을 불태우기 때문에 끈기를 발휘하여 달려온 모든 과정이 에너지 소모가 아닌 재생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의 두번째 정체성은 자기 자신을 회피하지 않고 솔직히 마주보고 탐색하여 끝내 그것을 행동으로 증명하는 실천가이다. 평소 그는 팬들과 소통할 때도 “말로만 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고 강조할 정도로 언행일치를 중시하는 면모를 보여왔다. 데뷔 후부터 꾸준히 자기 자신을 탐색하는 고민의 흔적들을 남겨 왔고, 결국 첫 솔로앨범을 내놓으며 몇 번이고 “자전적”이라는 키워드를 강조하며 고민에 대한 본인만의 답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또한 그는 그 치열한 자기 이해를 바탕으로 대중과 깊이 연결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당당히 세상에 자신을 알리고 연결되고 싶어했다. 개인으로서, 또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고민 뿐만 아니라 그는 팀의 일원, 특히 리더로서의 역할에 대해서도 치열하게 성찰해왔다. 그의 자기 객관화 능력은 스스로도 인지하고 있으며, 팬의 시선으로 보아도 분명하다. 그는 개인 차원을 넘어 팀이 대중에게 어떻게 비춰지는지까지 정확히 분석해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실제로 NCT DREAM 의 5번째 미니앨범 DREAM( )SCAPE가 발매되었을 당시, 타이틀곡과 함께 활동할 커플곡을 정하는 회의 영상에서 그 면모가 드러났다. 멤버들 사이에서 의견 충돌이 있었지만, 그는 끝까지 자신의 의견을 관철했고, 결국 멤버들의 투표로 그의 주장이 채택되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단순히 이긴 결과가 아니라, 그가 의견을 내세운 이유였다. 그는 팬들뿐만 아니라 대중에게까지 사랑받아온 드림이란 팀의 이미지를 우선적으로 고려했고, 그 이미지에 맞는 곡을 선택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주장했다. 즉, 그는 리더로서 팀의 색깔과 이미지를 거시적 관점에서 정확히 분석하고 있고, 그 분석을 토대로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는 행동으로 연결해낸 것이다.



이후 몇 개월 뒤의 한 인터뷰 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번 NCT DREAM 컴백을 준비하면서 NCT DREAM의 리더로서 나에 대해 많이 생각했어요. 내가 어떤 리더고, 어떻게 해나가야 하는지,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지 각각의 기준을 요즘 새롭게 깨닫고 있어요.” 이렇듯, 그가 행동으로 보여준 리더쉽과 그에 대한 성찰적 언급은 서로를 뒷받침하며, 그가 말만 앞세우는 사람이 아니라, 그만큼 개인과 팀의 역할, 대중의 시선, 자신의 내면에 대해 면밀히 성찰하며 실행으로 연결시키고 있는 사람이란 것을 보여준다. 또한, 생각이 행동을 이끌고 행동이 다시 생각을 깊게 만드는 순환 구조를 만들며 성장해 나가는 순환적 실천가형 리더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의 세번째 정체성은 자기 자신을 불태워서 주변을 환히 밝히는 열정가이다. 그의 열정은 단순히 어떤 감정이 아니라 태도이다. 그는 본인이 생각하기에 중요하고 사랑하는 것들에 한해서는 불꽃같이 엄청난 에너지를 발휘한다. 자기 자신을 희생하고 불태워서라도 주변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그간 9년동안 그가 보여줘온 모습이었다. 크게 무대 아래에서의 마인드셋과 무대 위 멤버들한테, 또 팬들한테 하는 모습 이 세가지로 나누어 분석해보려고 한다.



우선, 이미 앞서 언급했듯이, 그는 무대 위에서 모든 것을 쏟아내기 위해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동안 훨씬 더 본인을 갈아넣고, 그 시간을 이젠 습관처럼 만들어왔다. 그는 지난 9년간 매해, 매 무대마다 발전된 모습을 꾸준히 보여왔다. 랩, 댄스, 노래, 그리고 무대 위 제스처나 표정과 같은 부분들도 말이다. 데뷔 9년만에 이룬 본인의 첫 솔로 무대를 처음 공개하는 날, 그는 한번도 보여준 적 없는 표정을 지을 만큼 떨려 했지만, 결국 실력으로 자신을 또 한번 증명해냈다. 그에게 중요한 건 오직 자신이 얼마나 이 무대를 원하고, 그래서 무조건 잘해내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그 마음에서 비롯된 부담과 긴장도 그전의 매일매일 성실히 쌓아온 본인의 땀이 이긴다고 생각하는 사람인지라, 아프거나 긴장된다거나, 처음 해보는 도전이라는 변명은 그 앞에서 모두 무력해진다.



그가 무대를 대하는 마음가짐 중 정말 멋있다고 생각한 것은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이다. 2025년 방영한 <전국반짝투어>란 예능에서 하루라는 짧은 홍보를 통해서만 관객을 모집해 공연을 하는 내용이었다. 방송의 컨셉상 일부러 관객들의 수를 적게 보이게 하기 위해 함성을 자제할 것을 요구했고, 그걸 들은 마크의 무대 오르기 전의 마지막 한마디는 “확실한 건 (관객이) 1명이든 3명이든 300명이든 열심히 무대하겠습니다.”였다. 10년차 때도 그런 마음가짐으로 무대에 오른다는 것은 그의 일관된 헌신을 보여준다. 그의 헌신은 조건부가 아니다. 그는 팬들이 많을 때 혹은 상을 받을 때만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 같은 열정을 불태우고 몰입과 헌신을 기울인다. 따라서 바로 그 태도가 팬들에게 언제나 일관되고 신뢰할 수 있는 ‘진정성’으로 다가온다. 또, 팬들을 숫자로 보거나 단순히 상업적으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닌 무대 위에 오르는 자기 자신에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임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첫 솔로앨범을 발매하기 전에 그는 이미 9년동안 팀과 함께 활동을 해온 인물이기에 팀에서의 본인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안다. 팀으로서 빛나기 위하여 본인이 본인 역할만 충실히 수행해내는 것에 더해, 더더더 자신을 불태운다. 드림에서 늘 리더로서 무대 안팍에서 팀을 위해 언제나 방향을 잡고 부드러운 리더쉽을 보여주는 것도 그렇지만, 멤버들의 감정이나 상태를 세세하게 신경써주는 것도 그렇다. 드림 멤버들은 상담자처럼 그에게 정신적으로 기댔고 그가 역할을 잘해준 것에 대해 여러 번 고마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최근 <The Dream Show 4> 태국 공연에서 야외 무대인데 폭우가 쏟아지는 상황이 있었다. 무사히 공연을 마치고 나서 단체 라이브 방송 에서 멤버 런쥔은 “갑자기 쏟아지는 폭우 때문에 당황스러웠는데 마크 형이 인이어로 ‘(계속 이어) 가자!’ 라고 말해줬다”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밝혔다. 그는 리더로서 확실히 중심을 잡아주어 모든 멤버들이 미끄러져 넘어진다든가, 공들여한 메이크업이나 의상들이 망가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그 무대가 본인들에게도, 팬들에게도 길이 기억에 남을 좋은 추억이 될 수 있게 이끌었다. 강렬한 비트에 파워풀한 퍼포먼스가 많은 127로서 무대에 설 때도 그의 천둥호랑이 같은 큰 성량으로- 그의 성량은 현장에서 확실히 두드러질 정도로 크다- 무대 내내 구호를 넣어 팬들의 호응 유도는 물론이고 같이 공연 중인 멤버들한테까지 힘을 불어넣는다.



그는 한 컨텐츠 에서 어떻게 겸손함을 유지하냐는 질문에 멤버들은 한 배를 탔다는 걸 언제나 기억하고, 각자의 책임을 다하면서 서로 간에도 그걸 상기시켜주려 한다고 답했다. 그 어떤 것보다도 책임감 있게 팀원으로서의 태도를 유지하려는 마인드부터 그 마인드 그대로 지금까지 활동을 해오고 있다는 사실이 마크답다.

좋아하는 드라마에 이런 독백이 나온다. “有一个宠粉的偶像也太幸福了.“ 한 명의 宠粉하는 우상이 있다는 것은 엄청 행복한 일이다라는 뜻인데, 여기서 宠粉이란 단어가 팬을 총애한다라는 뜻이다. 저 독백을 들었을 때 나의 최애가 떠올랐다. 팬들을 “남달리 귀여워하고 사랑해주는” 우상, 그게 마크이기 때문이다. 아이돌은 ‘먼저 주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사랑이든 위로든, 어떤 가치이든 자신이 줄 수 있는 것을 먼저 내어주고 팬들의 사랑을 받는다. 마크는 본인이 먼저 많은 것들을 주었음에도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겠다고 더 큰 사랑을 주는 사람이다.



음악방송 대기실에서 밥을 먹고 있다가도 팬들이 모니터에 나오면 귀여워하는 모습으로 쳐다본다든가, 본인은 무대 위에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팬들은 안 추운지 걱정한다든가, 힘들 때 팬들을 찾아 조용히 힘을 얻고 간다든가 하는 모습들을 볼 때면 언제나 가슴이 따뜻해진다. 첫 솔로곡도 발매 바로 전년도에 유독 바쁜 스케줄로 같이 고생해준 팬들에게 선물하고 싶었다는 계기로 발매했었고, 놀이기구도 무서워 잘 못 타면서 드림 멤버들과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어 콘서트장에서 3-4층 관객들을 위해 열기구를 탑승하는 모습은 얼마나 그가 팬들에게 헌신하는 지를 보여준다.


솔로 앨범 프로모션을 할 때 REM 이라는 부계정을 만들어서 회색 후드, 기타, 줄 이어폰, 폴로 셔츠와 같이 팬들이 좋아하는 모습들만을 의도적으로 컨셉에 반영하여 보여준 것은 물론이고, 그는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에 최선을 다한다. 처음엔 엉성했던 셀카 실력이 엄청 늘었다고 생각되던 차에, 그의 노래 <Raincouver>를 처음 들었을 때, “모았어 Million photos / A thousand TMI's / 전부 너에게 보여줄 것들이야” 이 가사에서 감동이 밀려왔다. 그가 하는 건 절대 그냥 되는 것이 아니라 수천, 수백만 번의 연습과 노력이 들어간 거겠구나가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그의 열정의 불씨가 사그라들지 않는 한, 팬들은 영원히 그의 곁에서 따뜻함을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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