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그의 자존감
2023년 한 인터뷰 에서도 밝혔듯, 본인 스스로는 자존감이 높지 않다고 생각한 듯 하다. 그가 그렇게 생각하게 된 것도 이해가 된다. 무려 연습생 시절부터 멤버들도 전부 인정할 정도로 독하게 연습했고, 데뷔해서도 정말 자신의 몸을 갈아넣는 혹사적인 스케줄을 소화내었고, 성격 자체도 “이 정도면 됐다”하고 만족하고 넘어가는 성격도 아니니 본인을 끊임없이 달리도록 채찍질을 해온 것이다. 그러나 나 자신을 아껴야한다는 생각을 과거엔 별로 한 적이 없다는 인터뷰에서조차 곧 바로 덧붙이는 말은 “(자신을 아끼기 위해) 그래도 노력해야겠죠” 하며 중요성을 인식하고 노력의 의지가 엿보이는 말이었다.
자신을 아끼기 위한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인간은 자기답게 살아갈 때 가장 행복하며 그것이 곧 오롯이 본인을 존중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마크는 분명 자기 자신한테 엄격한 사람이다. 하지만 그 엄격함은 본인을 괴롭히거나 곤경에 빠뜨리려는 의도보다는, 오히려 본인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기에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 위한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마크 스스로는 때때로 자신의 힘이나 자존감을 의심하는 듯 보이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는 분명 자신을 아끼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이들의 눈에는 그의 끝없는 자기 성찰과 셀프 푸쉬는 스스로를 너무 몰아세우고 행복해보이지 않기도 할 것이다. 실제로 가장 가까이서 그를 지켜봐온 그의 어머니부터 멤버들까지도 늘 그런 부분을 걱정해왔다고 들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나는 그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으로서, 그 방식이야말로 가장 마크다운 길이라는 것을 온전히 이해한다. 몸을 혹사시키는 모습은 여전히 두렵고 걱정스럽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남들한텐 에너지 소진일 수 있는 행위가 마크한테는 오히려 에너지를 얻고 자신을 확장시키는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그것이 그가 지금의 자신을 만들어내고, 또 자기 자신을 지켜온 방법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의 삶의 방식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그는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원하는 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 성향 그대로 삶을 살아가기 때문에, 그의 자존감은 자기다운 삶을 지탱하는 힘이라고 할 수 있다.
자존감은 무조건적으로 자신의 능력이나 존재에 대한 과한 자신감이나 확신을 갖고 모든 것을 긍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긍정적, 부정적 부분을 전부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한 심리학 논문 에서 Tafarodi 와 Swann은 자존감을 두 축으로 나누어 분류했다고 설명했다. “자신이 유능하고, 효율적이고, 자율적으로 행동하여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믿는 자아 효능감과 사랑 받고, 호감 받고, 사회적으로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고 믿는 자아 호감이다. 자아 효능감은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성공적으로 얻을 수 있는 능력에 대한 평가이고, 자아 호감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얻는 긍정적 평가를 내재화하여 자기 가치에 반영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나는 이러한 논문이 분류한 두 축에 근거하여 마크의 자존감을 설명하려고 한다.
우선, 그는 자기 자신이 원하는 바를 성취해낼 수 있다는 능력에 대한 믿음이 강하다. 자아 효능감 말이다. 앞서 언급했던 <고등래퍼>라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출연해 했던 인터뷰 중 “(상대도) 잘했어요. 근데 저도 자신 있어요.”가 한 사례다. 겨우 고등학생일 무렵에도 그는 경쟁 상대를 인정해줄 줄 알면서도 자기 자신의 능력에 대한 건강한 확신이 있었다. 그 확신은 부풀려지거나 거만한 태도가 아니라, 잠을 줄여가며 고된 스케줄 속에서 틈틈이 연습한 과거의 자신에 대한 존중의 태도이다. 그의 스케줄과 그가 여태 해내온 삶을 본다면, 그가 말한 그의 엄격함은 확실히 이뤄온 모든 것들을 이룰 수 있었던 힘이자 그렇기에 필수불가결한 그의 태도임을 알 수 있다.
그의 자아 효능감을 잘 보여주는 두 번째 사례는 그가 첫 솔로 앨범을 발매했을 때였다. 그 전에도 꾸준히 솔로 싱글들을 발매해온 그지만, 첫 솔로 앨범은 책임감의 무게가 남달랐을 것이다. 아이돌들은 다 각자 상황에 맞게 솔로를 내지만 빠르면 저연차 때도 솔로로 데뷔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10년차”에 솔로로 데뷔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깊다. 빠르고 늦고 그 시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는 정말 적절한 타이밍에 냈다는 것이 중요하게 볼 포인트다. 발매 후에 그는 여러 번 이 앨범이 자전적이라고 강조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탐색의 과정이 필수로 선행되어야만 했다.
그만의 사춘기, 내면의 불안과 고민들까지도 전부 파헤쳐온 9년의 시간이 지나서야 그는 스스로의 정체성을 이렇다하고 설명할 수 있는 그의 결실을 내놓을 수가 있게 된 것이었다. 발매 후에 그의 음악을 그가 강조한대로 전 곡을 끊지 않고 이어 들었을 때, 마치 초점이 안 맞춰진 흐릿한 사진이 아주 고화질로 선명해진 느낌이었다. 마크란 아티스트의 색깔이 5년간 그를 봐온 팬인 나에게 다시 한번 뚜렷하게 각인되는 순간이었다.
그가 솔로를 발매할 당시에도 그룹 활동 또한 활발히 진행 중이었고, 특히나 NCT 127로서 해외 투어를 진행 중이라 해외를 오가며 바쁜 스케줄을 행했다. 그러한 상황 속에 앨범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앨범 발매가 원래 예정되어 있던 2025년 2월이 아니라 4월로 미뤄졌다. 연습생 시절부터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꿈꿔온 본인의 솔로 앨범 발매에 그토록 신중을 가하고 두 달 연기라는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것도 다 본인에 대한 깊은 믿음에 기반을 두고 있었을 것이다.
‘Name somebody
who can juggle three teams
Still come up
with the best solo album’
위는 첫 솔로 앨범에서 선공개한 <프락치 (Fraktsiya) (Feat. 이영지)>의 가사 일부이다. 이전까지 그를 무겁게 짓누르던 책임감을 그대로 안고 결국 그는 그 책임감을 자부심으로 전환시키는데 성공했음을 이 가사를 통해 알렸다. 2022년 첫 솔로 싱글곡에서 여러 혼돈 속에 고뇌하고 책임감을 깨부수고 싶다던 그는 절대 책임감을 깨부술 수 없었을 것이다. 책임감에 대해 그가 직접 전한 말이 한 인터뷰 를 통해 공개되었다.
자부심하면 어떤 게 떠오르냐는 물음에 그는 “책임감이죠. 팬들의 자부심이 되고 싶다는 책임감. 무엇이든 당당하게, 기대 이상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 제 모든 게 이 마음과 연결돼요.” 라고 답했다. 책임감이란 것은 그의 많은 부분을 제약하기도 하겠지만, 그를 본인답게 만드는 것과 절대 떨어질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본인 스스로에게는 물론이고, 팬과 대중, 멤버들과 회사에게까지 기대와 신뢰를 지켜내는 과정에서, 그는 책임감을 단순히 의무로만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그 책임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책임을 따라 행동함으로써, 스스로가 유능하고 바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확신, 즉 자아 효능감까지 체득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Child> 때와 비교해보면 확실히 그의 내면의 성장을 느낄 수 있다. 더 이상 책임감은 그에게 깨부수어야 할 존재가 아니라, 그가 같이 안고 나아가며 자아 효능감을 쌓게 한 근간이 된 것이다.
다음으로, 그는 타인의 긍정적 평가를 바탕으로 자기 자신을 사회에서 가치 있는 존재로 여기는 능력이 높다. 특히 이 자기 호감은 일반인들에게도 살아감에 있어서 중요하지만 특히나 다수의 팬들의 사랑을 받아야 하는 아이돌이란 직업군에 굉장히 유리한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자기 자신에 대해 호감이 있어야 그 포인트로 본인이 매력 어필 하기에도 용이하고, 건강한 자존감에서 나오는 밝고 안정감 있는 에너지가 더 많은 팬들을 끌기도 하기 때문이다. 과거 한 일본 예능 프로그램 에서 그는 멤버에게 호기심 가득한 눈과 한편으론 진지한 표정으로 “형은 날 왜 가장 좋아해?”라고 물은 적이 있다. 그 물음에는 “형은 나를 가장 좋아한다”라는 강한 확신이 내제되어 있음과 동시에 타인에게 본인이 어떤 의미인지를 더 분명히 알고 싶어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그걸 재확인하는 과정에서 타인의 긍정적 평가를 본인의 내면에서 검증하고 자기 호감을 견고화하는 것이다.
그의 솔로곡 <Raincouver> 의 가사 중 ‘중학교 쌤 내게 말했지, 잘될 거라고’ 가 있다. 선생님의 잘 될 거라는 말은 단순 응원이었을 수도 있지만,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는 사람 중 한 사람으로서 학생의 태도나 기질을 면밀히 관찰하여 내린 종합적인 결과일 것이다. 선생님 말의 의도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마크 본인이 타인의 긍정적 평가를 십 수년의 시간동안 마음 속에 담아두고, 그것을 결국 자신의 믿음과 자신감으로 승화시켜 본인의 오랜 꿈이었던 첫 솔로 앨범의 가사에 녹여냈다는 것이다. 그 가사 뿐만 아니라 솔로 앨범 발매 후 진행한 영어 인터뷰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그가 미국에서 학교를 다녔을 때 5학년 때 선생님이 글 쓰는 것에 소질이 보인다고 인정해주셨고 그게 그에게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단순히 타인의 긍정적 평가를 일시적 칭찬이라고 여기고 가볍게 넘기기보단 오랜 시간 자신 안에서 내면화를 시키고 본인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과도 연결시킨다. 이것은 앞서 말했던 자기 효능감과도 이어지는데, 위의 언급했던 논문에서도 자기 효능감과 자기 호감이라는 두 축은 서로 상호의존적이라고 말한다. 마크의 자존감 역시 이 두 축이 서로 긴밀히 맞물려 영향을 주고받는다. 그는 타인의 긍정적 평가로부터 자신감을 내면화했고, 또 그 자신감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며 또다시 사랑받고 긍정적 평가를 얻었다. 이 과정이 반복되며 그는 스스로를 성장시켜왔다.
그의 건강한 자존감은 단지 그를 건강하게 나아가게 할 뿐만 아니라 팬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쳤다. 그는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타인과 깊이 연결되고 공감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다. 내면의 불안과 두려움까지도 숨기지 않고, 시간이 지나고 나서도 그 순간의 솔직함을 인정할 정도로 그는 그가 성장해나가는 모든 과정을 팬들과 공유해왔다. 그 과정에서 그는 언제나 나보다 한 발짝 앞서있었고, 그래서 마치 나의 가이드처럼 나를 이끌어주었다. 그랬기에 우리 팬들은 단순히 그를 응원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와 ‘함께 성장’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