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그의 정체성

3-3. 그의 입체성

by 이랑Yirang

입덕 초반과 지금을 비교해보면, 그의 이미지가 시간이 지날수록 달라졌고, 아직까지도 나는 그의 새로운 모습을 기대하게 되고 다양한 면모에 빠져들고 있다. 그는 어떤 한 카테고리에 딱 맞게 분류하기 어려운 다층적인 사람이다. 흔히 아이돌의 매력으로 꼽히는 ‘갭차이’도 물론 존재한다. 하지만 마크의 경우, 그것이 단순한 이미지 반전의 재미에 머무르지 않고 훨씬 더 깊은 차원에서 넓은 스펙트럼으로 확장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특히 그가 속한 팀 활동만 놓고 보더라도, 여러 그룹을 동시에 겸임하며 각기 다른 컨셉 속에서 여러 얼굴을 볼 수 있다는 것이 그만이 가진 강점이다. 메인 그룹인 NCT 127에서는 주로 강렬하고 카리스마있는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나이로는 막내 라인에 속하기 때문에 그도 형들을 믿고 더 귀염을 떠는 모습을 포착할 수 있다.


그에 반해, NCT DREAM에서는 ‘청소년 연합팀’이라는 팀의 색깔에 맞게 청춘을 노래하고 밝고 힘을 주는 모습을 보여준다. 드림에서는 그가 맏형이자 리더로서 팀을 이끌어가지만, 또래끼리 있을 때 나오는 훨씬 시끌벅적하고 진짜 그 나잇대의 남자아이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게다가 비정기적인 NCT U란 그룹에서는 파워풀한 랩 곡이나 올드 스쿨 등 컨셉별 유연한 변신을 보여주기에 팬들은 늘 다양한 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팬으로서 그를 응원하면서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는 그 어떠한 무대도 결코 뻔하거나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가 속한 팀의 노래들이나 솔로 곡들이 전부 내 취향에 잘 맞는다고는 말할 수 없으나, 그럼에도 같은 곡을 여러 번 접할 때조차 매번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게 된다. 그는 사소한 표정, 제스처, 감정 표현에 신경 쓸 뿐만 아니라 할 때마다 확실히 느는 실력으로 매 무대를 특별하게 만들어서 무대를 접하는 팬은 늘 새로움과 설렘을 경험할 수 있다.



그는 이전 솔로곡들을 발매할 때도 뻔한 것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해왔는데 멤버 해찬이 말한 것처럼 나 역시도 마크란 인물 그 자체가 뻔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그는 마치 카멜레온처럼 그가 지금 현재 있는 상황과 주변 인물 등에 따라 자연스레 거기에 스며든다. 이 챕터에서는 단순히 무대 위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모습을 넘어서, 그 모습을 가능하게 하는 그의 내면과 성격적 특성을 보다 복합적으로 분석하려 한다. 구체적으로는 감정, 언어·문화, 사고·실천적 층위라는 세 가지 층위에서, 마크라는 인물의 입체성을 차근차근 탐구하려 한다.



그의 입체성을 이해하는 첫걸음은 감정적 층위이다. 그 안에서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특징은 강인함과 여림이라는 서로 다른 면이 한 인물 안에서 공존하는 방식이다. 앞서 ‘그의 긍정적 마인드셋’ 이라는 파트에서 언급했듯이, 그의 강한 정신력(mentality)는 나의 불안정했던 시기이자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시기를 단단히 붙잡아주는 기둥 같은 역할을 했다. 데뷔 후부터 10년동안, 내가 바쁜 일상으로 잠시간 덕질을 쉬었다가 돌아왔을 때를 포함해, 그는 여전히 자기 자리에서 굳센 멘탈로 중심 잡혀 있는 삶을 살고 있었다.


그를 그저 보기만 하고 응원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고 성장을 해왔다. 그는 그 누구, 그 무엇보다도 큰 존재로 나에게 정신적 지지자의 역할을 해주어왔다. 그래서 입덕 초반에는 그 존재가 워낙 커 그저 존경하고 배우려고만 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팀으로서도 개인으로서도 정말 여러 가지 일들이 일어났고 당연히 부정적인 일들도 포함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의 불안과 불안정함도 드러났다.


2024년 10월, 마크가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켜서 한참동안 말은 거의 하지 않고 화면만 보고 간 적이 있었다. 딱히 별 말은 없었는데 팬들 생각이 나서 켰다고 하고 한참을 팬들의 댓글만 읽다가 갔었다. 그는 힘들 때 절대 내색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당시에도 힘든 상황에서 힘듦을 본인 입으로 토로하기보다는 조용히 팬들의 응원으로 힘만 받고 간 것 같이 보였다. 당시 그는 해외 스케줄을 막 끝내고 시차 적응조차 되지 않은 채 곧바로 녹음과 컴백 준비에 돌입한 상황이었고, 팬들은 그런 상황을 보며 그저 힘들겠구나 하고 짐작만 할 수 있었다. 이처럼 연차가 쌓이다보니 힘들어하거나 그가 약해지는 모습도 종종 보게 되었다.


연예인의 삶은 대중에게 사생활까지 공개되기 마련이지만, 벌어진 상황의 세부 내용이나 그가 겪는 감정의 깊이까지는 팬의 입장에서 알 수도, 막을 수도 없다. 다만 확실한 것은 언제나 긍정적으로, 바르게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그에게도 시련과 풍파는 피해갈 수 없다는 것이고 그럴 때마다 약해지는 것도 피할 수 없다. 그는 그 약함을 내색하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팬의 마음은 오히려 그 약함까지도 같이 느끼고 이해하고자 한다. 나 역시 그의 약함까지 받아들이게 되었을 때, 비로소 ‘마크’라는 한 사람을 온전히 지지하는 팬이 되었다고 느꼈다.


“인생은, 결국에는 혼자 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누구에게 의존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누가 나에게 의지하면 잘해줄 자신은 있는데, 제가 누군가에게 의지하거나 도움을 요청하는 건 불편하더라고요. 그렇게 생각하면 모든 방면에서 혼자 세상을 상대할 수 있어야 할 것만 같아요.”


위는 2023년 4월 진행되었던 w korea 인터뷰의 일부분이다. 여기서 드러나듯이, 그는 자립 및 독립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고 실제로도 홀로 온전히 서있는 어른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를 오래 지켜봐온 사람이라면, 앞서 언급했던 사례처럼 그가 때때로 힘든 순간에 자연스럽게 타인에게 의지하는 모습을 분명 본 적 있을 것이다. 언뜻 모순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그런 양면이 그를 더욱 인간답게 만든다. 아무리 강인한 사람이라도 약해질 때가 있으며, 인간은 결국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마크 역시 스스로를 단단히 세우려는 의지를 잃지 않으려 하면서도, 필요할 땐 자연스럽게 기대어 쉴 줄도 아는 사람이다.


다만, 그가 도움을 요청할 때 느끼는 ‘불편감’에 대해서도 충분히 이해해볼 수 있다. 평소 과할 정도로 주변 사람들을 배려하고 책임감이 강한 성향 탓에, 도움을 요청하는 행위가 자신이 처리해야 할 감정이나 책임을 타인에게 전가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먼저 홀로 자신의 감정을 소화하고 견뎌내려 하며, 쉽게 직접적으로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것이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위의 사례처럼 비언어적인 방식으로 누군가 먼저 알아주기를 바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다음 챕터에서 더 상세히 다루겠지만, 2025년 현재 시점에서는 인터뷰 당시보다는 조금 더 그 무게를 내려놓고 편히 의지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의 입체성을 이해하는 다음 층위는 언어적·문화적 층위이다. 그 안에서 특히 흥미로운 점은 상황과 언어 선택에 따라 서로 다른 자아가 얼굴을 드러내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카멜레온’같은 모습이 영어와 한국어로 소통할 때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사례를 통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한 컨텐츠 에서 스스로 동기부여가 잘 되는 사람인지를 물었을 때 그는 이렇게 답했다. “I’m the type of person who when I receive a task, I try to make sure I give my 100%, like whatever it may be. Because I feel it comes from a sense of responsibility.”


이 말 자체는 특별할 것이 없다. 이미 여러 차례 그가 비슷한 맥락의 말을 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이 말을 하는 순간의 눈빛과 어투, 톤 등의 표현 방식이 인상적이다. 영어로 말할 때는 한국어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중간 텀 없이 강한 확신의 어조로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러한 말투는 단순한 내용을 넘어 그의 태도-즉, 내적 단단함과 강한 자기 확신과 의지-를 잘 보여준다.


또한 그가 그룹 SuperM으로 활동할 당시, 한 영어권 토크쇼 에서 호스트가 다소 민감하고 곤란할 수 있는 개인적 질문을 던졌을 때, 그는 웃어 넘기는 듯하다가도 “근데 그런 건 왜 묻는거야?” 라며 재치 있게 받아넘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민감한 질문에도 정색하거나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상황을 자신만의 유머로 유연하게 처리하는 모습에서, 그의 영어 자아가 가진 내적 단단함과 유연함, 그리고 세심함이 동시에 드러난다.


영어를 사용할 때 그는 기본적으로 쿨하고 자신감있는 분위기를 풍기며, 확실한 자기 의사 표현과 예리함, 순간을 장악하는 대담함을 보여준다. 동시에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면모도 유지하며, 쿨하면서도 세심한 균형을 갖춘 입체적 자아를 볼 수 있다. 또 다른 영어 컨텐츠에서, 어린 아이와 상호작용할 때도 “Could you read the questions for us, please?”라며, 예의 바르고 공손하게 묻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이를 통해 그의 영어 자아는 기본적으로 쿨하고 자신감과 유머 감각이 있는 스탠스를 유지하면서도, 상황을 세심하게 살피고 상대를 존중하는 유연함을 갖춘, 다층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내게는 ‘마크의 언어’라는 독자적인 카테고리가 존재한다. 나는 직설적 화법을 구사하는 반면, 마크는 은유적이고 완곡 화법을 구사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그의 언어를 이해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돌멩이나 과일 등에 독특하게 비유를 하는 것처럼 그의 가사만 살펴봐도 이러한 은유적 화법이 눈에 띌 것이다. 특히 한국어로 말할 때는 더욱 조용하고 세심하게, 눈치 채기 힘든 방식으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한다. 점점 그 패턴을 익히다 보니 그의 물음 속에서 그가 하고 싶은 이야기, 그가 힘들어하는 감정, 혹은 그가 듣고 싶어할 말 등을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 방식은 그의 한국어 자아를 드러낸다. 한국어로 말할 때의 그는 완전 조심스러운 아이 같다. 그의 별명 중에 ‘애옹이’가 있다. 고양잇과 동물을 닮아서 붙여진 것이기도 하지만, 아이가 웅얼거리듯 느리고 명확하지 않은 발음으로 말할 때 팬들은 “애옹거린다”라고 별명에서 확장된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한국어로 말할 때 훨씬 더 쑥스러워하거나 민망해하는 경우가 많고, 더 애교를 섞어 말하기도 한다. 또한, 단어를 수정하거나 고민하는 과정이 잦다. 예를 들어, “좀 어색.. 어려워하는 것 같아.” 라든지 한참동안 고민하더니 “그래도..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인 것 같은데..?” 라고 말하는 경우이다.


또한 마크의 언어 습관을 떠올리면, 아마 대부분의 팬들이 떠올리는 말이 있을 것이다. “솔직히, 진짜, 약간” 그는 이를 솔로곡 <+82 Pressin’>에도 활용하여 “솔직히 진짜 약간 나 없음 손해 여기”라는 재치 있는 가사를 만들어냈다. 이 언어 습관은 그가 처음에 한국에 와서 아직 한국어가 서투를 때 실수하지 않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아무래도 모국어가 아니기 때문에 한국어를 사용할 때는 기본적으로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한다. 아무리 한국에서 산 지 10년이 넘었다고 하더라도 그에게는 제2언어이기 때문에 잘 모르고 실수를 저지를 까봐 걱정스러워하는 것 같다. 실제로도 자전고인지 자전거 인지 헷갈려 옆 멤버에게 묻던 그는 몇 년이 지나도 라이브 방송에서 “억까”란 단어가 방송에서 적절한지, 정확히 무슨 뜻인지 등을 멤버에게 확인하는 모습을 보이며 세심함을 유지한다.


비슷한 상황에서 영어와 한국어가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차이의 사례들도 있다. 영어로 하는 컨텐츠에서는 상대방과 통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 “I felt like there’s a spark going on.” 라고 자기가 감각한 바를 정확히 언어화하지만, 한국어로 하는 컨텐츠에서는 “좋다” 혹은 “진짜 편하다” 와 같이 좀 더 두루뭉술하게 감정을 위주로 표현한다.


또한 그가 2024년에 생일을 맞아 진행했던 라이브 방송에서 편지를 써와서 한국어와 영어로 읽어준 적이 있었다. 그때 당시 확실히 그의 영어로 말할때의 자아와 한국어로 말할 때의 자아가 다르다는 점을 뉘앙스 차이로 체감할 수 있었다. 흥미로웠던 점은 단순히 언어의 뉘앙스가 다른 것뿐 아니라, 전하는 메시지 또한 차이가 있었다는 것이다. 한국어 편지에서는 훨씬 더 사적인 감정을 담아 국내 팬들과의 친밀한 정서를 드러낸 반면, 영어 편지에서는 조금 더 보편적이고 큰 흐름 속에서 글로벌 팬들과의 연결감을 드러냈다. 언어에 따라 표현 방식과 내용의 초점이 달라지는 모습은 그의 다층적 자아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컨텐츠 속에서 마크가 자연스럽게 뱉은 말 중 “Wait, are you 닭띠?” 혹은 “Is this 일반쓰레기?” 와 같은 말들이 팬들 사이에서 밈(meme)처럼 쓰이며 화제가 많이 되었었다. 이 외에도 자연스럽게 두 개의 언어를 동시에 사용해 문장을 만드는 모습을 여러 컨텐츠에서 정말 많이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상황에 맞춰 자유자재로 두 개의 언어를 혼합해서 쓰는 방식은, 언어마다 달라지는 자아의 모습들을 하나로 아우르면서 자신의 다층적인 자아를 통합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따라서 그는 사용하는 언어를 통해서도 그의 통합된 입체적 자아를 드러낸다. 결국, 영어와 한국어 자아에서 각각 드러나는 쿨하고 세심한 성격적 층위가 합쳐질 떄, 그의 진정한 자기다운 모습이 나타난다. 두 개의 언어를 사용하며 보이는 다른 자아라고 했던 것은 모순이나 이중성이라기보다는 다언어 및 다문화 환경에서 성장하며 형성된 다양한 정체성을 반영하며, 그의 복합적 자아 또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그의 사고방식과 행동에서 드러나는 입체성을 살펴볼 수 있다. 그 안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드러나는 특징은 이상주의와 현실주의라는 상반된 태도를 분리된 것으로 두지 않고 일치시키려는 실천적 태도이다. 이것은 단순히 목표를 정하고 달성하는 태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깊은 성찰과 내면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이상에 맞춰 현실에서 나아가고 조율하려고 노력하는 태도를 뜻한다.


그가 공유한 2021년 인스타그램 포스트 “black socks ”에서도 이 태도가 잘 드러난다.


“Pleasure from perfect alignment

That also goes for the ability to be parallel with my thoughts and actions

I try to live out what’s in my mind, and keep it consistent

even when forgotten like a working habit”


이 글은 정확히 이상과 현실을 통합하고 일치시켜 살아가려는 그의 태도를 보여주며, 내가 수년 간 덕질하며 관찰한 그의 모습도 정확히 이와 같다.


아마 마크는 어린 시절부터 자신만의 사유를 끊임없이 이어왔고, 그 결과 지금의 깊이있는 내면 세계를 갖게 되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사유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보고 듣고 경험하는 모든 것이 ‘생각 거리’가 되고, 그것이 창작의 원천이 된다. 그의 글은 데뷔 전 일반 학생 시절부터, 연습생 때와 데뷔 후에는 작사, 개인 인스타그램 게시글, 특별한 날에 써온 편지 등으로 늘 그와 함께 했다. 그의 글은 내면의 세계를 비추는 작은 조각들이 되었다.



나의 경우 사유에 몰입하는 시간과 현실에서 직접 부딪히며 배우는 시간이 따로 분리되어 반복되는 패턴이었지만, 마크의 경우는 그 두 과정이 동시에 진행되는 방식으로 보인다. 데뷔 이후 바쁜 일정 속에서, 그는 자연스럽게 이상과 현실의 통합을 체득해야 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19년 한 컨텐츠 에서 하루 계획표를 공유하는데, 마크가 샤워 시간을 2시간을 적어 멤버들이 엄청 웃은 적이 있다. 당시에는 단순히 유머로만 받아들였지만, 시간이 지나고 다시 생각해보니 그에게 샤워 시간은 사유에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이라는 점이 떠올랐다. 이후 여러 컨텐츠에서 샤워 시간을 나이트루틴이나 정리하는 시간으로 언급하기도 했고, 첫 솔로 앨범 발매 후 나온 컨텐츠 에서는 직접적으로 “샤워하다가 안 나오던 가사가 나왔다”고 언급했다. 그에게 샤워 시간은 바쁜 일상 속에서도 방해받지 않고 자신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인 것이다. 그 속에서 그는 깊이 사유하고 또 동시에 아이돌로서의 현실을 살아가며 성장해왔다.



이처럼 바쁜 현실 속에서도 사유와 현실을 동시에 살아내는 태도는 마크가 꾸준히 추구하는 ‘자기다움’과도 맞닿아 있다. 2019년 한 인터뷰에서 그는 “잘한다는 평가보다는 ‘이 사람 재미있다, 흥미가 생긴다’라는 생각이 들면 자연스럽게 눈길이 가고 음악을 찾아 듣는다” 라고 밝힌 바 있다. 단순히 래퍼로서 갖고 있는 음악적 스킬보다는 인간으로서 발산되는 매력을 중시한다는 뜻이다. 이는 다른 매력 있는 사람을 따라하거나 억지스러운 이미지를 꾸며내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려는 그의 노력과 연결된다. 인간은 각자가 지닌 고유한 매력을 파악하고 실현할 때, 그 힘이 배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태도는 곧,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고, 이를 일상 속 행동으로 실행하며 통합하는 그의 방식을 보여준다.



마크는 아이돌이라는 직업적 자아 뿐만 아니라 한 개인으로서의 자아를 탐색해왔다. 사회에서 그는 여러 가지 역할을 수행하는 동시에, 그 역할들을 잘 수행해내기 위해 개인으로서의 자아라는 중심 또한 잘 파악하고 지켜내야 함을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끊임없는 사유의 과정을 거쳐 자기만의 이상적 자아를 세우고, 그만의 무기인 성실함과 근성으로 그 이상을 현실 속에서 구현해왔다.


이는 그가 써온 가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다음은 이 챕터의 제목이자 2018년에 발매된 노래 <Yestoday> 가사 중 일부분이다. ‘I hope you like it where I’m now’ 이 가사에 대해 마크가 인터뷰 에서 밝히기로는, 여기서 말하는 ‘you’가 과거의 자신이라고 한다. 시간이 흘러 그의 첫 솔로 앨범에서 선공개했던 곡인 <프락치 (Fraktsiya) (Feat. 이영지)>에서는 세 개의 팀을 저글링한다는 표현, 마일리지를 활용한 표현과 같은 유쾌한 가사들로 자신이 쌓아온 그간의 노력과 여정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나타냈다. 그리하여 그는 과거에 자신이 바라던대로, 과거의 자신에게 뿌듯함을 느끼게 하는 현재의 자신을 만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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