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나의 도약
원래의 나는 한 가지에 오래 머무르지 못하는 사람 같기도 하고, 끊임없이 무언가를 찾아 헤매는 사람 같기도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주어진 상황 속에서 늘 최선을 다해 순간에 몰입하고, 좋아하는 것 앞에서는 모든 걸 쏟아붓기도 했다. 동시에 매일 조금씩이라도 더 나은 내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나를 이끌어오기도 했다. 덕질도, 공부도, 진로 고민도, 결국 내가 세상을 경험하고 나를 만들어가는 방식 중 하나였다. 나는 항상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나의 내면이 외치는 관심과 열정을 따라 움직이며, 그 과정에서 나 자신을 더 깊이 탐색해 왔다.
치열한 탐색 과정과 동시에, 유학이라는 인생에서 처음으로 내린 주체적인 결정을 끝까지 책임지는 경험까지 한 것이 새로운 나를 만들었다. 내 삶을 이루는 것은 결국 내가 한 선택들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어떤 사람을 만나고, 어떤 음악을 듣고, 어떤 이야기를 쓰는가. 그 모든 것은 내가 사랑하기 때문에, 원했기 때문에 내가 직접 선택한 것들이었다. 마크 역시 그렇다. 그를 좋아한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다. 나의 열망, 나의 기질, 나의 세계가 그와 닿아있기에 선택하게 된 것이었고, 그 선택은 내 삶에 새로운 문을 열게 했다. 그의 말과 행동, 태도, 그리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방식은 나의 내면에 깊이 공명했고, 내 안에 잠들어 있던 욕망과 꿈을 깨워주었다.
글을 쓰는 건 예나 지금이나 내게 가장 편하고 잘할 수 있는 나 자신의 표현 방법이고, 감정을 해소할 수 있는 수단이고, 나의 성장의 기록이고, 마인드 컨트롤의 도구이다. 누군가에게 보여주지 않아도 이런 많은 역할을 함으로써 충분히 유의미한 가치가 있는 것이 내 글이었는데, 이제는 더 큰 욕망을 품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덕질이 내 내면에 한쪽에 꽁꽁 숨겨두었던 이러한 내 마음을 끄집어내 세상에 분출시키고 싶은 욕망을 자극시켰다. 무의식적으로 품고 있던 내 작은 예술을 향한 꿈을, 기어코 마크가 밖으로 끄집어내었다.
나라는 사람은 사랑하는 일을 해야 하고, 내가 예술만큼 진심인 분야가 없다는 걸 최근에야 깨달았다. 내가 매일같이 빠져 사는 내면세계에 대한 치열한 탐구를 예술로 표현해내고 그걸 통해 많은 사람들과 연결되고 싶다는 욕망이 점점 자라났다. 가사 한 줄, 노래 하나, 글 한 줄들이 전부 모여 과거 힘든 시기의 나를 살게 했던 것처럼, 이제는 내 글이 누군가를 살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나의 글을 이 세상에 더 많이 알려, 나의 글이 더 많이 사랑받기를 원하고 있다.
마크의 솔로 티징 영상 에서 "내가 이 일을 하는 이유는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라는 나레이션을 듣고 불현듯 과거의 내가 썼던 글이 떠올랐다. 그래서 일기장을 다시 복기하며 찾아냈다. 그건 마크를 만나기도 전인 2019년 새해가 밝아오며 내가 나에게 선전포고하듯 적어놓은 나의 꿈에 대한 내용이었다.
"늘 꿈을 이루어나가는 중이고 새로운 꿈을 꾸는 나이길 바라며... 세상을 밝히는 빛이 되자! 나는 나라는 브랜드의 가치가 높은 사람이 되고 싶다. 사람들이 나라는 사람에 대해 알고 싶어 나에 대한 책이 나오고, 나를 인터뷰하고, 라디오나 방송에 출연하고,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 이유는 내가 존경받고 싶어서이기도 하지만, 내가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과 영감이 되었으면 해서. 나의 존재 자체로도 힘을 얻고 용기를 얻고 위로를 얻었으면 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끼치고 싶어서. 그렇게 세상을 밝히는 빛이 되고자 해서."
그간 힘든 일과 눈앞에 닥친 문제들에 급급해서 그동안 잊고 있었는데, 위 글을 읽는 순간, 잊었던 나의 꿈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저것은 단순히 목표 하나가 아니라 나의 밑바닥에 있는 욕망부터 내가 어떻게 살고 싶고,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지, 그리고 예술을 하는 목적 및 이유까지 모든 걸 전부 설명해주는 글이었다.
내가 마크와 깊은 내면의 공명을 느낀 이유도 이제 알겠다. 단순히 몇 가지의 성향이나 특징들이 비슷해서가 아니라, 나의 존재 이유이자 삶의 방향성이 닮았기 때문이었다. 비슷한 본질을 가진 사람에게 자연스레 끌렸고, 그를 통해 나는 나 자신과 내 꿈을 명확히 확인했다. 최애와 같은 길을 걷고 있었다는 건 이런 의미이다. 같은 목표를 바라보고, 그걸 향해 가는 동안의 태도나 근본적인 마인드셋까지 닮았다는 것. 이걸 입덕하고 처음부터가 아니라 5년이란 시간이 흐른 지금에서야, 어쩌면 2n 년에 걸쳐 내가 쌓아온 모든 경험과 모든 기록들을 통해, 알게 된 것이 너무나 진귀해서 전율이 흐른다.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잘 가고 있나를 점검하기 위해 나는 과거의 일기장을 주기적으로 읽곤 한다. 그때마다 놀라운 건, 내가 한때는 마크 혹은 다른 이들을 보며 단지 동경하거나 막연히 부러워했던 모습들이 지금의 나와 꽤 닮아있다는 사실을 마주할 때이다. 유학에서의 도전, 글과 음악 속에서 이어온 감정의 몰입, 마크를 통해 얻은 자극들 —그 모든 과정을 통해 내가 되고 싶은 나를 이루었다. 끈기 있는 사람, 자신감 넘치는 사람, 거침없는 사람, 독립적이고 강인한 사람 —이것들은 4-5년전만 해도 ‘되고 싶은 나’를 나열해놓은 말이었지만, 이제는 ‘나를 설명하는 말’에 가까워졌다. 노력해온 결과가 다른 누구보다 스스로에게 선명히 보이고, 그 변화는 숨기려야 숨길 수 없이 드러나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전해진다.
“물음표 같은 세상 속에 나는 무얼 찾는 걸까”
“길고 긴 이 길 끝에 내가 찾던 내가 서 있을까”
“나의 이름은 내가 찍어 / 세상이 찾기 어렵다면 내가 외쳐서 알려”
마크가 작사에 참여한 엔시티 드림의 노래 <My Page> 의 가사는 내가 엔시티 곡 중에서 가장 사랑하는 가사들을 담고 있으며 내게 의미가 깊은 곡이다. 입덕 초반, 힘든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것이 바로 이 노래 덕분이기 때문이다. 나 자신을 찾을 수 없어 방황을 하며 이 가사에 깊은 공감을 하면서도, 내가 원하는 대로 미래의 나 그리고 미래의 삶을 만들어나갈 것을 다짐하며, 나는 몇 번이고 노래를 반복해 들으며 가사를 마음에 새겼다. 그때 가사처럼 나만의 나를 쓰겠다고 나지막히 스스로에게만 속삭였던 그 희미한 믿음이 이제는 내 자신에 대한 강한 믿음으로 바뀌어 현실에서 실현해나가고 있다. 그래서 이제 이 노래는 내게 단순한 위로였던 과거의 의미를 넘어, 내가 누구인지 증명하며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겠다는 도약의 상징이란 새로운 의미가 되었다.
이제 나는 더 이상 과거처럼 그저 나 자신을 탐색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지 않다. 내가 새롭게 정의한 나대로, 그런 내가 해야만 한다고 강하게 외치는 일을 할 것이다. 마크가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첫 솔로 앨범을 낸 것처럼, 내가 지금 써내려가고 있는 이 책이 나에게는 그가 선물한 새로운 단계로의 도약이며, 꿈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