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그가 내게 미친 영향

5-4. 나의 거울

by 이랑Yirang

나는 늘 내가 덕질하는 연예인으로부터 무언가를 배워왔다. 덕질은 단순한 행복의 원천이 아니라, 오히려 무언가를 배우기 가장 적합한 수단이라고도 생각한다. 하지만 이전의 십수번의 덕질과 이번이 달랐던 점은 그가 나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 되어주었다는 것이다. 나와 닮은 동시에 닮아가고 싶은 사람, 그래서 내 내면을 비춰주는 거울 같은 존재를 만난 것은 처음이었다. 게다가 그것은 내가 한창 정체성을 찾아가던 성인 초입의 시기와 정확히 맞물렸기에 더 큰 의미가 있었다.



특히 신기했던 것은, 그의 심리적 연대기가 나와 닮아있었다는 점이다. 그가 방황할 땐 나도 방황 속에서 고뇌했고, 그가 정체성을 발견할 때면 나도 나만의 정체성을 깨닫고는 다시 태어난 기분이었다. 그와 삶을 같이 살아나가고 같이 성장하는 느낌이 있었다. 그래서 그의 말과 태도는 단순히 ‘좋은 명언’이나 ‘본받을 만한 태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 내면을 직접 건드리며 나 자신을 직면하게 만들었다. 나는 그를 통해 나를 보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결정적인 네 가지 지점을 말하고 싶다.



1,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방황하던 나

이상주의자도 현실주의자도 아닌 딱 중간에 위치한 나는 언제나 너무 큰 이상에 비해 부족한 현실적 경험으로 그 괴리감에 괴로워했다. 하지만, 마크는 언제나 꿈을 품고 다음 목표를 향하여 높이 비상하려 하면서도, 동시에 단단히 현실을 딛고 있었다. 그는 꿈꾸던 이상을 공허한 꿈으로 두지 않고, 책임감과 끈기, 긍정적인 태도로 현실 속에서 구체화시켜 나갔다. 그리하여 꿈꾸던 이상을 다음 현실로 그려내는 모습을 지켜보며 나는 내가 지향하는 삶의 자세를 확인했다. 내 안의 오랜 모순은 여전히 존재했지만, 그의 삶은 그 간극을 줄여나갈 수 있다는 증거였고, 어느 순간 나 역시 그에 동화되어 서서히 그 길을 따라가고 있었다.


2, 타협하지 않고 나답게 살고 싶어하는 나

데뷔 10년차인 지금까지도 매번 녹음을 쉽게 했던 적이 없다던 그는 단 한 번도 쉬운 길을 택하지 않았다. “저는 작은 생각 하나하나가 만들어내는 결괏값의 차이가 크다고 생각하거든요.” 라는 그의 말처럼, 그는 세세한 부분, 복잡한 생각 하나하나까지 놓치지 않는다. 그는 단번에 본인이 원하는 길을 찾아 쭉 걸어온 사람이지만, 그와는 달리 나는 나의 길을 찾기 위해 여러 번의 실패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그 과정에서 타협의 유혹은 늘 있었지만, 나는 끝내 나만의 기준을 낮추지 않았고, 계속 믿고 준비하며 기다렸다. 카테고리는 다르지만, 마크 역시 자신의 분야에서 타협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내가 나를 믿을 수 있는 근거가 되어주었다. 수많은 방해나 편견, 아픔들을 깨고 10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자신이 믿는 대로 고고하게 자신만의 길을 걸어온 그는 내 과거를 비추기도, 미래를 비추기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3, 감정을 다루는 법을 알게 된 나

나는 원래 감정을 다루는 데 익숙치 않았던 사람이다. 감정을 적절한 방식으로 드러내고 처리하는 것이 어려웠고, 특히 부정적인 감정이 들 때는 회피하거나 부정하려 애쓰는 쪽을 선택하곤 했다. 하지만 창작자가 되려면 감정을 억누르는 대신 잘 끌어내고, 그 에너지를 작품으로 전환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마크는 불안이나 두려움 같은 감정조차 숨기지 않고 음악으로 표현해내는 사람이었다. 그를 보면서 나는 처음으로 감정과 맞부딪히는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회피하지 않고, 불편하더라도 감정의 밑바닥을 직면할 용기를 낸 것이다. 마크 덕분에, 나는 내가 보고싶지 않았던 나의 부분까지도 그대로 수용하는 사람이 되었고 그것을 창작으로 승화해내는 사람이 되었다.


4, 예술과 삶을 통합하려는 나

나만의 내면 세계는 오랫동안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한 영역이었다. 그러나 마크는 자신의 깊은 내면을 바탕으로 그의 음악을 만들어냈고, 그 모습에서 나는 처음으로 나의 세계가 이해받는 듯한 경험을 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나 자신에 대한 이해도를 더 깊게 만들었고, 내 인생에서의 경험을 확장해나가며 작은 씨앗으로 존재했던 나의 창작 욕망을 점점 키워나갔다. 더 많은 것들을 만들어내고 싶은 욕구와 내가 깨달은 나만의 철학과 메시지를 통해 ‘나도 저런 울림을 주고 싶다’, ‘나도 내 안의 감정을 표현해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라는 연결의 욕구 또한 커졌고 마크 덕분에 또 새로운 도전을 주저없이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마크처럼, 내 삶 자체를 전부 창작의 원천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창작은 나라는 존재와 분리될 수 없고, 그저 끊임없이 나 자신을 세상에 남기고 내가 인생을 살아가는 방식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마크는 단지 한 두가지로 내게 영향을 준 인물이 아니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방황하던 나에게 명확히 통합된 실천 방향을 보여주었고, 타협하지 않고 나답게 살아가려던 나에게는 용기와 확신을 심어주었으며, 감정을 직면하고 다루는 법을 통해 예술적 욕망을 실현하는 법을 알려주었다. 그의 존재는 내 내면의 깊은 부분까지 건드리며, 나를 성장시키고 나 자신을 이해하게 만드는 부스터가 되어주었다.


마크를 통해 정서적 울림을 경험하면서, 단순히 몇 마디 말이나 몇 가지 행동에 공감하고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 영혼 전체가 울리고 새로운 나를 탄생시키는 과정을 만나도록 하는 게 얼마나 드물고 그래서 특별한 일인지를 깨달았다. 멋지고 화려한 연예인들은 많아도 나와 이 정도로 통하고 삶의 방향성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는 건, 그래서 끊임없이 자극을 받는 것은 정말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내가 혼돈 속에서 질서를 만들어내고, 고독 속에서 통찰을 이끌어내는 모든 시간동안 마크가 존재했다. 그가 내가 그것들을 더 잘할 수 있도록 북돋아주었다.



내 인생을 굴리는 궁극적 연료는 나 자신이다. 하지만 그 연료에 불을 붙여 나를 더 활활 불타오르게 하는 산소 같은 역할은 마크가 되어주었다. 마크라는 외부 자극이 없었어도 나는 내 자신을 발견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을 것이고 그렇기에 궁극적으로 내 삶을 지탱하는 것은 나 자신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단기간에 엄청난 몰입도와 집중력을 불러일으켜 그 과정을 훨씬 압축적으로 앞당겨준 것은 마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이 책을 쓰며, 마크에게 받은 그 깊은 울림을 또다시 그에게 혹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돌려주고 싶다는 마음을 담는다. 그의 영향이 내 창작을 불러일으켰듯, 내가 만든 글과 경험이 또 다른 울림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그렇게 그가 내게 준 영향이란 것이 단순히 한 번의 경험에 머물지 않고, 순환하며 계속해서 새로운 영감을 만들어내기를 바란다. 나는 그 순환의 한 지점에 서있다. 마크라는 존재가 나를 북돋았듯, 이제 나는 나의 창작으로 누군가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 되도록, 또 다른 성장을 돕는 부스터가 되도록 나아갈 것이다. 거기까지가 그가 내게 준 영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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