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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가체프 Aug 08. 2015

첫직장부터 꼬인 걸까요?

뛰어라. 한번도 뛰어보지 않은 사람처럼 힘차게

첫사랑을 잊기 어려운 이유는 그만큼 열정적으로 사랑한 적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앞뒤 가리지 않고 빠져드는 감정에 스스로 놀라게 되고, 쿵쾅대는 심장소리에 한번도 본 적 없는 심장의 존재를 인지하게 되는 시간들, 그래서 첫사랑의 기억은 강렬하다.


첫직장, 첫출근, 입사 초기의 기억도 마찬가지다. 바쁜 일상 탓에 기억이 퇴색되어도 그때의 기억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열정과 설레임이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첫직장은 자신의 열정을 처음으로 순수하게 내놓을 수 있는 곳이라는 점에서 소중하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첫직장이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다. 첫직장이 어디냐에 따라 자신의 전체 경력이 첫직장의 수준으로 고착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으로 시작하면 비정규직을 벗어나지 못하고, 중소기업으로 시작하면 중소기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트랙을 달리하는 게 불가능한 일이 아닌데, 원하는대로 또는 노력한만큼 이동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1~2년의 졸업 유예는 기본이고, 대학을 졸업해도 첫직장을 구하는데 약 1년 정도가 걸리는 요즘. 1년 가량 학생도 아닌 말그대로 "백수"로 지냈건만, 첫직장을 계속 유지하는 기간은 겨우 평균 1년 반 정도로, 일을 그만두는 이유는 근무조건과 월급에 대한 불만족이 절반 가량에 달한다. 결국 괜찮은 일자리는 적고 취업 자체가 너무나도 힘들다는 현실을 반영하지만, 한편으론 첫직장을 잘 선택하는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결과이기도 하다. 이렇게 첫직장을 그만둔 취준생들은 결국 별다른 경력 없이(또는 숨기고 싶은 첫직장의 경험을 갖고) 또 다시 취업전선에서 방황하거나 공무원 시험 시장으로 흘려가기 쉽다.


*참고 : "청년층, 11개월 고생해 첫 직장 잡고 18개월 근무 후 퇴사"


당장 어디든 취업을 해야 해서 별다른 목표없이 청년인턴으로 첫직장을 잡았습니다. 인턴 중에서 잘 하면 정규직 기회를 준다고 해서 제 딴에는 남들보다 열심히 하려고 꽤 노력했습니다. '뭐든 시켜만 주십시오'라는 심정으로 일했습니다. 열정페이? 그런거 신경안썼습니다. 정규직이 된다면 다 보상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정규직 기회는 오지 않았습니다. 10명 중 단 1명만 정규직이 되더군요. 있는 사람도 내보내야 할 판이라며, 인사팀장님은 "떨어져 나가는" 저희들을 위로해줬습니다. 고맙지 않았습니다. 그런다고 결과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그게 진심일까 싶었습니다. 내일부터 저는 또 다시 1년 계약직 생활을 시작하게 됩니다. 돈은 벌어야 하니까, 그마나 당장 취업할 수 있는 곳을 선택했습니다. 저는 그저 일하고 미래를 꿈꾸며 평범하게 살고 싶은 청년입니다. 그런데 지금의 이 떠돌이 생활, 언제쯤 끝날지... 희망이 없습니다. 첫직장에서부터 꼬인 걸까요? 인생의 루저가 되어가고 있다는 느낌, 지금 이 혼란스런 상황을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평범한 삶을 꿈꾸는 당신, 지금은 당신의 선택이 너무 쉽게 결정내려진 게 아닌지 되돌아볼 때인 것 같습니다. "당장 어디든 취업해야 해서" 들어간 직장이 만족스럽지 못한 건 어쩌면 당연한 게 아닐까요? 쉽게 내린 결정으로 평생 만족스런 결과를 얻으려는 건 요행을 바라는 것과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당장 생계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일 수도 있을 겁니다. 두번째 직장도 그랬을 거구요. 하지만 당장의 문제에 급급해서 직장을 구하다보면, 그 다음도 또 그 다음도 늘 비슷한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은 상황을 단순 명료하게 정리하고, 장기적인 목표와 계획에 따라 과감한 의사결정을 해야 할 때입니다. 현재 상황은, 청년인턴으로 사회생활 시작, 다시 1년 계약직, 희망이 없는 루저같은 느낌, 평범하게 일하고 미래를 꿈꾸는 삶. 이런 식으로 정리를 해볼 수 있겠지요.


그리고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본인이 말하는 "평범한 삶,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삶"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정의해봐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인생의 목표가 될테니까요. 또 그저 생계를 위한 직장생활이 아니라, 오래 안정적으로 일을 하려면 한우물을 팔 자신만의 전문 분야를 찾아야 합니다. 결국은 자신이 계속 몸담고 싶은 분야가 무엇인지 찾고, 이쪽으로 경력을 쌓으며 꾸준히 공부해야 정규직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계속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죠.


현재 일에서 희망을 찾을 수 없어 그만둬야 한다면 돈을 벌어야 한다는 현실이 당신의 용기를 막아설 수도 있습니다. 이때 정말 생계가 문제라면 현재의 여유자금을 계산해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가늠해보고, 그날을 D-day로 삼아 인생의 큰그림을 완성해볼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기간을 정해 전력질주 해보고, 그 이후에 또 다른 방법을 찾아도 인생이란 장기 레이스에서 결코 뒤쳐지는 일은 없을 겁니다. 오히려 지금은 늦는 것 같아도 이게 더 빠르고 현명한 길이 될 수 있지요.


지금까지는 제대로된 목표가 없었으므로, 당신은 한번도 제대로 뛰어보지 않은 싱싱한 심장을 가진 사람입니다. 이제 첫사랑을 만난 것처럼, 쿵쾅쿵쾅 심장소리에 맞춰 비상할 날들을 기대해봅니다.  

뛰어라
한번도 뛰어보지 않은 사람처럼
힘차게

<인생의 큰 그림을 그릴 때 생각해볼 질문들>

1. 나는 현재의 일에 만족하고 있는가?

2. 만족한다면, 지금의 일은 언제까지 할 생각인가? 또는 언제까지 할 수 있을 것 같나?

3. 지금 일에 불만족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현재의 일을 그만둔다면 할 수 있는 일이 있는가?

4. 돈벌이에 상관없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있는가?

5. 나의 30대, 40대, 50대, 60대, 70대 이후는 어떤 모습이길 바라는가?(어디서, 누구와, 어떻게, 무엇을 하며 살고 싶은지)

6. 은퇴 이후 소일거리로 삼을 만한 일이 있는가?

7. 은퇴 이후 생활을 위한 노후자금을 준비하고 있는가?

8. 건강상태는 어떠하며 건강한 삶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가?

9. 내 인생의 행복은 어디에서 온다고 생각하나?

10. 그 행복의 원천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나? & wh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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