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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가체프 Jul 21. 2015

어차피 피곤한 인생,

중심은 잡어야 휘휘~ 휘젓고 살아갈 수 있지 않나.

"일은 인간의 본성에 맞지 않는다. 하면 피곤해지는게 그 증거다.(미셸 뚜르니에)"


이 말을 듣는 순간, 난 뒷통수를 한대 맞은 것 같았다. 아! 그래서 그랬구나. 내가 좋아하는 일이건 아니건 상관없이, 인간이라서, 본성에 맞지 않아서, 그래서 일하는게 종종 힘겹고 하기 싫고, 뭔가에 끌려다니는 것 같고, 그랬구나. 내 잘못이 아니라, 내가 직업을 잘못 결정해서가 아니라, 또는 내가 최선을 다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본능적으로 일은 인간에게 맞지 않은 것이구나~. 라는 생각에 뭔지모를 위로를 얻는 것 같았다.


분명 좋아하고 있는 일을 하고 있는데 힘이 들고, 원해서 이 일을 선택했는데 하다보니 이게 아닌 것 같고,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일 때, 미셸 뚜르니에의 "인간의 본성에 맞지 않는다"는 말은 일 때문에 겪는 힘든 것들을 처연히 내려놓을 수 있는 용기(?)를 주는 것 같았다.


물론 일이 인간에 본성에 맞는지 아닌지를 논리적으로 따져 가릴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으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람이 또는 소위 성공했다는 사람들도 매순간 일이 즐겁지 않다는 걸 보면, 개인적으로도 일은 인간의 본성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일보다는 쉬는게 더 즐겁지 않은가.


또 어떤 일을 하건 100% 만족할 수는 없다. 아무리 좋은 일, 재밌는 일을 하는 사람일지라도 스트레스를 안 받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고 단언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일을 하지 않고 살 수는 없다. 이 사회에 태어난 이상 이 점은 가히 거부할 수 없는 명제가 분명하다. 또 공부를 포함해 일에 열과 성을 다하라는 "사회적 채찍"에도 자유로울 수가 없다. 그 이유는 현실의 문제, 즉 경제적인 이유 때문일 것이리라.


그렇다면, 경제적으로 꽤 여유가 있다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계속하려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마치 로또에 당첨되면 지금 이 일을 계속할 것인지 묻는 것과 비슷하겠다) 또 만약 그만둔다면, 정말 우리는 원했던 일을 찾으려 할까? 아니면 그저 남은 인생을 즐기며 살고 싶어할까? 누군가는 그랬다. 평생 경제적인 문제를 걱정하지 않게 된다면, 그때 하고자 하는 것이 정말 자신이 인생에서 원하는 꿈일지도 모른다고.


어차피 본성에 맞지 않는 일을 반드시 해야만 한다면, 일을 하며 사는 우리의 인생을 조금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맡겨보는 것은 어떨까? 게다가 인생은 계획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또 목표를 이뤘다고 해서 반드시 그 결과가 계획했던 만큼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것도 아니지 않나.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것, 그리고 현실에 충실하며 조금씩이라도 무언가를 이뤄나가고 있다는 느낌 그 자체, 뭐 그런 것들이 아닐런지.


그래서, 뻔한 얘길 수 있지만, 적어도 사람들 마음속에는 소위 "꿈"이라고 부를 수 있는 "무언가를 향한 지향점"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그냥 살아지는 것이 아닌 살아내야 하는 피곤한 인생" 에서, 사는 의미도 찾고 살아갈 힘도 얻게 되는게 아닐지. 또 다른 것 하나 없이 겨우 허황된 꿈 하나만 있어도, 그것만이라도 있어야 중심을 잡고 휘휘~ 인생을 휘젓고 살아나갈 수 있는게 아닐지.


사실 나 역시 20대 초엔 정말 꿈만 있었던 것 같다. 앞뒤 사정을,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아닌가를 고려하지 않고, 돈 걱정 없이 순수하게 꿈만 생각하던 때였다. 더욱이 그때는 현실과 타협할 생각도 하지 못했다. (하하하) 현실이라는 것이 뭔지조차 모르는 철부지였으므로, 타협이고 뭐고 할 계제도 아니었다. 어찌어찌 서른 중반을 넘긴 나이에 보면 소위 "잘 된 케이스"가 되었지만, 내게도 20대는 참으로 불안했다. 숨막히는 학창시절을 보낸 나에게 성인이 되어서도 그렇게 살아야한다는 건 죽음과도 같았다. 그래서 성인이 되어서는 경쟁 없이 사는 게 그저 꿈이었다.


작가가 되고 싶다는 것도 경쟁 없는 삶을 원했기 때문이었다. 구체적인 건 없었다. 작가로 살았으면이란 생각을 가슴에 묻고, 심리학을 공부하며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 20대를 살아냈다. 당시 작가가 되고 싶다는 건, 어쩌면 누군가 나에게 꿈이 뭐냐고(더 정확하게 말하면 넌 앞으로 뭘해먹고 살거냐고) 물을 때를 대비해 마련해논 답같은 것이었을지 모른다. 그럼 토익공부를 안해도, 취업 준비를 안해도, 막 사는 사람처럼은 보이지 않을 테니까. 그래도 난 그걸 꿈이라고 불렀다. 그래야 나도 미래라는 걸 그려볼 수 있을 것 같아, 준비 없이 그리고 하염 없이 그것만 잡고 있었다. (... 결국 그 꿈은 십여년 후 몇 권의 책을 내면서 이뤄냈다.)


그래도 중심이 있으면 그것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어차피 피곤한 인생. 어쨌든 일해서 살아야 하는 인생. 어느 누구도 100% 행복만 가득한 인생을 사는 게 아니라면, 스스로를 너무 경쟁에 내몰지 말 것이며,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인생을 살아선 안되는게 아닐까. 적어도 내가 바라는 대로(그게 꿈이어도 좋고 아니어도 좋고) 중심을 잡고 살아나가는 것. 그것만큼 인생에서 중요한게 더 있는지,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란 흔한 말처럼 나는 정말 주인공답게 살고 있는지 늘 생각해볼 일이다. 아무리 당장의 일이 바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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