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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가체프 May 23. 2015

그래도, 답은 내안에 있지

 "사람들이 일에서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일이 적성에 맞아야 하고, 일을 너무 많이 해서는 안되며, 일에서 성취감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영국의 예술비평가이자 사회비평가 존 러스킨(John Ruskin, 1819-1900)의 말이다. 여기서 일을 많이 하고 적고 하고는 개인이 어느 정도 조정이 가능하다. 일에서 성취감을 얻는 것 역시 개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개인의 의지, 준비, 열정 등에 따라 성취감은 얼마든지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적성에 맞는 일을 찾는다는 건, 일생에 가능할 수도 가능하지 않을 수도 있으며, 주어지면 정말 감사하고 아니면 어쩔 수 없는, 아무리 찾으려고 노력해도 발견하지 못 할 수 있는, 개인의 의지만으로는 안되는 그런 것 같다. 내 적성도 잘 모르는 것 같은데, 적성에 맞는 일을 찾는다는 건 더 미궁에 빠지는 일이 아닌가.


취업준비로 대학 졸업을 유예한 상태입니다. 제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살고 있지만, 아무리 고민해도 답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학을 다니면서 경험을 더 쌓았어야 했을까요? 다른 친구들과 비교하면 스펙이 정말 한심합니다. 어학연수도 못가봤고, 변변한 자격증도 없습니다. 취업을 시작한지 이제 겨우 6개월. 그런데 제가 지금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누구나 하는 토익, 토스, 한국사, 컴퓨터 정도 공부하고 있고, 직무 관련 자격증은 아직 없습니다. 요즘은 공무원시험을 준비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진짜 죽어라 해도 될까 말까에 나중에 떨어지면 나이만 먹고 답은 없고... 도대체 저는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요?


취업준비생에게는 아주 흔한 고민 중에 하나다. 취업준비는 하고 있는데 이게 잘 하고 있는 건지, 어느 정도 해야 취업에 성공할 수 있을지, 이런거 저런거 다 따져보면 그래도 공무원이 최고인 것 같은데, 공부한다고 합격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답답함과 불안함이 뒤죽박죽 된 상태다.


거기다 청년 고용시장은 점차 '고용빙하기'에 들어서고 있다. 2015년 4월 기준 청년 실업률은 10%대를 넘어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넘어섰다(통계청). 서울노동권익센터에서 발간한 '통계로 본 서울의 노동: 산업 고용 취약노동자 구조'에 따르면, 2014년 서울지역 청년층의 실질실업률은 31.8%로 청년 3명 중 1명은 쉬거나 일하지 않는 상태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 실업문제가 개인의 손을 떠난 수준이란 걸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실 이런 상황에서 청년 취업준비생에게 해줄 말은 많지 않다. 사회적인 문제에 대한 언급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은 또 개인대로 제대로된 취업준비를 해야 한다. 위 사례에서처럼, 정해진 목표 없이 다른 사람들이 다 한다는 스펙쌓기에 열을 올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학을 졸업하거나 졸업을 유예하면서까지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여전히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고 목표조차 없다는 건 정말 문제가 있다.


자, 그렇다면 이 상황에서 바로 행동에 옮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첫째는 충분한 정보 탐색, 둘째는 사소한 것이라도 하나씩 의사결정을 내리고 의사결정에서 배제된 것에는 가능한 미련을 갖지 않는 것이다. 즉, 현재 대학생이라면 먼저 전공을 살려 취업을 할 것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의외로 전공공부를 하고도 전공과 무관하게 취업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럴거면 뭐하러 그렇게 많은 돈을 들여 대학을 졸업한 것일까? "그래도 대학은 나와야 하니까?" "대졸이라는 타이틀이 필요해서?" 그래서 4년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을 들이고 비용을 치른거라면 낭비도 그런 낭비는 없다.


한편, 전공을 살리지 않을 거라면 다른 교육을 받거나 직업 훈련을 받는 등 별도의 공부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전문성이 없는, 그래서 임금수준도 낮고 만족도도 낮은 분야로 취업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렇게 되면 그 분야에서 오래 일하기 어렵고, 몇 년 후 또 똑같은 진로고민에 빠지기 쉽다.

"이것도 아닌 것 같고, 이제 뭘 해먹고 살지...?"


만약 전공을 살린다고 한다면, 전공을 살려 갈 수 있는 진출분야와 관련 직업, 직무, 기업 등에 대한 충분한 조사를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본인의 적성과 흥미를 고려해 목표가 되는 몇 개의 안을 만들고, 이들의 장단점을 충분히 비교해야 한다. 그리고 직업에 대한 자신의 가치관(돈이 중요하냐, 여가가 중요하냐, 보람이나 성취감이 더 중요하냐 등), 개인적인 사정 등을 고려해 최선책을 결정을 해야 한다.

- 여기까지는 실질적이면서도 이론적인 이야기에 해당한다. 특별하진 않지만 이마저라도 도움이 될까하여 간략하게 정리해봤다.


직업 결정에 있어 사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자신이 진정 무엇을 원하고 어떤 삶을 살고자 하는지 늘 고민하는 가운데, 내가 할 수 있고 또는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구체적인 방법은 위에서 언급한 진로의사결정 방법일 수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철저한 자기탐색, 계획 수립, 현실과의 타협, 또는 여행, 방황이나 모험, 일탈 같은 것일 수 있다. 또 세상이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세상을 바꾸는 일에도 참여할 수 있다. 다만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는 더 힘든 일이므로, 무엇보다 의지와 목표가 명확해야 한다.  


세상이 이러니 어쩔 수 없다는 포기도, 내가 열심히 준비하지 못해서 이정도 밖에 안되는거란 자책도, 뭔가 부당한 것 같은 시대를 살고 있다. 대체 어쩌란 말이냐란 말이 나올 법한 시대다. 이런 시대적 상황은 곧 끝나지 않을 것 같다. 오히려 이제 시작이란 학자들이 더 많다.


그렇다고 절망할 필요는 없다. 그럴수록 답은 자신에게 있음을 잊지 말자. 내가 원하는 일, 내가 바라는 삶이 무엇인지를 하루하루 글로 정리해나간다면(말이 아닌), 답은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리고 그 답은 적어도 남들 하는 만큼 채워야 안심할 수 있는 스펙 쌓기, 또는 코너로 몰릴 대로 몰려서 어쩔 수 없이 기웃대고 있는 공무원 시험 공부보다는 더 만족스런 답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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