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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영칼럼니스트 Jun 10. 2020

상사로 인해 힘들 때, 잘 이겨내기

힘들게 하는 상사, 현명한 대처법


'상사 폭언에 숨 막힐 것 같아… 공무원 꿈까지 접어’. 최근에 보도된 기사의 헤드라인이다. 기사를 보면 피해자는 신분이 보장된 공무원임에도 상사의 온갖 폭언과 갑질을 견디지 못해 사표를 제출했다고 한다. 상사로 인한 스트레스는 민간 기업이나 공무원의 세계나 다를 바 없는 것 같다.


직장이 힘든 것은 일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위의 예처럼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인 경우가 많은데 그 사람이 다름 아닌 나의 상사라면 어찌해야 하는가.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2019년 7월부터 시행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을 앞두고 직장인 1,2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64.3%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괴롭힘이나 갑질을 일삼은 상대방으로는 절반 이상이 ‘직속 상사, 사수, 팀장’이라고 응답했다. 또한, 퇴사 경험자에게 이의 결정적인 이유를 물은 결과 21%가 ‘상사의 갑질’을 선택해 제시한 항목 중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898명을 대상으로 한 인크루트의 다른 조사에서도 ‘갑질 상사와 일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무려 97%에 달했다고 한다. 이처럼 직장에서 상사와의 관계는 누구에게나 특별할 수밖에 없다.


꼭 갑질하는 상사가 아니더라도 대하기 어려운 상사를 만나면 일이 즐겁지 않을뿐더러 직장생활이 고단해진다. 직장에서 상사 복은 배우자 복만큼이나 중요한데 배우자와는 달리 상사는 동등한 관계가 아니어서 대응하기 어렵고 또 피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출근하기 싫어도 해야 하며 만나기 싫어도 만나야 하는 이 숙명적인 관계 속에서 나를 힘들게 하는 상사가 있다면 이를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먼저 직원들을 힘들게 하는 상사의 대표적인 유형을 보자. 첫째는 막말하는 상사이다. 이들은 대개 거칠고 모난 성격으로 폭언과 갑질을 몸에 달고 산다. 서두에 제시한 공무원의 예처럼 언어폭력으로 인격적 모욕을 주기도 한다. 이 같은 상사와는 누구도 함께 일하기 힘들며 만남 자체가 불운이다. 


두 번째는 독재자 유형이다. 자신의 판단과 결정이 늘 옳다고 생각하여 지시대로 무조건 따르라는 상사로 이견을 잘 용납하지 않는다. 직원들은 혹여 상사의 지침이나 의중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해 혼날까 전전긍긍이다. 상사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떻게든 제재를 받기 때문이다. 순종과 이행만 원하는 독재자와 동거하기란 사나운 시어머니 아래 며느리 입장과 같다. 


셋째는 과하게 많은 근무 시간이나 일을 강요하는 일명 ‘멍부(멍청하고 부지런한)’ 스타일의 상사이다. 이들은 본질을 벗어난 부가가치가 적은 일에 시간을 과다하게 투입하는 경향이 있다. 정시퇴근은 쉽지 않고 야근과 주말 근무를 수시로 해야 한다. 이것저것 시키는 상사로부터 업무적으로 배울 것도 별로 없다. 


넷째는 일을 하는 과정에서 갖가지로 힘들게 하는 상사이다. 어떤 것이든 마음에 들어 하지 않고 거듭된 잔소리로 질책하는 유형이다. 꼬투리를 잡는데 능하고 매사 까탈스러워 대응하기 힘든 유형이다. 그러면서 부하를 챙기기보다는 자신의 입신양명에만 관심이 있어 위로는 심하게 눈치를 보는 상사이다. 


이외에도 직원들을 힘들게 하는 다양한 유형의 상사가 있다. 공적은 가로채고 책임은 부하직원에 돌리는 상사, 자기의 무능함을 감추려 직원들을 닦달하는 상사, 호흡이 안맞는 직원을 집요하게 괴롭히는 상사, 비도덕적이거나 불법적인 일을 강요하는 상사, 사적인 일로 얽매게 하는 상사, 이런 유형들을 복합적으로 가지고 있는 상사 … 직원들이 힘들어하는 상사의 유형은 실로 다양하다. 


반대로 부하직원들이 선호하는 직장 상사의 모습을 인크루트의 조사에서 보면 ‘효율적으로 업무를 추진하는 스타일’(24%)이 가장 많이 꼽혔고, 그다음으로는 ‘팀원과의 수평적 소통 관계를 이끄는 모습’(21%),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모습’(15%), ‘공사의 구분이 확실한 모습’(15%), ‘경청하는 태도를 보이는 모습’(14%) 순이었다. 이 결과를 보면 무엇보다도 ‘소통’이 일하기 좋은 상사와 그렇지 않은 상사를 나누는 기준이 됨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나를 힘들게 하는 상사와 함께 일하고 있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현명한 것일까. 첫 번째 유형처럼 성격이 온전치 않은 상사에게 오랫동안 모욕을 참으며 일할 수 있을까. 성인군자라도 참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이를 참다가는 속병이 나고 갈수록 정신이 피폐해질 수 있다. 그러므로 용기를 내어 어느 시점에 상사에게 자신의 의견을 얘기하여 폭언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그것도 직원들이 함께한 공식적인 자리에서 “팀장님의 폭언을 더 이상 견디기 힘듭니다. 욕설이나 인격 모독 발언, 이제 그만하면 좋겠습니다”라고 단호하게 얘기하는 것이다. 


갑작스런 이런 대응은 순간 상사를 당황하게 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런 상사는 대체로 약자에 강하고 강자에 약하므로 이렇듯 강한 브레이크는 상사에게 쉼표를 찍어줄 수 있다. 상사와 갈등이 더 커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것을 계속 견디는 방법밖에 없다. 그러므로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훨씬 나으며 의외의 효과가 있다. 그러고도 해결이 되지 않는다면 회사에 공식적인 판단을 구해보는 것이 좋다. 이미 그 정도면 주변 평판이 좋지 않을 것이므로 해결이 빨리 될 수 있다. 이것도 일종의 경영 혁신이다, 두려워 말고 용기를 가지고 챌린지해야 한다. 


문제는 독재적이거나 지나치게 과다한 근무를 요구하는 상사 또는 늘 꼬투리를 잡아 질책만 하는 상사 등 위에서 예를 든 나머지 사례에 해당하는 상사에 대한 대응이다. 이들은 첫 번째 사례처럼 명백하게 폭언하거나 인격을 모독하는 것은 아닌데 평범치 않은 괴상함이 있어 같이 일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유형은 의외로 주변에 적잖이 존재한다. 즉, 언제라도 만날 수 있는 상사이기에 지혜로운 대처가 필요하다.


만약 이런 상사에게 질책을 받거나 불편한 얘기를 듣는다면 그 자리에서 즉각 뭔가를 얘기하며 대응하기보다는 우선 상사의 얘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 논리적 근거와 여러 이유를 대며 자신의 얘기를 하려는 사람에게 상사는 잘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더욱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일단은 수용하는 자세가 현명하다.


그리고서 시간을 갖고 상사의 요구나 질책에 문제가 있는지, 아니면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지 차분히 살펴봐야 한다. 간혹 상사의 입장으로 나를 바라보면 달라지는 것이 있다. 야근을 놓고 봐도 그렇다. 상사는 야근해야 하는 상황으로 판단하는데 자신은 그렇게 보지 않을 수 있다. 필자도 직원을 닦달하는 사람을 경멸하지만 중요한 일을 목적에 둔 상황에서 긴장감 없이 너무 쉽게 대응하는 직원을 보면서 속에서 열불이 난 경험이 있다. 상사와 부하의 관점이 다를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상사의 얘기에 심각한 결함이 있거나 이를 수용하기 힘들다고 생각되면 조용히 찾아가 일대일로 자신의 의견을 얘기한다. 앞서 폭언하는 상사에 공식적으로 대응하는 것과는 달리 이 경우엔 둘이서만 얘기하는 것이 좋다. 단, 상사에게 그러한 얘기를 할 때는 최대한 정중하면서도 겸손한 태도이어야 한다. 상사가 나의 얘기를 수용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지만 정중하게 자신의 의견을 얘기한 것으로도 추후 상황을 호전시키는 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직접 얘기하여 풀어가는 것이 상호 이해에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직장에서 상사로 인해 힘들 때, 그 원인이 상사에게 있는지 나에게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관점을 달리하여 생각해보면 상사에게 비롯된 문제와 함께 나에게 있는 문제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대체로 내가 맡은 일과 태도(Attitude)와 관련된 것이다. 이렇듯 상사로 인해 힘들 때 나를 다듬어가는 계기로 삼는 것도 극복 방법의 하나이다. 


그런데 아무리 해도 상사로 인한 어려움을 감내하기 어렵다면 뭔가를 행동하기에 앞서 나의 내면을 침잠시키는 시간을 가져볼 것을 권유한다. 고요한 공간에서 마음을 다스리는 시간을 가짐으로 평온을 찾아야 한다. 그 평온에서 힘을 얻고 시련을 넘어 성장과 승리의 길에 접어들어야 한다. 


미국의 직장문화 전문가인 린 테일러의 저서 ‘철없는 상사 길들이기’에 의하면 ‘우리를 괴롭히고 힘들게 하는 상사’를 TOT로 표현한다. ‘끔찍한(Terrible) 사무실(Office) 폭군(Tyrant)’이라는 단어의 첫머리를 딴 것이다. TOT는 나의 직장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어느 직장에서나 볼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저자는 “TOT라고 무시하거나 두려워하거나 회사를 그만두지 말고 그들의 속성을 이해하고 길들이는 것을 통해 만족하는 회사 생활을 즐기라”고 말한다. 


공자는 나쁜 사람도 반면교사 삼으면 나의 스승이 된다고 하였는데, 린 테일러가 “당신도 TOT가 될 수 있다”고 한 경고를 새길 필요가 있다. 나부터 직원들을 살뜰히 살피는 상사가 되고, 힘들게 하는 상사로부터 나의 업무역량을 높이고 나를 다듬어갈 기회를 얻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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